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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오감] ⑦ 증강현실
[디지털&오감] ⑦ 증강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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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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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에 ‘현실’을 심어라
실제와 가상환경을 실시간으로 합성…제조, 광고, 의료 등 응용분야 광범위
“따다다닥. 중량 500kg, 길이 2.5m, 모델명 BMW 회색 승용차.”
영화 <터미네이터2>의 한장면을 떠올려보자. 긴장된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터미네이터가 살기 번뜩이는 눈으로 공격대상을 노려본다.
자동차에서 빌딩, 빌딩에서 오토바이로 그의 시선이 천천히 옮겨간다.


화면 한쪽에는 그의 시선 이동에 맞춰 자동차, 빌딩, 오토바이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분석돼 문자 형태로 뜬다.
터미네이터의 눈엔 실세계(자동차, 건물, 오토바이)와 가상환경(문자형태의 부가정보)이 합성돼 보이는 셈이다.

문자와 그래픽을 실세계와 결합시킨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연구자들은 터미네이터의 눈을 ‘나’의 눈으로 바꿔치기해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터미네이터2> 장면이 증강현실 개념에 꼭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실세계 환경과 문자 및 그래픽 형태의 부가정보(가상환경)를 실시간으로 합성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기술이 바로 증강현실인 것이다.
사용자들은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실세계에 대한 이해를 ‘증강’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다.
가상정보에는 크게 문자와 그래픽이 있다.
이 가운데 실세계 환경과 간단한 문자를 결합하는 증강현실의 역사는 사실 오래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산학과 원광연(50) 교수는 “증강현실이란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훨씬 전인 80년대부터 국방 분야에서 이용돼왔다”고 말한다.
조종사는 헬밋에 딸린 ‘안경’을 통해 실세계 영상과 문자로 제공되는 비행정보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또한 조종사가 지상에 포를 발사하려 할 경우 목표물에 대한 정보가 안경에 보이기(디스플레이) 때문에 오발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문자에 비하면 그래픽과 실세계 환경을 결합하는 기술은 최근 들어서야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문자정보는 비교적 정보량이 적고 간단해 작은 용량의 하드웨어만 있어도 실시간 서비스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세계 영상과 가상의 그래픽을 교묘하게 실시간으로 정합시키기 위해선 고성능 컴퓨터가 요구되는 등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점이 많기 존재한다.
때문에 이 분야는 1~2년 전부터 텔레비전 가상광고 분야에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상용화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1>을 보면 축구경기장의 센터서클에 있는 코카콜라 광고가 경기장에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실제 운동장에 이 광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세계의 축구 장면과 광고라는 가상 그래픽을 결합했을 뿐이다.
<그림2>에서 축구장 스탠드에 떠 있는 닛산 광고 역시 ‘가짜’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카메라의 초점(포커스)이 늘 선수들의 움직임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 코카콜라 광고가 눈치없이 텔레비전 화면 한복판을 계속 차지하고 있다면 가짜라는 게 금방 들통난다.
시청자들은 시야에 걸리적거리는 광고에 금세 짜증을 낼 게 뻔한다.
카메라 초점의 이동에 따라 센터서클이 움직이면 광고도 자연스럽게 따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바로 실시간 합성기술의 핵심인 셈이다.
단순한 화면합성과의 차이점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화면합성과는 달라 증강현실 개념은 90년대 초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연구에서 파생된 것이다.
하지만 두 기술은 여러모로 많은 차이점이 있다.
가상현실은 실세계를 완전히 차단시킨다.
컴퓨터에서 만들어낸 가상세계가 그럴듯하기만 하면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증강현실은 실세계와 가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정합’시켜야 한다.
때문에 정합기술이 시원치 않으면 증강현실은 아무 쓸모도 없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조종사의 시선이 ‘속리산’에서 ‘월악산’으로 옮겨갔는데 증강현실 시스템이 여전히 속리산에 대한 문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 자칫 오폭이 생길 여지도 있다.
실시간 정합을 위해선 사용자의 위치와 시선을 측정하는 트래커 장비가 가장 중요하다.
트래커는 일종의 센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항법장치의 트래커는 조종사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자동으로 인식한다.
텔레비전 가상광고에선 카메라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트래커가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트래커의 탐지가 정확해야만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에서 대상에 꼭맞는 정보를 끄집어내 사용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증강현실 시스템의 원리를 간단하게 도표로 표현하면 <그림 3>과 같다.
증강현실에서도 가상현실에서 사용하는 헬멧 모양의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를 사용한다.
여기에는 디스플레이 장치와 광합합성기가 들어 있다.
먼저 HMD 뒤통수에 달린 트래커가 사용자 위치와 시선방향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자·그래픽 영상 생성기에서는 사용자가 쳐다보는 대상에 대한 가상정보를 만들어낸다.
가상정보는 디스플레이 장치로 보내져 출력되고, 다시 광학합성기에서 사용자가 실제 바라보는 현실세계 영상과 결합되는 것이다.
가상현실의 HMD는 외부세계와 완전히 차단되지만 증강현실에서 사용하는 HMD는 실세계를 볼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가상현실의 한계에 대한 반성서 출발 증강현실은 가상현실 기술이 모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오히려 더 폭넓은 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증강현실연구팀 장병태(37) 팀장은 “증강현실 개념 자체가 가상현실 기술의 상품화 가능성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가상현실 연구가 오랜 연구와 막대한 비용 투입에도 실제 제조현장이나 의료분야 따위의 활용에는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증강현실 기술은 제조, 개인항법, 관광, 광고, 의료 등 다방면에서 실용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가상광고 이외에도 가장 실용화에 접근한 사례가 보잉항공사의 ‘증강현실을 이용한 전선 조립 시스템’이다.
보잉 747 항공기에는 길이가 2피트에서 120피트에 이르는 1000다발 이상의 전선이 사용된다.
각각의 다발은 다시 수백개의 전선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항공기 배선 시스템을 조립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복잡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하면 엔지니어가 쳐다보는 배선에 대한 정보가 HMD를 통해 보인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개인항법 시스템을 개발하는 작업도 한창 진행중이다.
누구나 낯선 도시를 처음 방문해 내가 찾고자 하는 건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HMD를 착용하면 내가 시선을 옮길 때마다 건물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관광에서도 증강현실 기술은 유용하다.
예를 들어 박물관에서 어떤 유물을 쳐다보면 그에 대한 정보가 HMD에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초음파 영상과 같은 투과센서를 사용해 질병부위에 대해 3차원 데이터를 수집하고(가상 그래픽 정보), 이를 환자의 실제 몸과 결합시키면 정확한 수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텔레비전 가상광고 역시 스포츠뿐 아니라 드라마 속에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투자가치 커 전략적 투자 필요 증강현실 개념이 처음 나온 것은 90년대 초지만 실제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95년께부터라고 할 수 있다.
연구 역사가 짧은 만큼 아직 마땅한 시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한창 연구가 진행되는 만큼 앞으로 1~2년 뒤면 세계 시장에 본격적인 시제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국내에서는 외국만큼 연구층이 탄탄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 수준보다는 2년 정도 뒤져 있는 상황이다.
장병태 팀장은 “증강현실 기술의 상품화 가능성이나 투자가치가 크기 때문에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시드니올림픽과 2002월드컵은 증강현실 경연장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텔레비전 광고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가상광고가 본격적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미국 피브이아이(PVI), 프랑스 시마비전(Symah Vision), 이스라엘 오라드(Orad) 등이 지난해 가상광고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과 유럽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도 축구 등 스포츠 중계를 하면서 가상광고를 실시간으로 합성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원광연(50) 교수는 “시드니 올림픽이 탐색전이라면 2002년 월드컵에서는 가상광고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서는 대전에 회사를 둔 에이알비전www.ar-vision.com이 11월 말 완료를 목표로 올 2월부터 가상광고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국내 가상광고 시장이 급팽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광고법상 아직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개발을 완료해도 국내에서 사용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증강현실로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영민(38) 사장은 “가상광고 시스템은 TV로 방송되는 경기중에 광고를 하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게다가 시청자들이 광고방송중에 채널을 돌리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광고주들이 탐을 낼 만하다.
가상광고 시장은 앞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2003년이면 세계 가상광고 시장이 2억27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뒤인 2004년에는 2배인 5억1100만달러로 늘어난다.
국내 시장 규모도 중간광고 금지 규제가 풀리는 것을 전제로 2003년 47억, 2004년 116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가상광고는 스포츠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광고, 뉴스 등 응용 분야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강현실은 인간 중심 기술이다”
인터뷰 ETRI 증강현실연구팀 장병태 팀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증강현실연구팀에서는 97년부터 국책과제의 하나로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민군 겸용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장병태(37) 팀장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어떤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지는 아직 공개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증강현실을 이용한 인터넷 영상제작 등을 연구과제로 정해놓고 있다.
증강현실은 오감 가운데 주로 시각에 의존하는 것 같다.
그렇다.
가상현실도 주로 시각 정보에 의존하지만 몰입감을 주기 위해 청각이나 촉각 등 총체적 오감을 동원한다.
하지만 증강현실은 몰입감을 주는 게 목표가 아니다.
가상정보가 음성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문자나 그래픽이다.
따라서 거의 시각과 관련된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증강현실 기술의 핵심요소는 무엇인가. 첫째 실시간으로 가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트래커의 구실이 가상현실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두번째는 하드웨어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개인항법 시스템 같은 경우 무거운 컴퓨터를 등에 메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입는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 발달이 뒷받침돼야 한다.
증강현실의 최종 연구목표는 무엇인가. 가상현실은 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증강현실에는 꼭 100% 달성해야 할 기술목표라는 건 없다.
물론 가상정보와 실세계의 합성이 서로 겉돌면 안된다.
그것만 전제된다면 증강현실은 현재 기술을 응용하고 상용화해 실생활을 어떻게 윤택하게 하느냐가 더 관심사다.
그런 의미에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서 있는 바탕이나 지향하는 목표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증강현실을 인간 중심 기술이라고 하던데. =컴퓨터에서 생성된 가상현실보다는 인간 중심의 서비스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상현실 기술은 컴퓨터 안에 실세계를 집어넣어보자는 시도다.
증강현실은 이와 반대로 실세계에 컴퓨터를 끼워놓는다는 취지다.
다시 말해 증강현실은 실생활을 위해 컴퓨터를 시각 보조 도구로 이용해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실생활과 인간 중심 사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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