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 ‘11년~17년 증가하다 ’18년부터 하락세
전일제 환산 방식은 한 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으로 계산
주당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일반 고용률의 한계 보완
작년 전일제 환산 취업자 2651만2천명…2017년 대비 209.2만명 급감
[이코노미21 김창섭 본부장] 우리나라 취업자의 ‘머릿수’는 늘었지만 고용상황은 질적으로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최근 4년(2017년~2021년) 간 임시·일용직, 도소매 숙박음식업종 등 고용 취약계층은 물론 '경제 허리'로 불리는 3040세대의 고용이 질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에게 의뢰한 ‘전일제 환산 취업자로 본 고용의 변화 연구’에 따르면 통계청 취업자 수와 달리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8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전일제 환산(FTE)방식은 한 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주 20시간 근무를 하면 0.5명으로 60시간 근무하면 1.5명으로 집계된다. 이는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일반 고용률의 한계를 보완한 것으로 OECD에서도 공식 통계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651만2천명으로 2017년에 비해 7.3%(209.2만명) 급감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수가 같은 기간 2.1%(54.8만명) 증가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2년 간의 고용 상황에 대한 진단 역시 2021년 통계청 취업자 수는 2019년 대비 0.6%(15만명)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전일제 기준으로 환산하면 4.0%(109.3만명) 감소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에서 전일제 환산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도소매업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347만명으로 2017년 대비 20.0%(86.7만명)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폭(-44.2만명, -11.6%)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숙박·음식업도 2017년 대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19.0%(51.8만명),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는 8.3%(19.0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분야도 기존 통계에 비해 실제 고용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분야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021년 455.5만명으로 2017년에 비해 11.3%(58.1만명) 감소했다. 반면 통계청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취업자 수가 4.3%(19.8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실제 제조업 고용시장의 타격이 통계 대비 약 3배 가량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전후로 일거리가 줄어 제조업 근로자들이 퇴근 후 대리운전 등 투잡에 나서며 고용 통계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집계되는 ‘통계 거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정책이 집중됐던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분야도 통계청 기준으로는 취업자 수가 31.9% 늘어났으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15.4% 늘어나는데 그쳤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이 고용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일제 환산 기준 취업자 수는 일용직(-26.5%), 임시직(-25.8%),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23.6%) 순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경제허리’로 불리는 3040세대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는 지난 4년간 193.7만명 줄었다. 지난 4년간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가 30대는 13.5%(82.6만명), 40대는 14.7%(111.1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율(30대 △6.8%, 40대 △7.0%)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3040세대의 고용충격은 전일제 환산 고용률에서도 두드러졌다. 40대의 경우, 2021년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78.7%로 2017년에 비해 9.5%p나 하락했으며 하락폭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컸다. 30대 역시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2021년 76.0%로 2017년에 비해 5.9%p나 하락했다. 반면 통계청 방식으로는 같은 기간 40대 고용률 하락폭은 2.1%p에 그쳤고 30대는 고용률 하락이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전후로 정부의 공공일자리 제공 정책이 집중됐던 고령층의 경우도 통계청 통계와 전일제 환산 통계 사이의 괴리가 나타났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21년 540.6만명으로 2017년에 비해 32.2%(131.6만명)나 급등했다. 그러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지난해 취업자 수가 467.4만명으로 2017년 대비 17.9%(70.9만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박 교수는 “과거 선진국들이 경험했듯이 우리나라도 경제발전 과정에서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커지면서 머릿수 세기 방식의 통계청 고용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시작했다”며 “전일제 환산 고용통계의 공식 도입이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