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2-20 15:50 (금)
GE 최소 380억달러 규모 회계부정 의혹 터져
GE 최소 380억달러 규모 회계부정 의혹 터져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8.16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기요양보험 재보험 회계부정 최소 290억달러
석유․가스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 인수시 90억달러 회계부정

전기․전력뿐 아니라 미디어․종합금융 등 복합기업그룹을 형성하며 한때 미국 시가총액 세계 제1위를 기록했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존폐의 위기에 몰릴 수 있는 대형 회계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GE가 장기요양보험 상품에 대한 재보험(reinsurrance) 계약에 대한 회계처리에 380억달러 규모의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380억달러 규모의 회계부정 의혹이 터진 GE 로고. 사진: 위키피디아
GE 로고.
사진: 위키피디아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버나드 매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이 벌인 500억달러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을 금융당국에 제보한 해리 마코폴로스다. 매도프는 고수익을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인한 뒤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원금으로 앞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2008년 12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150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마코폴로스와 25년 경력의 금융사기에 대한 범죄과학(포렌식) 전문가 2명 등으로 이뤄진 조사팀은 7개월의 분석 끝에 8월15일 펴낸 175쪽 분량의 ‘제너럴 일렉트릭 내부고발 보고서’에서 GE의 회계부정 규모를 380억달러(약 46조1700억원)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이는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인터넷 웹사이트(www.GEfraud.com)에도 공개됐고, 금융당국에도 제출됐다.

마코폴로스는 “(GE에서) 엔론과 같은 비즈니스 접근을 확인했다”며 “엔론보더 더 큰 사기”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조사와 관련해 GE의 주가 하락에 베팅한 한 헤지펀드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론은 2001년 분식회계가 적발돼 파산한 미국 에너지 기업이며, 분식회계를 방조한 미국 굴지의 컨설팅회사 아서앤더슨도 2002년 해체됐다.

회계부정 의혹의 핵심에는 GE 10여개 사업부문의 핵심에 해당하는 GE캐피탈이 8개 장기요양보험회사와 체결한 보험상품에 대한 재보험 계약이 자리한다. 보험가입자들의 고령화에 따라 위험이 커지고 그만큼 준비금을 쌓아야 하는데 GE나 8개 장기요양보험회사들이 이런 문제를 숨기기 위한 부정확한 재무제표를 금융감독당국에 제출해 왔는데, 그 은폐 규모가 최소 290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2017년 7월 GE가 석유․가스 서비스업체인 베이커휴즈를 인수하는 과정과 관련된 90억달러 규모의 회계부정이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380억달러는 GE 시장가치의 40%를 웃도는 규모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재보험 가입자의 평균연형은 75살이며, 76~80살 연령대의 장기요영보험금 신청은 7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회계부정 의혹 반영시 GE 부채비율 300% → 1700% 껑충

보고서는 장기요양보험 상품에 대한 추가 적립금으로 GE는 185억달러를 현금으로 즉시 쌓아야 하며, 2021년 1분기까지 비현금 준비금으로 105억달러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GE의 2018년 말 운영자금은 -200억달러인 상황에서 이런 추가 준비금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GE는 파산 신청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최소 380억달러 규모의 회계부정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면 GE의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300%에서 1700%로 상승한다.

"엔론보다 더 큰 사기"라는 제목으로 GE의 380억달러 규모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한 웹사이트.
"엔론보다 더 큰 사기"라는 제목으로 GE의 380억달러 규모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한 웹사이트.

의혹을 제기한 보고서에 대해 GE는 성명을 내어 “마코폴로스와 얘기하거나 접촉한 사실도 없고 보고서를 보지도 않았으며,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가 들은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래리 컬프 최고경영자도 성명에서 “GE는 위법행위 주장에 대해 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만 이번에는 시장 조작”이라며 “보고서는 팩트에 대한 거짓 설명을 담고 있고, 보고서 공개 전에 우리와 함께 검증했다면 그런 주장은 수정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코폴로스는 정확한 분석에는 관심이 없고 GE 주가의 급락을 조성해 자신과 (GE 주가의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의 개인적 이득을 얻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의혹 공개 이후 미국 뉴욕증시에서 GE의 주가는 11.30% 폭락하며 2008년 4월 이후 약 11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