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전국 극장관객 500만명을 돌파한 <친구>가 영화 바깥에서 독특한 논쟁에 불을 당겼다.
코스닥 같은 네티즌펀드 거래시장이 과연 만들어질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논쟁의 발생지는 심마니엔터펀드 사이트, 불씨는 <친구>의 추가 마케팅비였다.
심마니엔터펀드, 제작비에 마케팅비 추가
‘첫 사건’은 4월24일 터졌다.
<친구>의 전국 관객이 400만명을 돌파하면서 상영기간이 늘어나자 거리포스터 등 추가 홍보비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1억원 규모의 <친구> 네티즌펀드를 조성한 심마니엔터펀드는 추가 마케팅비를 반영해 예상수익표의 총제작비를 28억원에서 36억원으로 올렸다.
네티즌들의 지분율은 28분의 1에서 36분의 1로 떨어졌다.
1만원짜리 계좌 한개당 예상수익은 처음엔 관객 420만명 동원 때 2만4808원이었지만 지분율 조정 뒤엔 650만명 동원 때 2만4250원이 됐다.
관객 230만명이 증가해도 주당 수익은 558원이 줄어든 것이다.
2만~3만원선에서 <친구> 펀드를 샀던 투자자들의 항의는 거셌다.
주식하던 돈을 빼 투자했다는 한 중간투자자는 주식으로 치면 기업공시를 어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한다.
“주식시장에서는 기술적 분석차트나 회사 실적, 이익률 같은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를 합니다.
영화에서 펀더멘털은 바로 예상수익분석표이고요. 그런데 투자비용이 늘어났다는 이유로 예상수익분석표를 바꿨다는 것은 주식시장에서는 바로 거래정지나 퇴출감입니다.
” 심마니엔터펀드 운영자는 난감해했다.
기업 투자와 문화 프로젝트 투자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이해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영화가 ‘대박’이 터지면 극장 수가 늘어나고 마케팅비와 필름 프린트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그것은 누가 내야 할까? 추가 비용이 지출될 때는 아직 영화로 발생한 수입이 들어오기 전이기 때문에 결국 메인투자자가 집행할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 치면 대주주가 임의로 증자를 실시하는 셈이다.
네티즌들이 원래의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짧은 기간 안에 승부가 판가름나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특성상 네티즌들한테 동의를 구해 추가비용을 정산하고 지분율을 조정하는 건 쉽지 않다.
펀드운영자들의 이런 고민은 풀기가 만만치 않다.
이들한테 고객은 둘이다.
하나는 위에서 얘기한 네티즌 투자자이고 또하나는 이른바 ‘큰손’인 메인투자자다.
더 많은 네티즌을 끌려면 좋은 영화를 받아와야 하고, 그러려면 메인 투자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메인투자자들한테 네티즌펀드는 네티즌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 수단일 뿐이다.
<친구>처럼 불편한 논란이 가열되면 메인 투자자들은 네티즌펀드 지분을 줄이거나 없애버릴 수도 있다.
영화시장에서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튜브엔터테인먼트, KTB네트워크, 코리아픽처스 같은 몇몇 거대투자자들의 눈밖으로 나면 좋은 영화를 잡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시네마서비스, 명필름, 강제규필름 등 몇몇 주요 제작사들과 짝지어 한국영화 시장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펀드, 극장 흥행 실적이 중심 일부 펀드운영자는 엔터테인먼트 네티즌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주식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펀더멘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영화는 흥행해 참패해 1주일 만에 극장에서 내려오지만 어떤 영화는 예상치 못한 호조로 2, 3개월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
비디오와 TV, 해외판권비는 극장 흥행성적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결국 극장 수입이 영화콘텐츠 전체 수입의 80% 이상을 좌우한다.
엔터테인먼트펀드의 현재 거래가격 역시 극장 흥행 실적이 중심이다.
5월4일 심마니엔터펀드에서 거래중인 네티즌펀드의 현재가를 보면 <친구>가 2만5800원, <자카르타>가 1만2300원, <파이란>이 1만400원이다.
500만명을 돌파한 <친구>는 공모가 1만원보다 1만5800원 비싸게 거래된다.
관객 2만명 이하의 <그녀에게 잠들다>는 공모가보다 6700원 싼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극장 흥행이 영화 콘텐츠 성패의 열쇠이지만, 정작 극장수입 통계는 ‘고무줄’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일부 극장 외에는 전산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객관적인 집계가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영화시장은 금융자본이 흘러들면서 많이 투명해지고 있다지만 아직 무자료거래가 횡행하는 음반시장은 밑바닥을 가늠하기가 더 힘들다.
그래서 인츠닷컴 영상사업부 조진태씨는 네티즌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처럼 공인된 기관이 주관하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주식가치를 평가할 만한 데이터도 아직 없거든요. 거래량도 적고…. 이런 상황에서 시장을 잘 모르는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기가 쉬워요.” 심마니엔터펀드 윤제균 팀장은 네티즌펀드 거래 시장이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이 더 크다고 말한다.
예컨대 코스닥이 IT 산업 거름이 되었듯, 네티즌펀드 거래시장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티즌펀드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돈이 많아지면 영화시장에 변혁을 가져올 수도 있다.
“1, 2년 내에 전액 네티즌한테 돈을 받는 영화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투자가 주식, 부동산 같은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게 된다면요. 소액주주들의 힘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듯 네티즌의 힘이 커진다면 영화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겁니다.
” 그러나 네티즌펀드 운영자들의 뜻이야 어찌됐든 정작 많은 네티즌 투자자들은 재테크가 우선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네티즌펀드의 목적이 뭐든 그리 상관하지 않는다.
박스인츠(parkshintz)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노골적으로 따지고 든다.
“물론 영화 발전을 위해 참여하는 측면도 있습니다만, 투자자가 재테크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투자자가 무슨 자선사업가나 자원봉사자입니까?” 지금까지 네티즌펀드는 마케팅 수단으로 메인 투자자와 제작자들한테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이제 네티즌펀드는 코스닥처럼 독자적인 시장으로 크고 싶어한다.
네티즌펀드 운영자들은 성인식을 치르는 기분으로 새로운 실험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 콘텐츠의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천사몽>처럼 돈을 많이 들인 블록버스터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초보자가 영화에 투자할 때는 이들의 움직임부터 따라가자. 1. 캐스팅 - 한석규, 심은하, 장동건처럼 아시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들 2. 감독 - 강제규, 김지운 등 흥행감독 3. 배급사 -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등 메이저배급사 4. 영화제작사 - 명필름, 시네마서비스, 강제규필름, 우노필름, 영화사 봄, 좋은 영화 등 탄탄한 제작시스템을 갖춘 제작사 5. 메인 투자사 -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튜브엔터테인먼트, KTB네트워트 등 주요투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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