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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타임머신] 무정전 전원장치
[IT타임머신] 무정전 전원장치
  • 유춘희
  • 승인 2000.09.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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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정전이닷! 데이터 다 날아갔네…
한국증권전산이 모든 증권사의 온라인망을 통합 운영하던 시절 온라인이 갑자기 서버리는 일이 심심찮았다.
90년대 초엔 이같은 사고가 평균 한달에 한번 이상 터져 주식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하드웨어가 서로 밀접하게 결합하지 않았거나 소프트웨어끼리 충돌하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네트워크 회선이 낡아 장애가 생기기도 했고 가끔은 시스템을 잘못 건드려 문제가 나기도 했다.


91년 초 참으로 기막힌 증권전산 온라인 장애가 발생하는데, 원인은 바로 ‘정전’이었다.
서울 당인리발전소에서 여의도 일대로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에서 불이 나 3분 동안 전원이 끊긴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증권전산의 자가발전기마저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주식매매가 30여분 동안 중단되고 말았다.
컴퓨터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곳에서 ‘그깟’ 정전을 막지 못하다니….90년 당시 동력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정전률은 연간 268분으로 일본의 27분보다 10배나 높았다.
미국의 47분에 비하면 5.7배나 됐다.
컴퓨터로 작업하는 곳에서 불규칙한 전원 공급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연간 정전시간이 단 1초라도 치명적이다.
CAD 작업이나 전자출판 같은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전기가 끊긴다면 어찌되겠는가. ‘도란스’ 업체들의 용감한 참전 UPS(uniterruptible power supply)란 정전이 됐을 때 순식간에 전력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보통 ‘무정전 전원장치’라고 부른다.
전력회사의 사고는 물론이고, 여름철에 전력 사용이 폭증할 때나 폭우나 벼락으로 전기가 나갔을 때, 낡은 건물에서 전원공급이 불안정할 때 요긴하다.
정전이 돼도 컴퓨터의 데이터가 파괴되거나 사라지는 걸 방지하고, 제어장치가 잘못 작동하는 것도 막아준다.
UPS는 전기실에서 쓰는 수천kVA급 대용량에서부터 사무실에서 쓰는 수십~수백kVA 중간용량, 그리고 PC에 쓰는 5kVA 이하 기종까지 다양하다.
금성계전의 GPM050(광고 사진)은 PC용이다.
부가가치통신망(VAN)이나 근거리통신망(LAN)의 데스크톱이나 POS시스템에 적합했다.
최고 10분까지 정전에 대응할 수 있는 배터리가 내장돼 있어 10분 안에만 ‘확실하게’ 저장하면 된다.
관공서와 각급 학교에 컴퓨터가 보급되고, 기업들이 컴퓨터를 LAN으로 묶기 시작하면서 UPS는 필수품이 된다.
때를 놓칠 세라 무허가 업체가 난립하기 시작했다.
서울 용산상가나 성수동, 고척동에 널려 있던 전기제품 제조업체들이 형식승인도 받지 않고 제품을 내놓았다.
이른바 ‘도란스’로 불리던 변압기 제조업체들은 거의 다 이 시장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애프터서비스와 안정성에 문제가 많았다.
덤핑 공세를 펼쳐 기존 업체를 화나게 하기도 했다.
당시 UPS 업체로는 수영전기와 이화전기가 컸다.
국제전기, 건양전기, 태진전기, 태일자동제어, 아세아전기, 영신엔지니어링, 협진전자 등 100여개 중소업체가 이들의 뒤를 쫓았다.
91년 대기업이 끼여들면서 UPS 시장에 파란이 인다.
84년에 지정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풀리자마자 금성계전, 효성중공업, 현대중전기 같은 그룹 계열사가 뛰어들었다.
이들은 처음엔 처음엔 자기 회사에서 쓰겠다면 중소업체로부터 UPS를 공급받다 규제가 풀리자 아예 판매에까지 나섰고, 심지어는 외국 제품을 들여와 팔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모두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현재 국산 UPS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의 단체수의계약에 힘입어 그럭저럭 먹고살았는데 이제 그런 보호막이 사라졌다.
세계 최강인 미국 APC와 파워웨어(옛 엑사이드), 프랑스 머린저린 같은 외국업체의 공세가 워낙 거세 손을 못쓰는 형편이다.
파워웨어는 공장까지 짓겠다고 하고, APC나 머린저린은 소용량에서 대용량에 걸쳐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제품의 디지털화와 고효율화, 고용량화 기술에서 한참 뒤진 한국 업체들로서는 설 자리가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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