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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를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제조업 기지로 재편할 비전 필요
동북아를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제조업 기지로 재편할 비전 필요
  • 박이택 본지 편집기획위원, 고려대 연구교수
  • 승인 2019.05.10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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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는 글로벌 경제성장 체계에서 주변화돼 있어
남북경협은 동북아 분리라는 장벽을 허물어 동북아 경제협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

[특집 - 동북아경제협력② - 동북아경제협력의 의의와 과제]

동북아라는 공간

동북아라는 공간을 지리적으로 어떻게 확정하여야 할까? 한국과 북한과 일본과 몽골은 전 국토를 동북아라는 지리적 범위에 포함해도 좋지만, 러시아의 모스크바나 중국의 하이난섬을 동북아에 포함하기는 어렵다. 러시아의 모스크바는 유럽 일부로 보는 것이 적당하며, 중국의 하이난섬은 베트남과 거의 같은 위도에 자리 잡고 있으므로, 동남아시아로 간주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고, 중국은 동북아와 동남아에 걸쳐 있으므로, 그 나라 전체를 동북아로 파악하기보다는 한국과 북한과 일본과 몽골에 인접해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역만을 동북아에 포함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중국의 영토 중 동북아에 포함되는 지역은 통상 동북3성으로 통칭되는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이고, 러시아의 영토 중 동북아에 포함되는 지역은 통상 극동 연방 관구(Дальневосточный федеральный округ)이다. (러시아의 극동 연방 관구는 2018년 11월 2일까지는 아무르주, 유대인 자치주, 캄차카 지방, 마가단주, 프리모리예 지방, 사하 공화국, 사할린주, 하바롭스크지방, 추코트카 자치구 등 9개 주로 구성되었지만, 시베리아 연방 관구에 소속되어 있던 부라티야 공화국과 자바이칼 지방이 2018년 11월 3일부로 극동 연방 관구로 이관되어 현재는 11개 주로 구성되었다. 단, 아래에서 극동 연방 관구라는 이름으로 제시하는 통계는 2018년 11월 2일 이전에 극동 연방 관구에 포함되어 있었던 9개 주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렇게 동북아를 정의하면, 동북아는 4개의 나라와 2개 나라의 일부 지역으로 구성된다.

2016년을 예로 들면, 중국에서 동북3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인구의 경우 7.89%, GDP의 경우 7.04%이고, 러시아에서 극동 연방 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인구의 경우 4.22%, GDP의 경우 5.42%여서 동북아에 포함되는 지역이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으며, 중심지라기보다는 변경 지역이다. 그러므로, 동북아 경제협력의 문제를 생각할 때는 한국, 북한, 일본, 몽골, 중국, 러시아 간의 외교 통상 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의 변경 지역 동북3성에 대한 지역정책과 러시아의 변경 지역 극동 연방 관구에 대한 지역정책을 모두 시야에 넣어야 한다.

동북아의 지경학적 특성의 변화(1): 글로벌 경제성장 체계에서 동북아의 주변화

이렇게 동북아의 범위를 확정하면, 동북아의 2016년 인구는 3억 4670만 명으로 세계인구 74억 3300만 명의 4.7%를 차지한다. ASEAN 10개국의 인구가 6억 3900만 명이기 때문에, 인구 규모로는 ASEAN의 절반을 약간 넘으며, ASEAN에 소속되어 있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두 나라 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두 나라를 합한 것보다 인구수가 더 적다. 물론 인구 규모로 ASEAN 10개국보다 2배 이상 큰 중국이나 인도와 비교하면 동북아는 1/4 정도에 불과한 지역이다.

GDP로 보면 2016년 동북아는 8조 3228억 달러이고(이 글에서 사용하는 달러는 모두 2011년 international $ PPP임. 북한의 GDP는 한국의 GDP의 2.2%로 계산하였음.), 세계 전체 GDP는 112조 3328억 달러이어서 세계의 7.41%이다. 동북아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인구에서보다 GDP에서 더 큰 이유는 지역 내 선진국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2016년 동북아 GDP 중 각 나라 및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일본이 58.4%, 한국이 21.6%, 중국의 동북3성이 16.8%, 러시아의 극동 연방 관구가 2.3%, 북한이 0.5%, 몽골이 0.4%이어서, 선진국인 일본과 한국의 GDP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그래서 GDP로 보면, 동북아는 ASEAN보다 규모가 더 크다. 그러나 성장의 역동성을 보면, [그림 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동북아보다는 ASEAN이 훨씬 커서, 1993년에는 ASEAN의 GDP가 동북아의 48.1%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84.4%로 증가하였다.

[그림 1] 동북아, ASEAN, 인도 대륙, 중국의 GDP (constant 2011 international 조 $ PPP)

출처: https://data.worldbank.org, 단 러시아 극동지역은 러시아의 5.42%, 중국 동북지역은 중국의 7.04%, 북한은 한국의 2.2%로 계산함.
출처: https://data.worldbank.org, 단 러시아 극동지역은 러시아의 5.42%, 중국 동북지역은 중국의 7.04%, 북한은 한국의 2.2%로 계산함.

중국을 중앙에 놓으면, 동북쪽에는 동북아가 있으며, 서남쪽에는 ASEAN 뿐만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네팔, 부탄, 방글라데시가 있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 인도 대륙 국가들의 GDP 성장률은 ASEAN보다 더 뛰어났다. 인도 대륙 국가의 GDP는 1998년에 ASEAN을 뛰어넘었고, 2013년에는 동북아도 뛰어넘었다. 인도 대륙의 역동성도 놀라운 수준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역동성과 비교해 보면 오히려 초라해 보인다. 중국, 인도 대륙, ASEAN은 1990년대 이후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규모가 증대되어,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이 중국 및 그 남서쪽으로 이동하였고, 동북아는 글로벌 경제성장 체계에서 주변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성장의 중심축이 중국과 중국의 남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므로 중국의 글로벌 경제 전략인 일대일로 정책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의 글로벌 경제 전략인 인도 태평양 전략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CPTPP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현재 동북아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글로벌 경제 전략에서 핵심적인 지역은 아니다.

동북아의 지경학적 특성의 변화(2):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안과 밖의 공존

동북아가 글로벌 경제성장 체계에서 주변화된 것은 1990년대 이후 전개된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형성이 중국, ASEAN, 인도 대륙을 주 무대로 하여 전개되었으며, 북한, 중국의 동북3성, 몽골, 러시아의 극동 연방 관구는 글로벌 공급망체계 밖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북아를 글로벌 성장체계의 중심축으로 만들 동북아 경제협력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북아가 글로벌 성장체계의 주변이 되게 한 요인들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필요한데, 다음 세 가지 요인이 특히 중요하다.

첫째,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러시아 극동 연방 관구와 몽골의 시장경제로의 이행 성과는 좋지 않았다. 소련과 몽골은 1990년대 세계은행, IMF, ADB 등이 권장하는 이른바 ‘쇼크요법’으로 알려진 급진적 체제 이행을 했는데, 그것은 러시아와 몽골의 잃어버린 10년을 가져왔다. 반면, 중국과 동남아와 인도 대륙은 냉전체제의 종식과 ICT 혁명을 배경으로 전개된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구축과 더불어 급성장하였으며, 이 속에 포함되어 점진적 이행 경로를 택한 사회주의 이행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였다. 2000년대 들어 러시아와 몽골도 신흥경제와 개발경제의 빠른 성장이 견인하는 글로벌 경제성장의 이득을 보기는 했는데, 그것은 글로벌 경제의 빠른 성장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배경으로 자원의존경제를 강화하여 얻은 것일 뿐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제조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으며, 원자재 가격이 약세로 돌아선 현재 성장세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둘째, 1990년대 이래 글로벌 경제성장을 주도한 글로벌 공급망체계 형성의 주도국으로 일본과 한국이 동북아에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동북아 북쪽 대륙 지역이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제조업 기지로 재편되지 못한 것은 북한이 차단막으로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북아 북쪽 대륙 지역의 풍부한 자원이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과 결합하였다면 동북아지역의 경제발전에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였을 것이지만 역사는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셋째,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동북아 선진국인 일본과 한국의 성장잠재력의 급속한 저하이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거품경제가 붕괴하고 대차대조표 불황이 장기 지속하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였고, 2012년 이후 아베노믹스로 대차대조표 불황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불황 탈출일 뿐 고령 사회의 암울함을 벗어던질 만큼 강력한 성장체계를 재건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성장잠재력 저하가 지속하여 현재 성장률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상태에 이르렀다. 한국과 일본의 성장잠재력 저하는 선진경제로의 진입과 고령 사회의 진전에 따라 고도경제 성장이 더는 가능하지 않게 되어 나타난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하도급 조립 기지로 발전을 시작하였던 중국, 동남아, 인도 대륙의 국가들이 모두 하도급 조립 기지를 넘어 제조업 혁신 센터로 전환되었거나 전환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여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 혁신 센터로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음에도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도 작용하고 있음을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그림 2] 동북아 여러 나라 및 지역의 1인당 GDP (constant 2011 international $ PPP)

출처: https://data.worldbank.org, 단 러시아 극동지역과 중국 동북지역의 1인당 GDP는 중국과 러시아 통계청에 제시되어 있는 매년도 루블화 및 위안화 표시 지역별 1인당 GDP를 이용하여 추산한 것임.
출처: https://data.worldbank.org, 단 러시아 극동지역과 중국 동북지역의 1인당 GDP는 중국과 러시아 통계청에 제시되어 있는 매년도 루블화 및 위안화 표시 지역별 1인당 GDP를 이용하여 추산한 것임.

남북경협은 동북아 경제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가?

상대적 지체는 빠른 따라잡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마르크스가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이야기했듯 역사는 한번은 비극으로 다음은 희극으로 끝나는데, 바로 남북경협은 동북아의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모멘텀이다.

앞서 언급했듯 동북아는 그 발전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경제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했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북한이 동북아를 두 쪽으로 나누는 장벽으로 작용하였다는 점이다. 남북경협은 그 장벽을 허물어트림으로써 동북아 경제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지만, 이와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의 역사적 경험이 주는 교훈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첫째, 북한은 광업의 높은 비중이 보여주듯 러시아의 극동 연방 관구, 몽골, 중국의 동북3성과 마찬가지로 자원의존경제의 성격을 농후하게 가지고 있는데, 이 지역들을 자원의존경제의 영역에 그대로 머물게 하거나 더 강화하는 방식의 동북아 경제협력 체계는 장래가 절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을 자원의존경제에서 벗어나서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제조업 기지로 전환할 비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러시아와 몽골은 상대적으로 이행 성과가 좋지 못했지만, 중국과 베트남의 이행 성과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따라서 중국과 베트남과 같은 점진적 이행의 경로를 취하는 것이 북한의 경제발전에도 동북아 경제협력 체계의 구축에도 바람직한데, 중국과 베트남의 점진적 이행을 가능하게 한 주동력이 이들을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제조업 기지로 전환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 외국인 직접투자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그 나라의 시장을 개척 또는 선점하기 위해 진출하는 것이 있고, 다국적기업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그 나라의 경쟁 우위적 요인을 활용하기 위해 진출하는 것이 있는데,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이바지를 한 것은 후자이고, 일본과 한국의 다국적기업은 대부분 후자로 분류되는 다국적기업들이다. 현재 북한의 시장 규모는 크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시장을 노리고 진출할 다국적기업은 많지 않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은 동북아 평화체제의 정착과 공동번영이라는 가치를 입지 선정에 고려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유치를 위해 북한은 동남아보다 더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북한의 경제개발전략을 수립하는데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지는 자세히 검토되어야 한다. 한국은 1960년대에 경제개발을 시작했는데 이 시기에 다국적기업은 제국주의 국가의 신식민지 전략을 구현함으로써 저개발국의 자립적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가능하면 외국인 직접투자가 아니라 차관을 도입하였고, 개발국가가 이 자금을 수출경쟁력 증대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배분하였다. 이와 같은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자를 경쟁력 있는 생산능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이고 교육적인 기초와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개발국가가 필요하다. 당시에 이 조건을 갖춘 나라는 동아시아 NIES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이 나라들만이 높은 성과를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고도성장체계가 동남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저개발국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유형의 성장방식이 출현했기 때문인데, 다국적기업이 그 나라의 경쟁 우위적 요인을 자신들의 경쟁력 강화요인으로 활용하여 그 나라의 경쟁 우위적 요인이 강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 혁신능력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새롭게 추가된 중요한 점이다. 현재 북한에 필요한 것은 산업혁명이 자생적으로 태동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1960년대풍의 개발국가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Doing Business로 표현되는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자신의 경쟁우위를 강화해 줄 수 있는 다국적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전략인데, 이 전략은 1960년대 한국의 개발전략에는 없었다.

넷째, 아시아의 경제발전은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의 발전을 동반했다는 점이다. 경제발전의 초기에 농민이나 노동 빈민에게 괜찮은 근대적인 일자리를 빠르게 만들어 줄 수 없을 때 중국의 향진기업이나 한국의 새마을공장과 같이 일시적으로 겸업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성장체계를 가동하는 데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이것들이 혁신적인 제조업 능력을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규모와 범위의 경제, 지역적 외부성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집적 경제(Agglomeration Economy)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지역균형발전의 요구에 구속된 특구체계를 설계하고 있는데, 그것으로 북한이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제조업 기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평양 진남포 신의주로 이어지는 서선 지대에서는 오랜 기술의 축적 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정밀기계공업과 그를 뒷받침할 뿌리 산업을 정부가 장기산업정책을 수립하여 키워나가면서, 동시에 나진 선봉을 중심으로 한 북선 지대에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대대적으로 유치하여 퀀텀 점프 형의 발전이 가능한 ICT 산업단지를 발전시켜 인구 천만 명 정도의 메트로폴리스로 만든다는 비전을 가지고, 인프라구축 때부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러시아는 자원의존경제의 틀을 벗어나 첨단산업 강국이 되고자 국가적 목표를 수립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를 개조하고 있는데, 러시아 극동 연방 관구도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변화되고 있다. 극동 연방 관구의 수도인 블라디보스토크역 모습. 사진=위키백과
러시아는 자원의존경제의 틀을 벗어나 첨단산업 강국이 되고자 국가적 목표를 수립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를 개조하고 있는데, 러시아 극동 연방 관구도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변화되고 있다. 극동 연방 관구의 수도인 블라디보스토크역 모습. 사진=위키백과

동북아 경제협력의 동력들을 어떻게 결집할 것인가?

동북아 경제협력의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북한의 대변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대변환을 가능케 할 비전뿐만 아니라, 동북아 각 나라와 지역의 경제협력 동력들을 동북아를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제조업 기지로 재편하는 동력으로 융합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동북아 각 나라와 지역에서는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동력들이 형성되고 있는데, 몇 가지 중요한 점만을 언급하여 둔다.

첫째, 러시아는 자원의존경제의 틀을 벗어나 첨단산업 강국이 되고자 국가적 목표를 수립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를 개조하고 있는데, 러시아 극동 연방 관구도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변화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극동 연방 관구는 시베리아 연방 관구의 2개 주를 이관 받아 더 확대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극동 연방 관구의 행정중심지는 원래 하바롭스크였지만, 2018년 10월에 극동 연방 관구의 행정중심지를 연해 지방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 당시 연해 지방 주지사 대행이었던 Oleg Kozhemyako가 12월 13일 연해 지방 주지사 선거에 당선되자, 동 일자로 푸틴 대통령이 극동 연방 관구의 수도를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기는 대통령령에 서명하여 현재 극동 연방 관구의 행정중심지는 블라디보스토크로 되었다. Oleg Kozhemyako는 주지사가 된 후 연해 지방으로부터의 수출을 2024년까지 2배로 늘리겠다는 비전을 대통령부에 제시한 바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모두 남북경협의 시대가 가져올 동북아 경제협력 체계 구축에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둘째, 중국은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 따라 동부 연해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하였는데, 2000년대 들어 지역 격차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상하자 지역 격차의 시정이 중요한 정책이념이 되면서 서부대개발(西部大開發), 중부굴기(中部屈起)와 더불어 동북3성을 개발하겠다는 동북진흥(東北振興)이 추진되었다. 최초로 구상된 동북진흥정책은 2003년에 국무원이 발표한 ‘동북지역 노후공업기지 진흥에 관한 의견’이며, 이후 국무원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동북진흥과 관련된 수많은 정책을 쏟아냈는데, 2016년도에도 ‘동북지역 노후공업기지의 전면적 진흥에 관한 의견’, ‘동북지역 노후공업기지 진흥 3개년 실시방안’, ‘동북지역 경제의 안정적 발전에 관한 중요 조치 관련 의견’, ‘동북진흥 13.5규획’ 등 굵직한 4개의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원래 전국 1인당 GDP보다 20% 정도 더 높았던 동북3성의 1인당 GDP는 2016년에 전국 1인당 GDP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 추세는 2017년도에 더 강화되었다. 동북지역의 진흥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동북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광역적인 지역발전 구도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일대일로 정책은 동북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 일대일로 정책은 원래 중국이 동유럽, 동남아시아, 인도 대륙, 중동, 아프리카로의 진출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구축과 사업기반 마련을 목표로 수립한 것이지만, 이것은 각 지방정부가 그 지역에 적합한 지역발전 모델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국제 협력체계를 주동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 일대일로 정책은 국제적 협력체계의 형성을 일대일로에 한정하지 않는 다대다로 정책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동북3성의 지방 정부들도 다대다로 정책의 틀 속에서 동북3성의 지역적 필요에 따라 동북아 경제협력 체계 구축에 주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남북경협을 계기로 동북아 경제협력 체계의 구축이 본궤도에 오르면 동북3성의 지방 정부들도 적극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 기대된다.

셋째,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동북아의 성장잠재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고,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현재 일본이 동북아 경제협력에 큰 관심을 표명하지 않는 것은 먹을 수 없는 포도를 신 포도라 치부하는 여우의 심정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은 미중 무역전쟁이 동반할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재편을 일본이 중국과의 사업 공조체계를 발전시키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일본기업들의 야수적 감각에 기초하여 미중 무역전쟁이 최고조인 시기에 일중 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남북경협이 새로운 동북아 경제협력의 시대를 여는 순간 일본기업의 야수적인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미국 정부나 미국기업들이 북한의 경제개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미국의 일차적 관심은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미국의 잠재적 안보위험을 제거하는 것에 있으며, 현재 트럼프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아니라 본국 회귀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이 북한의 경제발전에 일정한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에 요구하여야 할 것은 북한이 미국 시장에 우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신보호주의적 입장에서 미국은 자국 시장으로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어서 북한이 미국 시장에 우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가지게 된다면, 그것은 북한이 글로벌 공급망체계의 제조업 기지가 되는데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남북경협을 바탕으로 동북아 경제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대장정은 이미 2018년에 시작되었다. 2019년 한 해가 동북아 경제협력의 새 지평을 여는데 초석이 되는 의미 있는 성과들이 축적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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