개인 대 기업의 판결문제를 국가 대 국가의 분쟁으로 확대하는 것은 한일관계를 역행하는 결과 초래할 수 있어
지난 해 10월 이후 한국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가서 강제노동에 시달린 징용자에 대한 일본기업들의 패소판결을 계속 내리고 있다. 이에 일본 측은 강하게 반발해 왔고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을 비롯해 각종 대 한국 대항조치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국에 대한 노비자 정책 철회, 한국에 대한 송금 금지, 한국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조치 등을 지난 3월13일 아소 타로(麻生太郎) 부총리의 언급을 인용하면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여당 자민당에서는 더욱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 측은 한국 내 몇 개 일본기업들의 자산을 압류했고 그것을 현금화하기 직전의 단계에 있다. 일본 측은 한국이 일본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할 경우 대항조치에 들어가겠다고 협박하고 있으나 한국 측도 만전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국정부 고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일본의 지지(時事)통신이 3월14일부 뉴스로 보도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재과정은 어떻게 될까? 한국 측이 압류한 일본기업 자산을 현금화한다면 일본 측의 첫 번째 대항조치가 발동되고 이에 대한 첫 번째 한국 측 대항조치가 이루어지고, 이것이 계속되는 대항조치 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서서히 사실상의 단교수순을 밝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일본 언론들이 그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실상의 단교로 이어지는 일본정부의 대항조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를 생각하기 위해 일본의 통상산업성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이 있는 야하타 가즈로(八幡和郎) 도쿠시마문리대 교수의 언급을 검토하도록 하자. 2018년10월30일 신일철주금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 야하타 교수가 일본 잡지 <아고라>에 기고한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먼저 그는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 한국에 남겨둔 재산에 대한 보상요구를 한국에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의 일본인 재산은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포기되었지만 폴란드와 체코가 독일인 자산 반환에 응한 사례도 있으므로 일본도 한국에 재산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이 한국인의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일본도 같은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앞으로 북일수교 협상 때는 북한에 대해 일본의 국가자산 반환도 요구할 수 있다고 야하타 교수는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재일한국인의 자격문제를 거론한다. “재일한국인들의 일본 재류자격은 65년의 협정을 개정한 1991년 입관 특례법에 의해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한국인은 제3대 이후에도 일본 영주 허가를 보유할 수 있게 했으나 이것을 철회하면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리고 현재 한국인이 일본인으로 국적을 바꿀 때 한국이 귀화희망자에게 요구하는 내용과 비슷한 충성선언을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내용도 65년 한일협정 중 하나인 ‘재일한국인에 대한 지위협정’을 그 근저로부터 없애자는 방안인 것이다.
기타 그는 더 몇 가지 대항조치를 거론했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그는 한국 대중문화 유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문화적으로 일본 대중문화 유입 제한이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도 한국의 지상파 방송에서는 일본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이 금지되어 있다. 일본도 한류에 대해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한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주한일본대사를 지낸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는 SAPIO 2019년 1, 2월 합병호에서 “일본 측도 대항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 때 가장 효과적인 조치는 전자・기계 부품이나 제조기기의 수출금지인데 그것은 한일 양국에 불이익이 크다.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국이 적절한 국내 조치를 취해 주길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가 말한 ‘전자・기계 부품이나 제조기기의 수출금지’란 휴대폰을 만들 때 사용하는 부품이나 반도체를 만드는 공작기계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말쯤 일본의 TV 토크쇼에 출연한 무토 전 대사는 이런 대항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었으나 2019년 들어서 약간 톤이 다운된 모양이다.
이와 같은 일본 정부 측과 민간에서 나온 대항조치의 내용을 한국정부도 충분히 알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에서도 일본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은 일본 측 주장을 대폭 수용한 내용이므로 그 효과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에 연결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해결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인 대 기업의 판결문제를 국가 대 국가의 분쟁으로 확대하려는 일본정부의 속셈은 65년 이전에 단계로 한일관계를 역행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전개를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