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21 김창섭] 진영은 만 30세의 취업준비생이다. 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그가 아빠의 공장에 취직하기를 바라지만 강요하거나 내색하지 않는다. 취업에 대해 절망적인 상황에서 진영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한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는 만 30세까지의 자격제한이 있어 진영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그런 진영에게 엄마는 든든한 후원자다. 엄마는 진영의 차 보험료를 대납해주며 잊지 않고 용돈도 챙겨준다. 또 딸의 눈치를 살피며 진영이 기죽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엄마는 아빠가 운영하는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자다. 아빠는 공장의 현장관리에 주력할 뿐 회사의 전반적인 자금사정이나 경영에 무지하다. 철없는 아빠는 회사의 사정과 상관없이 맘에 드는 부지로 공장을 이전하고 독일의 최신 기계를 사달라고 칭얼댄다.
엄마는 회사 사정을 감안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아빠의 사업에 대한 욕망을 실현시켜 준다. 엄마는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자이며 가족의 버팀목이다. 무력하고 무능한 딸과 아빠의 고민과 응석을 받아주면서 혼자 고민하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그런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두 부녀는 기로에 서게 된다. 진영은 워홀을 앞두고 잠시 아빠 회사일을 도와주게 되는데 엄마의 빈 공간은 회사의 위기로 다가온다. 진영은 엄마의 빈 공간을 채우려 노력하고 아빠는 그런 진영을 의지하게 된다.
아빠의 상황을 모른채 할 수도 없고 캐나다 워홀도 포기할 수 없는 진영에게 가족이 짐으로 다가온다. 과연 진영은 캐나다로 떠날 수 있을까?
영화는 지나친 감정을 억제하고 잔잔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취준생이 주인공이지만 무리하게 청년의 실업문제 등 사회문제로 확대시키지 않는다. 다만 주변에 있을 법한 이웃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관객은 영화에 크게 감정적으로 몰입하지 않지만 불편하지 않게 영화 속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지난해 부산평화영화제에서 장편 우수상을 수상한 ‘흐르다’는 그동안 ‘입문반’, ‘나만 없는 집’ 등 단편만 만들어 왔던 김현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김 감독은 영화 속 가족들이 행복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김 감독이 제시할 가족의 소박한 행복에 관객들도 동의할지는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 ‘흐르다’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