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자금 흐름에서 금리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
국가간 자금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환율
한미금리 역전이 발생했다고 바로 달러 유출되는 것 아냐
[이코노미21 양영빈] 7월27일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미국의 단기정책금리 범위는 2.25%~2.50%가 됐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25%이므로 연준의 기준금리 하단과 같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결정되는 유효기준금리는 2.33%다. 따라서 유효 금리로 본다면 미국의 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높은 한미 금리 역전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미 금리 역전 상태가 달러화 순유출을 가져와 거시경제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 금리 상품이라면 0.1%의 작은 금리 차이에도 금리가 높은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한미 금리 역전 역시 달러화 순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성급한 추론을 할 수 있다.
국내 금리 상품 사이에서 자금 흐름은 금리 차이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국가간 자금 흐름에서 금리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국가간 자금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환율이다. 금리는 보통 1~2% 차이가 나는 정도에 그치지만 환율은 단기간에도 10% 이상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이 금리 변동성 보다 크기 때문에 국가 간의 거래에서는 금리 차이가 매우 크지 않다면 환율에 대한 기대에 의해 생기는 외환 유출입이 훨씬 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10여년간의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추이를 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달러자금 유출이 가장 심각했던 2020년 3월에 오히려 미국 금리는 한국 금리보다 낮았다. 2020년 3월 코로나가 팬데믹이 되면서 미국 금융기관들이 각자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줄이고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전세계 각국에서 영업을 하던 자회사도 마찬가지였으며 위험자산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2020년 3월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달러 품귀현상 또는 달러 유출의 원인이었다. 얼마 안 되는 금리차이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라 모회사의 유동성 관리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국가간 금리차이 등을 노리고 거래를 하는 차익거래에서는 상식에 반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3개월 만기 일본국채를 매수하는 주체가 주로 미국 투자가 또는 달러화 보유자라는 사실이다. 일본의 국채와 미국 국채를 보면 이미 최근 10여년 간 일본 금리가 미국 금리 보다 훨씬 작은 상태이다. 일본 국채금리는 심지어 마이너스이다. 국가간 금리 만을 본다면 달러 보유자(미국 투자자)는 달러를 엔화로 환전해서 일본 국채를 매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 심지어 일본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여서 일본 국채를 매수해 만기까지 보유하면 마이너스 금리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국채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는 모순적인 일이 벌어진다.
국경을 뛰어 넘는 거래에서 핵심은 이자율보다는 환헤지에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달러 선도거래는 무위험 차익 거래가 생길 수 없다는 원리(covered interest rate parity, CIP)가 잘 작동하던 시장이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이러한 원리가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 되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초과 수요가 항상 존재해서 어떤 통화를 달러로 바꾸는데에 추가로 비용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것을 달러스와프 베이시스(Dollar swap basis)라고 부른다. 달러스와프 베이시스는 때로는 해당 국가와 미국의 국채 이자율 차이보다 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일본 투자자의 환헤지 비용(달러스와프 베이시스)은 미국 투자자에게는 수익이 된다. 최근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율은 0.25%에 맞춰져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2.7~3.0%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알폰소 피카티에리는 트위을 통해 환헤지 비용을 고려한 일본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미국 국채 10년 물의 수익률을 다음 그림처럼 보여주었다.
일본 10년 국채 수익률이 현재 0.25%이고 미국 10년물은 2.75% 라고 한다면 금리 차이는 2.5%가 된다. 일본투자자 입장에서는 2.5% 유리한 투자이지만 환헤지를 고려하면 최근 일본 투자자가 마주하는 수익률은 -0.84%가 된다.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인 0.25%보다 훨씬 작게 된다. 이러한 경우 일본에서 달러화 유출은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달러화 유입이 생기게 된다. 달러화 유입/유출이 단순한 이자율에 의해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높았다고 한국으로 달러가 유입되는 게 아닌 만큼 한미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고 바로 달러 유출되는 것도 아니다. 국가간 자금흐름은 예로부터 항상 여러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경제 현상이었다. 모든 것을 단순화시켜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하면 쉽고 직관적이겠지만 정작 중요한 현실의 구체성을 놓치게 된다. 과도한 단순화는 과도한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고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의미 없는 선동만 난무하게 한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