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물에 대한 매입 수요가 줄어들 것
단기자금·부동산 시장도 낙관하기 어려워
채안펀드 매입대상 A등급까지 확대해야
중소건설사 보증PF ABCP매입프로그램 확대
[이코노미21 이상훈] 지난해 발생한 레고사태 등 신용위기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채권시장의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의 ‘채권시장 및 단기금융시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약 48.3조원에 달하며 이 중 A등급 이하 비우량채는 15.2조원에 육박한다. 65조원 규모의 캐피탈·카드채 등을 포함하는 여신전문금융채의 만기도 예정돼 있다.
더 큰 문제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되고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비우량물에 대한 매입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은행채와 고신용등급 회사채 등에 비해 비우량 회사채, 여신전문금융채권 등은 순발행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만기가 도래하면 차환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자금 및 부동산 시장도 낙관하기 어렵다. 지난해 4분기 기업어음(CP)금리가 급등했고 CP·전자단기사채가 약 29.5조원의 마이너스 순발행을 기록했다. 또한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올해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5000여호로 1년 전에 비해 약 3.5배 증가했고 PF ABCP 금리가 10%를 상회하고 있다. PF ABCP는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PF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어음을 말한다.
지난해 말 발생한 채권시장 신용경색은 강원도가 레고랜드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 기업어음(PF ABCP)의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경우 시행사는 분양대금을 통해 PF 대출을 상환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보고서는 “비우량 PF ABCP에 신용보강을 제공한 중소 건설사에 리스크가 가중돼 자금난 등의 위험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경기둔화 국면에서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위험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먼저 비우량 회사채 및 PF ABCP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의 매입대상을 현행 AA-등급 이상에서 A등급까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조치가 시행된다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A등급 회사채 8.4조원이 지원 범위 안에 들어온다.
또 올해 1월 기업의 회사채 목표 발행액대비 투자수요를 채우지 못한 미매각 비중이 AA등급 1.4%, A등급 36.4%, BBB등급 이하 52.5%로 여전히 A등급 이하 비우량채의 발행이 순조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1조원 규모로 조성돼 있는 산업은행·기업은행의 중소 건설사 보증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의 집행 수준을 현 1000억원에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동성난을 겪는 중소 건설사에 대한 저금리 대출·보증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대한 채무재조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올해 1월을 기준으로 담보여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중소기업의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6.67% 수준이며 6등급 이하 저신용 기업의 경우 9%를 넘어 부담이 큰 상황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중소기업들에게 대출금리 조정 및 상환유예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상의 SGI 민경희 연구위원은 “강원도 PF 이슈로 촉발된 채권 및 단기자금시장 불안은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지방정부 지급보증에 대한 신뢰가 일시에 무너지면서 시장이 예상을 넘는 타격을 받은 결과”라며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리스크 재발 시 불안심리가 급격히 확산되는 것을 예방하고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유동성 난이 가중되고 있는 기업들을 선별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