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곡물가 급등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까지 겹쳐 인플레 우려 깊어져
[이코노미21 김창섭 본부장] 우리나라 물가가 11년 만에 4%를 웃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2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째 3%대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외식 등 개인서비스와 내구재를 중심으로 2% 후반 수준까지 상승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과 곡물가격 급등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까지 겹쳐 인플레이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한은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의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에너지는 0.9%p, 식료품은 0.6%p가 물가상승에 영향을 끼쳤고 근원물가에선 상품이 0.6%p, 서비스가 1.6%p가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식료품 가격 외에 서비스 등 근원 품목의 물가도 급등하고 있다. 2% 이상 오른 물가 품목도 253개(55.2%)로 1월(239개, 52.2%)보다 더 많아졌다. 식료품 및 에너지 부문의 2% 이상 물가 상승 품목은 92개로 1년 전 74개에서 18개 늘어난 반면 근원 품목은 61개에서 161개로 100개 급증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식료품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한 때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다.
한은은 “우크라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며 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며 “에너지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 세계 밀, 옥수수 수출 점유율은 29%, 14%를 웃도는 수준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35.4p) 대비 3.9% 상승한 140.7p를, 곡물 가격지수는 1월(140.6p)보다 3.0% 상승한 144.8p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가공식품 가격은 올 2월 전년동월대비 5.4% 상승했다. 2012년 4월 6.5%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은은 “세계 식량가격이 팬데믹 발생 이후 생산비 인상, 이상기후 등으로 상승하면서 식료품 가격에 대한 상방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우크라 사태 악화로 인해 곡물가격을 중심으로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