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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전략적 묵계의 해체와 한반도 평화
미중의 전략적 묵계의 해체와 한반도 평화
  • 박종철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
  • 승인 2019.05.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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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기득세력과 평화세력의 대립의 축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반기 정치일정상 어려움 커질 것, 상반기 중 평화협정 체결 필요해

[특집 - 동북아경제협력④ -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분석]

신냉전은 시작되는가

1947년 3월 트루먼 대통령의 터키와 그리스를 둘러싼 정책은 사실상 전승국 사이의 전략적 경쟁을 선언한 것이었다. 따라서 미소라는 지향점이 다른 세계대전 당시의 연합국의 지도국가는 승전이후 냉전을 시작했다. 냉전시기 미국은 핵무기,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군사기술뿐만이 아니라 경제와 민간 영역에서도 지구촌을 압도했다.

비록 패권국 미국도 권력정치, 견제와 균형, 강압을 이용하였지만, 인류문명의 이전 패권국가들과 비교하면 미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경제, 군사, 정치, 이데올로기 등 각 분야에서 확산하였다. 미국은 앵글로섹슨 방식의 국제규범, 자유무역, 금본위제와 기축통화, 항해의 자유 등을 구현하였고, 정치적으로 UN, EU, ASEAN, NATO 등의 다자안보기구와 경제적으로 GATT(WTO), WB, IMF, G7, G20 등 지역기구가 출현하며, 패권국 미국의 자유주의적 질서를 강화하는 레짐이 되었다.

그러나 소련이라는 적이 사라진 탈냉전시기에 미국은 자유주의에서 미국 우선주의로 선회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후 미국은 TPP(2017.1.24.), 파리기후협약(2017.6.1.), 유네스코(2017.10.12.), 이란핵협정(2018.5.8.), UN인권위(2018.6.20.) 등을 탈퇴하거나 탈퇴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자유주의 글로벌 질서는 도전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건설한 자유주의 질서를 스스로 해체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시진핑 주석은 오히려 자유주의 질서를 옹호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은 미국과 동맹의 국력하락과 불완성에 따른 질서해체로 분석하고 있고, 트럼프 정권은 국내적으로 권위주의 중국이 자유주의 글로벌 질서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태도에 대하여 무임승차론과 자격논쟁으로 비난하고 있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본격화 하고 있는가

1978년 12월 개혁개방부터 40년간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개입(Engagement)이었다. 이는 미국은 격렬한 미소냉전 상황에서 반소노선의 중국을 미국의 질서에 편입시켜 전략적 경제적 상호이익을 취하며, 중국의 발전을 모색하는 전략이었다. 이에 대하여 중국의 대미 전략은 유합(融入) 전략으로 미국주도의 자유주의 글로벌 질서 체제에 편입되면서 자신의 사회주의 특색을 유지하며, 기상을 숨기며 우선 경제발전에만 전념하는 전략이었다.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중미 관계는 협력속에 접촉이 확대되었고, 상호 비판을 삼가하는 전략적 묵계가 있었다. 그러나 잠정적이며 기만적인 동상이몽의 묵계(默契)가 통화, 무역, 일대일로 분야 등에서 마찰로 노출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양국의 종합국력이 급격하게 축소되었고, 당시 미국 정부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중국발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5년 오바마 정부는 대중 전략 논쟁에서 구조의 실패와 새로운 틀(Flamework)에 대하여 토론하였다. 40년간 이어온 미중관계가 임계점(Tipping Point)에 도달하였고, 미중 사이에 불평등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지 혹은 미국은 개입전략이 실패했는지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를 구호로 하는 대전략이 발표되었다. 공교롭게도 12월 미 국방부는 ‘신시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A New National Security Strategy for a New Era)’를 발표하였다. 상호 ‘신시대’의 개념이 매우 다르다는 것은 거론할 필요도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개성 넘치는 트럼프 대통령은 ‘신시대’를 시진핑이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는 노선으로 인식하고 있고,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를 약화되는 국력을 인정하지 못하고 몸부림치며 자유주의 질서의 해체를 가속화하는 어리석은 패권국의 짜르와 같은 지도자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는 개입과 협조 기조의 대중 전략에서 전략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나 경쟁자(rival)로 중국을 인식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미국정부의 40여년간 전략적 전제는 ‘미국의 부상과 미국의 세계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환영한다. 그것은 중국의 자유화이다.’였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러한 기본적 전제를 착오라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자유사회와 압제정권(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기초한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중 냉전이라는 지루하며 조용한 전쟁에 돌입할지 혹은 협조노선을 유지할지 트럼프와 시진핑의 입장은 현재로서는 명확한 것은 아닌 듯 싶다. 예를 들면, 경제분야에서 지적재산권, 무역역조, 경제모형 등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일대일로를 둘러싼 지정, 지경학 분쟁의 점진적 증가, 군사경쟁분야에서 경제와 평화 사이의 (냉전도 아닌) 회색시대, 미국의 교육문화영역에서도 매카시주의적 발상(이민자혐오와 같은) 등이 증가되는 현상이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고 싶은 트럼프와 신형대국관계를 주창하는 시진핑 사이에 평화공존이 가능한지가 향후 지구촌의 중요한 안보경제질서의 질문이 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중미 관계는 협력속에 접촉이 확대되었고, 상호 비판을 삼가하는 전략적 묵계가 있었다. 그러나 잠정적이며 기만적인 동상이몽의 묵계(默契)가 통화, 무역, 일대일로 분야 등에서 마찰로 노출되고 있다. 제1회 동북아경협평화포럼 모습.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중미 관계는 협력속에 접촉이 확대되었고, 상호 비판을 삼가하는 전략적 묵계가 있었다. 그러나 잠정적이며 기만적인 동상이몽의 묵계(默契)가 통화, 무역, 일대일로 분야 등에서 마찰로 노출되고 있다. 제1회 동북아경협평화포럼 모습.

미중의 한반도 전략과 김정은의 위험회피(Hedging) 전략

시진핑은 인류운명공동체(Share the Future), 신형대국관계, 일대일로와 같이 중국의 과거 지도자들보다 패권국가 지도자와 유사한 글로벌 전략과 외교수사를 구사하고 있다. 마오쩌둥은 혁명을 통하여 중화민족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고,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통하여 소강사회를 구현하는 디딤돌을 놓았다. 이를 기반으로 시진핑은 패권국 지도자와 같은 언술은 하면서 트럼프와 마찰을 빚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한반도 문제는 역사적으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었다. 가까운 시기에도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하는 임진왜란, 청일전쟁, 한국전쟁에 중국은 참전하였고, 한반도는 잿더미로 변했다. 한반도로서도 중국은 선진문물의 접근 통로이면서 동시에 간섭과 개입하는 대국이었다. 1961년 7월 북한은 중국과 군사동맹조약을 체결하였고, 20년마다 갱신되고 있다. 2013년 제3차 북핵실험 이후 북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치달으며 중국학자들 사이에 동맹조약 갱신 불가론이 유행하였지만, 2018년 한반도 데탕트 분위기속에서 북중관계가 밀착되면서 이러한 문제제기는 사라지게 되었다. 더불어 트럼프의 대중 개입의 심화와 한미동맹의 대칭점으로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중국 싱크탱크내에서 다시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2018년 9월 요녕성 정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한반도를 포함하는 구상도 발표하였다. 미중 전략적 경쟁 국면과 북중 관계 개선 상황에서 북중동맹이 더욱 밀착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중국은 대국주의와 수정주의로 믿을 수 없는 상대이면서도,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후견인으로 필요한 대상이다. 특히 볼턴과 같은 강경파가 주장하는 리비아 모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같은 주변국의 보상, 상응조치 등의 안전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리비아식 모델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이었다. 그러나 북중러의 입장에서 선 비핵화 이후, 국가가 붕괴되어 독재자 카다피가 처형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 더욱 잔인한 IS가 인민을 도살하였고 더욱 잔인한 인물들이 출현한 것이다. 현재 미북 비핵화 협상의 특징은 김정은은 동창리 파괴, 풍계리 파괴, 인질 석방 등과 같은 가시적인 현찰을 지불하고 있지만, 트럼프은 비핵화 이후라는 수표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입장에선 만약 미국이 리비아에서처럼 배신을 한다면 이라는 가정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적과의 대화에서는 불신을 배경으로 언제든지 상호 속임수가 난무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당연한 가정인 것이다.

김정은이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며 동시에 중국을 4차례 방문한 배경에는 이러한 가정도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배신을 한다면, 김정은으로서는 1961년 동맹조약을 통하여 핵우산과 안전보장, 상응조치로 경제협력을 시진핑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이다. 시진핑으로서 한반도 비핵화는 트럼트의 이익과 일치하기 때문에 비핵화 달성과 북한의 체제안정을 위하여 김정은의 노림수를 알면서도 수용하는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세계무역과 한반도 안보를 묶는 연계전략을 구사하며, 중국의 한반도정책을 둘러싸고 시진핑에 대하여 배후론, 책임론 등 다양한 비난을 공개적으로 했다. 일단 종합국면에서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는 중국은 ‘조용한 외교’를 하며, 미중무역전쟁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둘러싸고 분리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올 상반기는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마지막 기회이다

올초 김정은의 신년사, 북중・북미 정상회담을 보았을 때, 한반도 평화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이 된다. 그러나 핵의 신고, 사찰, 검증, 해체와 상응조치로서 연락사무소 개설, 경제지원 등을 둘러싼 디테일의 악마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고, 곳곳에 숨은 지뢰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미국 여론의 적이 된 트럼프에 대한 공격이 심화될 것이고, 냉전기득세력들이 북미 대화에 대한 회의론을 지속적으로 선전할 것이다. 더욱이 올해 중국과 북중수교 70주년, 내년의 미국, 타이완의 선거 등 미중관계에 자극할 만한 여러 지뢰가 있다. 역사적으로 북중관계는 상당한 대립 속에서도 10년 단위의 꺽어지는 해에는 중국이 대규모로 선물외교를 했고, 이는 제재문제와 연동되어 미중 대립의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내년 미국, 타이완 선거가 있는데, 내부 단결을 위한 반중 선거캠페인은 하나의 패턴이 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의 체결은 미중 협력이 필수적인데, 하반기 정치일정상 미중은 전략적 경쟁구도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에게 적당한 갈등은 내부단결과 지지율 제고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무역과 금융에서 손실을 입고서라도 정치인들은 얻고 싶은 정치적 이득이 숨어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과 ICBM실험으로 사실한 핵보유국이 된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에 지불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현재 핵과 미사일의 동결상태와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어쩡쩡한 평화라는 타협상태가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치일정상 좋은 상태일 수도 있다. 실제 남북 갈등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남북 당사자이기 때문에, 트럼프와 시진핑은 현재의 소극적 평화에서 적당한 타협을 볼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필자가 최근 방문한 북중 국경도시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많은 건축물, 쇼핑센터, 호텔 등이 건설되고, 다양한 화물차, 관광버스가 증가하고 있다. 북한경제상황을 본다면, 남아프리카처럼 제재국면에서 협상이 깨지면, 버티면 또다시 핵개발 노선으로 선회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각국의 협상파들이 냉전분단세력들에 의하여 공격을 받고 있고, 트럼프와 김정은도 역시 국내적으로 고독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으며 우리 외교안보 라인도 유사한 국면이다. 현재 한반도 평화의 핵심은 북미 협상보다도 냉전기득세력과 평화세력의 대립의 축을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성이 있다. 올해 시간이 흐를수록 미중대립과 미국내 협상 동력이 상실되는 정치일정을 가지고 있다. 시간은 평화세력의 편이 아니다. 최대한 상반기에 빠른 속도로 평화협정을 맺는 시간표를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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