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부풀리고 영업손실 줄이는 식의 오도 효과 낳아
국내 증권가가 ‘올빼미 공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골관절염치료제 인사보사의 임상중지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연휴를 앞둔 지난 5월3일 오후 5시38분 뒤늦게 공시한 게 계기였다. 게다가 이 사건은 치료제의 주 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난 시점이 코오롱티슈진이 주장해온 지난 2월이 아니라 2년 전까지 거술러 올라간다는 강력한 의혹까지 제기됐다. ‘올빼미 공시’ 를 넘어 ‘사기극’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올빼미 공시는 상장 기업이 자신에게 불리한 악재성 정보를 연휴 전날이나 연말 증시 폐장일의 장 마감 후 시간대처럼 투자자 주목도가 낮은 시점에 슬그머니 늑장 공시하고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
이런 식의 ‘올빼미 공시’는 사실상 주가 조작에 해당한다. 제때 공시했으면 주가 하락폭이 컸을 것이고, 내부자가 이런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팔았다면 손실을 대폭 줄이게 된다. 이를테면 롯데케미칼과 락앤락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줄어들자 5월3일 장 마감 뒤 각각 공시했는데, 이들 기업의 직원이 미리 정보를 알고 주식을 팔았다면 여기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실태 점검을 통해 상습적인 ‘올빼미 공시’를 일삼는 기업들의 명단 공개 등의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올빼미 공시’를 적용한다면, 세계 굴지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상습범에 해당한다. 그것도 꽤 질이 안 좋은 축에 들어간다. 테슬라는 지난 4월24일 올해 1분기 7억200만 달러(약 8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실적보고서인 ‘SEC 10-K’를 발표했다. 역대 세 번째의 순손실 규모다. SEC 10-K는 미국의 상장기업이 감사를 받아 증권거래위에 제출해야 하는 기업실적 보고서다.
테슬라는 이 보고서에서 매출액 항목으로 1500만 달러의 ‘제로배출차량’(ZEV) 배출권 판매 매출을 기록했다. 비제로배출차량 배출권 판매 매출은 비밀에 붙였다. ‘오염물질 배출권’(pollution credits)은 탄소거래권처럼 정부가 허용한 오염물질 배출 한도를 말하는데, 이보다 적게 오염물질을 배출하면 나머지를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다. 테슬라에게는 제로배출차량과 비제로배출차량(NZEV) 배출권이 있다.
하지만 1주일 뒤인 5월2일 테슬라는 SEC 10-Q를 발표했다. 투자자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시기다. SEC 10-Q는 감사를 받지 않는 재무보고서로 SEC 10-K보다는 덜 상세하지만 자주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비제로배출차량(NZEV) 배출권 판매 매출이 1억7060만 달러가 추가로 2억60만 달러가 됐다는 내용이 슬쩍 포함됐다. 제로배출차량 배출권 판매 매출을 합산하면 오염물질 배출권 매각을 통해 얻은 매출이 2억1560만달러나 된다. 테슬라 1분기 매출의 4.8%에 이르는 수준이다.
오염물질 배출권 매각은 결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마찬가지로 미국 국민들의 세금을 통해 보장되는 성격을 지닌다. 이와 같은 미국 국민 세금의 지원이 없었다면 테슬라의 1분기 총이익은 5억6천만 달러가 아니라 3억5천만 달러, 순손실은 7억200만 달러가 아니라 9억1760만 달러로 역대 최고였을 것이다. 현금흐름도 -9억1950만달러가 아니라 -11억3700만달러가 됐을 것이다. 이는 테슬라 본연의 사업을 통한 실적이 그만큼 나쁘다는 것을 뜻한다. 애초 4월24일 이런 사실을 공시했다면 테슬라의 주가는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일주일 뒤 ‘올빼미 공시’ 하면서 늦춘 것이다.
테슬라의 이런 행태는 이번만이 아니다. 2018년 3분기 테슬라는 3억1100만 달러 순이익을 거뒀다는 실적보고서를 감사를 받아 발표했다. 2016년 3분기 200만 달러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을 본 것이자 역대 최대 규모였다. 주가는 20% 이상 폭등했다. 10월24일 발표한 이 실적보고서에는 오염물질 배출권 판매 매출이 5200달러가 기록됐다. 하지만 11월2일 발표한 3분기 SEC 10-Q에서 순이익 3억1100만 달러 중 1억8950만 달러가 오염물질 배출권 판매 매출에서 나왔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순이익의 61%가 본연의 사업이 아니라 미국 납세자의 도움을 받아 발생한 것이다. 이런 내용이 10월24일 공시됐다면, 주가 상승폭은 훨씬 미미했을 것이다. 이는 주가를 띄우기 위해 회계 술수를 부린 것에 해당한다.
테슬라가 2016년 3분기 처음으로 순이익 2200만 달러를 기록한 것도 결국은 미국 납세자의 덕분이었다. 그때 오염물질 배출권 판매 매출은 1억3900만 달러나 됐다. 이게 없었으면 테슬라는 오히려 1억1700만 달러의 순손실 상태에 있었던 게 된다. 미국 납세자가 지원하는 이런 식의 오염물질 배출권 판매를 통해 테슬라의 매출은 2018년 4억1860만 달러였다. 미국 납세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테슬라의 순손실은 9억8140만 달러가 아니라 14억 달러였을 것이다.
이런 식의 ‘올빼미 공시’를 통한 회계 술책은, 본연의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테슬라의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을 오도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주가 상승폭을 더 크게 하거나, 주가 하락폭을 완화시키는 주가 관리․조작의 이득을 누린다.
뒤늦었지만, 국내 금융위원회가 ‘올빼기 공시’를 단속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테슬라의 이런 행태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보다는 한결 나은 모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