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거나 하반기 진입 가능성 높아”
[이코노미21 김창섭] 한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상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금리인상 및 재정지출 확대로 추가적인 물가상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5일 주최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 진단과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권태신 원장은 “4월 소비자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4.8%를 기록했고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성장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며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개월 연속 하락해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라며 “전형적인 공급비용 상승충격이 유발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에너지 공급가격 상승이 비용 충격으로 강하게 작용한데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확대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물가상승 압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지금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는데 그 요인으로 노동시장 경직성, 금리인상 및 유동성 회수 등 긴축적 통화정책, 추경 등 재정지출 확대 등을 꼽았다.
그는 “물가상승에 대응하고 한미금리역전을 방지하기 위한 유동성 회수와 금리인상이 진행될 것이므로 경기침체의 강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추경 등 재정지출의 확대 역시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 교수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그에 대응하는 한국의 금리인상 압력은 경기부진을 유도해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발생 전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달랐던 점에 주목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전 비교적 양호한 경기환경이었기 때문에 유동성이 회수되더라도 양호한 경기환경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최저임금 급등, 생산성 향상 없는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비용 상승충격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코로나를 맞이했다”며 “유동성이 회수되는 경우 노동비용 충격에 노출됐던 코로나19 이전의 국내경기의 부진상황이 베이스라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우리경제는 수 년 간 다른 주요국에 비해 성장률이 낮았고 최근에는 물가마저 급등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큰 위기에 처해 있다”며 “소비자물가가 4월까지 평균 4%, 생산자물가가 3월까지 평균 8.7%인데 반해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2% 초중반에 불과하므로 우리경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거나 하반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석 부산대 교수는 “금리인상은 미국과 한국의 통화당국이 자주 언급해왔기 때문에 시장충격이라기보다는 예견된 조치”라며 “대내적으로는 코로나 위기로 발생한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에 대한 금융부담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대외적으로는 환율상승에 의한 국제수지와 물가 악영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태석 KDI 연구위원은 “코로나 충격 회복 과정에서 불가피한 물가상승이 있지만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자산가격 및 교역조건의 안정성 확보 노력을 통해 급격한 가격조정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향후 스테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높이는 몇 가지 요인들이 존재한다”면서 글로벌 공급망 교란 장기화, 기대인플레이션의 급격한 상승, 인플레이션 및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에 따른 임금인상 압력 가중을 꼽았다. 그는 “통화당국과 재정당국의 엇박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예측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통화당국은 민간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재정당국은 효율적 재정집행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의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