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사거리 180㎞로 미사일지침 시작돼
미사일지침 해제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할 수 있어
동북아 및 국제정치적 영향력 커질 것
[이코노미21 신성은 선임기자] 우리나라의 미사일 개발에 걸림돌이 되었던 한미 미사일지침이 42년만에 종료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해온 미사일지침이 종료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군사적 필요에 따라 독자적으로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고체 연료 우주로켓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는 한국의 군사주권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1979년 10월 미국에서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조건으로 사거리를 180㎞로 제한하기로 결정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2001년 1월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도록 1차 개정이 이뤄졌다. 사거리 300㎞로는 북한의 주요 지역조차 사정권에 들지 못하는 수준으로 사실상 미사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2012년 10월 사거리를 800㎞로 늘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0년대 후반 300~800㎞인 현무-2A와 2B, 2C를 개발했다.
한미 미사일지침에서 큰 변화가 발생한 시점은 2017년이다. 한미는 2017년 11월 사거리는 800㎞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탄두 중량 제한 해제를 합의했다. 사거리 제한이 있긴 하지만 탄두 중량 제한이 사라짐에 따라 미사일 개발의 폭은 크게 넓어졌다. 이 합의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미사일 강국으로 진입하게 된다.
지난해 7월에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도 사라졌다. 이에 따라 미사일지침 가운데 800㎞ 사거리 제한만이 남게 됐다. 우리나라는 미국에게 사거리 제한을 해제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사거리 제한이 실질적으로 효력을 상실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탄두 중량을 줄이면 사거리가 길어지게 된다. 지난해 시험발사한 현무-4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800㎞, 탄두 중량 2t인데 만약 탄두 중량을 현무-2 수준으로 줄이면 사거리는 1000㎞를 넘는다. 사거리 1000㎞는 북한 전역뿐 아니라 일부 중국 지역까지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거리 제한이 실질적 효력을 상실했다지만 미사일 지침 해제는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가 군사적 필요에 따라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일반적으로 사거리 8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전략적 무기로 평가된다. 사거리 800~1000㎞ 이상은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500~3000㎞ 이상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수십년에 걸쳐 미사일 개발 능력을 키워 왔지만 한미 미사일지침에 막혀 중거리 미사일을 사실상 개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미사일지침 해제로 우리나라는 중국 동부해안‧동북부 지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사정권으로 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졌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한미회담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기도 하다.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는 우리나라의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사일 사정거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