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 미군 감축설 등으로 발언 의도 주목받아
[이코노미21 원성연 편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국 병력의 의무가 아니라고 말해 발언의 의도가 무엇인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열린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미군의 책무는 다른 나라들을 재건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를 외부의 적들로부터 강하게 지키는 것이라는 근본적인 원칙을 복원하고 있다”며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오래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국 병력의 의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의 적들에게 알리겠다”며 “우리 국민이 위협받는다면 우리는 결코 행동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싸워야 한다면 우리는 싸워서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주독 미군 감축뿐 아니라 주한, 주일 미군 방위비 협상 등으로 동맹국과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며 미국이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번 발언은 이같은 입장의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미중갈등 심화, 주독 미군감축, 주한‧주일 방위비 협상 등 국제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오래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국 병력의 의무가 아니다”라는 그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동맹국들의 현안이나 국제적 문제보다는 미국과의 연관성 다시 말해 미국 이익을 더 중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언에선 구체적으로 한반도 문제나 주한 미군 방위비 협상은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미국이 세계경찰 또는 힘의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주한 미군의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세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집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이는 세계 각국에 주둔한 미군과 분쟁지역에 파견된 미군들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주독 미군 감축도 방위비 증액문제만이 아니라 유럽에서의 미군 역할을 축소하고, 이 공백을 유럽국가들이 스스로 메우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 주독 미군 감축이 확정될 경우 주한 미군 감축도 배제할 수 없으며, 미국은 이를 한·미 방위비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강경 발언과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대북 경고를 담고 있다고 분석하지만 설득력이 높지 않다. 북비핵화 문제는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오래된 갈등”이 아니라 미국에게 현실적인 위협요소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발언은 역시 “우리는 세계 경찰이 아니다”이다. 이 발언은 미국이 세계 경찰의 지위를 포기할테니 각국은 방위력을 스스로 올려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이해된다. 결국 미군 주둔에 따른 비용을 충분히 지불하던가 감축된 미군만큼 군사력 공백을 메우던가 선택하라는 것일 수도 있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