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작가 히로세 다카시 주간아사히 기고에서 통렬 비판
스가 관방장관, ‘백색국가 리스트 배제와 군사정보보호협정 유지는 별개’
일본 원로 지식인의 기억력은 정확하고 세월이 흘러도 양심은 타락하지 않는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겸 작가이자 원로 평화운동가가 일본 언론들이 한일청구권협정에서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유지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베 정부의 말만 보도하고 있다는 따끔한 지적이 나왔다.
히로세 다카시(77)는 최근 시사전문지 슈칸아사히(주간조일) 온라인판에 실을 글에서 “많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고령으로 세상을 떴지만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배상을 요구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1965년 6월22일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한 시나 에쓰사부로 당시 외무상이 그해 11월19일 일본 국회에서 “협정으로 한국에 지급한 돈은 새 나라의 출발을 축하하고 한국 경제가 번영할 수 있도록 경제협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독립축하금’ 성격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5년 1월 한국 정부가 공개한 5권으로 된 한일청구권협정 문서를 보면, 1965년 5월14일 일본 외무성 회의실에서 진행된 제7차 한일회담 청구권 및 경제협력위원회 제6차 회의 회의록에서 일본 쪽 수석대표는 “우리의 측의 제공은 어디까지나 배상과 같이 의무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협력이라는 기본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등 한국에 지급하는 자금의 기본성격을 ‘경제협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목은 수두룩하다.
히로세 작가는 글에서 1991년 8월27일 야나이 슌지 당시 외무성 조약 국장도 (참의원 답변에서)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 “개인의 청구권 자체를 국내 법적인 의미에서 소멸시켰다는 것은 아니다” “외교보호권만 소멸한 것이다”고 명백히 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2003년 9월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준비서면에서 “일본이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바꾼 뒤, 현재 아베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히로세 작가는 일본 기업에 배상금을 내지 말라고 지도해 왔다는 아베 정부의 말에 대해 일본 언론이 문제제기를 해야 함에도 되레 앞장서서 한국 비판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본 언론이 정확한 사실관계와 역사에 눈을 닫고 아베 정부의 말만 받아쓰고 있다는 따끔한 지적인 셈이다.
히로세 작가는 “일본은 70만명 이상이나 되는 조선인을 주로 농촌 지대에서 강제로 납치해 탄광이나 금속 광산에서 채굴, 도로나 터널 건설, 철강업 노무 등에 강제로 내몰았다”며 “(이렇게) 큰 피해를 보며 인생이 엉클어진 조선인 근로자 개인에 대해 지금까지 전혀 배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일반 관방장관은 다음달 24일 만료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해 유지할 방침을 확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7월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 내에서 정보보호협정 파기 여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한일이 연대해야 할 과제는 확고히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 입각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연장을 바란다는 견해를 취했다.
이는 백색국가 리스트 제외 결정과는 별개로 정보보호협정은 지속하겠다는 뜻을 공식 내비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사실상 보복조치로서 다음달 2일 각의에서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한국 제외’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스가 관방장관은 부산시가 일본과 행정교류를 관계 개선 때까지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에는 “대단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일 정부의 관계가 어려운 상황이라도 양국 관계의 장래를 위해서 상호이해의 기반인 국민 간 교류, 자치체 간 교류는 지금부터라도 확실히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