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가입자의 재산‧부동산에 부과되던 보험료 축소
종합소득 연 386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 보험료 인하
연소득 4100만원 이상, 고액 연금소득자 보험료 인상
보수 외 연간 소득이 2000만원 초과시 보험료 추가
피부양자 연 소득 2000만 초과시 지역가입자로 전환
[이코노미21 임호균] 오는 9월부터 지역가입자의 주택‧자동차 등 재산에 부과되던 건보료 부담이 완화돼 지역가입자의 65% 정도는 건강보험료가 인하된다. 반면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 45만명의 건강보험료는 평균 5만1000원 오른다. 피부양자 자격조건도 강화돼 연 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지역가입자의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던 보험료를 줄이고 직장가입자처럼 소득정률제를 도입한다.
주택‧토지 보유 세대에 대한 기본 재산공제액이 현행 500만원~1350만원이었으나 9월부터는 일괄 과표 5000만원(시가 1억2000만원 상당)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재산보험료가 부과되는 지역가입자는 523만 세대에서 329만 세대로 줄어든다. 지역가입자의 평균 재산보험료도 세대당 평균 월 5만1000원에서 월 3만6000원으로 낮아진다. 또 지역가입자 중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부채가 있는 무주택‧1주택 세대의 경우에는 주택 부채액을 추가로 공제받는다.
자동차 보험료 부담도 축소돼 9월부터는 배기량에 상관없이 차량가액이 4000만원 이상인 차량에만 건보료를 부과한다. 또 차량가액이 구매 당시 4000만원 이상이었어도 이후 가치가 4000만원 미만으로 떨어지면 부과 대상에서 빠진다. 현재는 1600cc 이상이거나 가액이 4000만원 이상인 차량에 대해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 이번 변경으로 건보료가 부과되는 자동차는 현재 179만대에서 12만대로 크게 줄어든다.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산정방식도 직장가입자처럼 ‘소득정률제’를 적용한다. 지금까지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등급별 점수제를 활용했다. 하지만 산정방식이 복잡하고 저소득자가 소득 대비 많은 보험료를 내는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시정 요구가 있었다. 이번 조치로 9월부터는 지역가입자 종합소득이 연 3860만원 이하인 경우 소득보험료가 낮아진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과 일시적 근로소득에 대한 소득평가율이 기존 30%에서 50%로 확대된다. 공적연금소득은 본인 기여분과 사용자 부담분이 각각 50%인 점을 고려해 50%만 반영한다. 소득평가율 확대에도 연금소득이 연 4100만원 이하인 연금소득자 95.8%는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는다.
지역가입자의 최저보험료는 현재 1만4650원에서 1만9500원으로 오른다. 이는 직장가입자와 같은 수준이며 다만 최저보험료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보험료가 오르는 242만세대의 인상액을 4년간 한시적으로 감면한다. 2년간은 인상없이 현재 보험료로 이후 2년간은 인상분 절반을 부담하면 된다.
이번 개편으로 지역가입자 859만 세대 중 65% 정도인 561만 세대의 보험료는 월 15만원에서 월 11만4000원으로 인하된다. 반면 23만 세대는 31만4000원에서 33만4000만원으로 인상된다.
보수 외에 임대료수입, 이자‧배당소득, 사업소득 등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인상된다. 기존에는 보수 외 연간 소득이 3400만원 초과한 경우에만 보험료를 부과했으나 앞으로는 2000만원으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보수 외 연간 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 금액에 대해 추가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직장가입자는 45만명 정도로 전체 직장가입자의 2%에 해당된다. 대상자들은 월 보험료가 33만8000원에서 38만9000원으로 평균 5만1000원 인상된다. 직장가입자의 98%는 보험료 변동이 없다.
논란이 많았던 피부양자의 소득 요건도 강화된다. 피부양자 중 연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27만3000명은 9월부터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를 내야 한다. 부담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한다는 원칙 아래 해외 주요 국가의 피부양률 사례 등을 종합 고려해 소득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다만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6년 8월까지 1년차는 보험료의 80%, 2년차 60%, 3년차 40%, 4년차 20%를 줄여준다. 2026년 9월부터는 100%를 납부해야 한다.
이번 조치로 새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기존 피부양자는 월 평균 3만원의 보험료를 내게 된다. 연차별로 14만9000원까지 단계적으로 부담 수준이 오른다.
피부양자의 재산요건은 현행 과표 기준 5억4000만원을 유지한다. 이에 따라 시가 13억원 상당의 주택 보유자도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오는 9월부터는 보험료가 조정된 지역가입자 소득이 사후에 확인될 경우 보험료를 정산하는 사후정산제도를 도입해 내년 1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건보 가입자들은 9월분 건보료 고지서에서 변경된 보험료를 확인할 수 있다.
이기일 복지부 2차관은 이번 개편으로 “물가인상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많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 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앞으로 건보험료가 좀 더 소득 중심으로 개선돼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