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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 개도국 간 FDI 거의 절반 차지
다국적 기업, 개도국 간 FDI 거의 절반 차지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11.01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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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 투자자’ 추적했더니 개도국 간 FDI 50%가 아닌 28%
초국적 기업 조세회피 위한 도관․역외금융센터 효과 통제
대중 FDI에서 미국 비중, 공식 통계 1%, 궁극 투자자 접근법 10%
유엔무역개발회의, 유령 해외직접투자 쫓아내는 방법론 개발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활동과 이후 사업활동에 따른 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세피난처나 역외금융센터를 직접투자국으로 설정하는 이른바 ‘도관’ 효과를 통제하고 ‘궁극 투자자’를 추적해 봤더니, 개발도상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직접투자를 뜻하는 ‘남‐남 외국인직접투자(S‐S FDI)’ 비중이 공식 통계상의 50%가 아니라 28%에 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공식통계상 남‐남 FDI의 거의 절반이 실제로는 선진국 경제에서 개도국으로 간 것이었다는 얘기다.

글로벌 FDI 추이(자료: UNCTAD, 2019년 6월)
글로벌 FDI 추이(자료: UNCTAD, 2019년 6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투자기업국 선임경제학자 브루노 카세야가 이 기구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초국적 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s)’에 최근 실은 ‘궁극 투자자를 찾아 도관 FDI를 관통하기 - 확률적 접근’에서 이런 계산결과를 내놨다. 또한 지역 내 FDI에서 개도국 경제 간 직접투자 비중도 공식 통계의 36%에서 28%로 줄어든다고 밝혔는데, 이는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지난 6월 펴낸 ‘2019 세계투자보고서’에서 “남‐남 FDI의 상당 부분의 궁극적인 소유자는 선진국 경제의 초국적 기업”이라는 평가를 실증으로 뒷받침한 것에 해당한다.

적용한 방법론은 옛 소련의 수학자 안드레이 마르코프가 도입한 ‘흡수 마로코프 사슬’(Absorbing Markov chains)인데, 양자 FDI 수혜국에 대한 궁극 투자자의 확률 분포를 계산할 수 있게 해준다. 통제 연결고리(투표권의 50% 이상인 소유권)를 통해 소유권 사슬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기업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하나의 기업에 이를 경우, 이 기업이 직접투자기업의 해당 투자결정을 통제하는 기업을 뜻하는 ‘궁극 투자자’(ultimate investor)다. 현재 양자 FDI 수혜국은 공식 통계상으로 100개국이 넘고 전체 FDI의 95%를 차지한다.

궁극 투자자 접근법을 적용하면,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받는 타격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온다. 공식 통계상으로 미국의 대중 FDI 비중은 중국으로 유입된 총 FDI의 1% 남짓이다. 하지만 궁극 투자자 접근을 통해 도관 효과를 걷어내면 약 10%로 증가한다. 이는 미국계 기업 내 거래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 인상이 미국 기업에 주는 타격이 큰 효과를 낳는다.

궁극 투자자 접근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파장도 좀 더 정확히 가늠해 볼 수 있다. 네덜란드나 룩셈부르크처럼 유럽의 대표적인 도관 관할구역을 통제하고 궁극 투자자를 따져봤더니, 투자자로서 유럽연합의 대영국 FDI는 공식 통계상의 41%에서 32%로 줄어든다. 9%포인트만큼이 유럽연합이 아닌 지역의 궁극 투자자가 네덜란드나 룩셈부르크와 같은 도관을 경유해 영국에 투자했다는 얘기다.

흡수 마르코프 사슬을 이용한 대독일 FDI 궁극 투자자 해부(자료: UNCTAD)왼쪽: 독일 정부가 보고한 궁극 투자자 데이터, 가운데: 공식 양자 FDI 통계, 오른쪽: 궁극 투자자 접근법 추정
흡수 마르코프 사슬을 이용한 대독일 FDI 궁극 투자자 해부
(자료: UNCTAD)
왼쪽: 독일 정부가 보고한 궁극 투자자 데이터
가운데: 공식 양자 FDI 통계
오른쪽: 궁극 투자자 접근법 추정

‘흡수 마르코프 사슬’을 이용해 나온 궁극 투자자 데이터는 궁극 투자자를 보고하는 유럽연합 12개국 정부 데이터와 거의 같았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정부가 보고한 궁극 투자자는 미국계 22개, 영국계 11개, 스위스계 7개, 네덜란드계 7개, 프랑스계 7개, 룩셈부르크계 7개, 일본계 5개, 이탈리아계 4개, 스페인계 3개, 오스트리아계 3개이다. 궁극 투자자 접근법은 스위스계 10개, 룩셈부르계 1개을 빼면 정부 데이터와 같았다. 공식 양자 FDI 통계상으로는 미국계는 8개에 그치고 네덜란드계가 22개, 룩셈부르크계가 19개나 된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비슷했다. 공식 양자 FDI 통계상으로 미국계는 9개였지만, 정부가 보고한 궁극 투자자와 궁극 투자자 접근법은 모두 18개였다. 네덜란드와 툭셈부르크는 정부 데이터는 각각 13개, 22개였지만, 궁극 투자자 접근법은 6개, 5개, 궁극 투자자 접근법은 5개, 1개였다.

논문은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짤 때 공식 통계상의 즉시 투자자가 아니라 이를 넘어서 투자 결정이 어디에서 이뤄지는지를 파악하는 투자 네트워크에 대한 포괄적 시야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또한 이 접근법은 국제적인 조세 회피 방지를 막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활동과 이후 사업활동에 따른 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종이회사)’를 세우는 ‘도관’으로 이용하는 대표적인 지역들로는, 법인세․소득세가 미미하거나 없는 중남미의 영국령 케이먼군도, 미국령 버전아일랜드, 파나마, 유럽의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등이 꼽힌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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