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디디추싱, 앤트그룹 등 금융기관과의 관계 집중 조사
WSJ “서구식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노력 중 하나”
[이코노미21 신성은 선임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말부터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관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거대 정보기술기업과 부동산 기업 대출 등에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이 금융기관과 민간 기업간 관계를 면밀히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번 조사가 국유은행, 투자펀드, 금융 감독 당국 등이 민간 기업과 과도하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주도할 예정이며 25개 금융기관이 조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350조원의 부채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와 세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 알리페이 자회사인 앤트그룹과 금융기관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WSJ은 이번 조치가 시 주석이 집권한 이래 가장 광범위한 조사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조사가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의 기점이 될 내년 가을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 경제 체제를 서구식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광범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기율위 서기는 이번 조사가 시작되기 전 열린 지난달 26일 회의에서 “어떤 정치적 일탈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WSJ은 “시 주석의 목표는 중국 경제를 완전히 통제함으로써 거대 민간기업과 국가 권력을 위협하는 다른 권력자들이 금융 부문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WSJ은 이번 금융 기관에 대한 조사는 금융 부문의 방패막이였던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의 영향력 약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 집권 1기(2012~2017)에 중앙기율위 서기를 맡아 반부패 사정 작업을 지휘했으며 지난 8월 왕 부주석의 측근인 사정·감찰기구인 중앙순시조 부조장을 지낸 둥훙(董宏)이 800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WSJ는 “(이번 일로 인해) 왕 부주석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중국건설은행의 HNA그룹 대출과 중국 중신(中信)그룹의 헝다 대출 등이 조사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신그룹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 대출에 대한 거듭된 경고에도 헝다에 1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WSJ는 “중신그룹 외에도 중국 4대 국유은행인 중국농업은행을 포함한 국유은행,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대형 보험사, 국영 펀드 등도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과정에 대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