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을 갓 넘긴 주부 이주혜(가명·27)씨는 오늘도 출근길 남편을 배웅한 뒤 모니터 앞에 앉는다.
인터넷 명품 쇼핑몰에 입찰해둔 루이비통 핸드백의 경매 진행상황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현재 가격은 33만원. 마감일인 이틀 뒤엔 얼마까지 오를지 몰라 그는 조바심을 낸다.
그가 결혼 뒤 인터넷을 통해 명품을 구입하는 데 지출한 금액은 약 1500만원에 이른다.
한달에 100만원 이상을 쓴 꼴이다.
남편의 월급이 300만원 안팎이므로, 분에 넘치는 사치라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있으면 눈앞에 아른거려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는 요즘 남편 몰래 지출한 신용카드 금액을 다른 신용카드의 현금 서비스로 틀어막는 기형적 생활을 계속하면서도 미련을 떨치지 못한다.
“중고는 용서할 수 있지만 가짜는 용서할 수 없다”는 명품족의 격언이 어느새 자신의 생활신조가 돼버린 것이다.
인터넷기업, 너도나도 서비스 ‘명품족’(L-Generation)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우리나라에도 명품 열풍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로 다른 소비시장이 위축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터넷 명품관들의 매출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옥션 www.auction.co.kr 등 인터넷기업들도 너나없이 명품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 인터넷 명품관들은 월 평균 10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수익모델이 없는 인터넷 시장에서 명품 판매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인터넷 명품관은 성장배경에 따라 크게 세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온라인에서 얻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베이에 매각된 뒤 사이트를 개편한 옥션 www.auction.co.kr은 최근 23개 세계 유명 브랜드별로 경매를 진행하는 ‘수입 명품숍’을 전면에 내걸었다.
아직 등록된 물품 수는 많지 않지만 그동안 쌓아올린 지명도와 기존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언제든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솔CS클럽 www.csclub.com 역시 유명무실하던 기존 명품관을 최근 확대 개편했다.
진작부터 명품 코너를 따로 두고 있던 와와 www.waawaa.com도 사이트 개편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다음으로 오프라인 지명도를 기반으로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을 꼽을 수 있다.
신라호텔의 노블리안닷컴 www.noblian.com, 갤러리아백화점과 KTB네트워크가 함께 만든 루이지닷컴 www.LouisG.com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이트는 연회비를 내더라도 따로 심사를 거쳐 회원가입을 받을 만큼 ‘물 관리’가 엄격하다.
회원 수에 집착하지 않고 그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속셈이다.
실제로 폴크스바겐이 루이지닷컴을 통해 신모델인 뉴비틀 판촉에 나섰고, 볼보는 노블리안닷컴과 제휴해 회원들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철저하게 대한민국 최상류층을 겨냥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통해 명품만을 할인판매하는 명품 전문 사이트들이 있다.
럭셔리굿 www.luxurygoods.co.kr, 사슈 www.sasue.com, 아이럭셔리www.iluxury.co.kr, 헬로브랜드 www.hellobrand.com, 패션지아 www.fashionzia.com 등 10여개 업체가 성업중이다.
아이럭셔리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20억원에 이르며, 올해는 100억원을 매출 목표로 잡고 있다.
지민선 마케팅 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흑자경영에 들어갔다”고 말한다.
이 유형의 사이트들은 물품 구매 경로를 다양화해 기존 오프라인 명품점보다 훨씬 싼 가격을 유지한다.
기존 오프라인 명품시장은 크게 백화점 명품매장, 강남으로 한정된 명품 직영매장, 면세점 정도여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매우 좁았다.
외국에는 명품 브랜드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할인매장이나 창고매장이 있지만 우리나라엔 이런 형태의 유통형태가 없었던 것이다.
사회적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이런 유통구조가 인터넷 명품관 열풍을 불러온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사실 소비자들 입장에서 유명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는 건 남들의 시선 때문에 부담스럽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남의 눈을 신경쓸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일단 갖고 싶은 물건을 만나면 카드로 긁게 된다”고 말한다.
이제 인터넷 명품 경매 사이트에는 해외여행에서 직접 구입한 명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려는 대학생 ‘보따리 장수’까지 북적인다.
한편에선 명품 열풍이 가져온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선 연인에게 명품이 아니면 선물로 건네주기를 부끄러워하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인터넷기업이 어려워도 최근의 명품 신드롬에 무조건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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