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과 금융시스템 위기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일본. 일본은행은 최근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특단의 조처를 단행했다.
지난 2월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재할인율을 현행 연 0.5%에서 0.35%로 인하한 것이다.
일본은행이 재할인율을 인하한 것은 지난 95년 9월 이후 5년5개월 만이다.
이번 결정은 주가하락 등을 배경으로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는 경제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할인율 인하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강수로 고조되는 경제불안감을 덜어주고 투자심리를 개선시키겠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침 일본은 서방의 금융완화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방선진 7개국(G7) 중앙은행 총재·재무장관회의에서 일본에 강도 높은 통화정책 완화를 요구하는 성명서가 채택될 것이란 낌새를 채고 재할인율을 기습적으로 인하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보유 주식 매각 잇따라 그러나 이번 재할인율 인하가 고조되고 있는 일본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당장 시장이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3월말 2000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금융기관들이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금을 회수하면서 기업과 금융기관의 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는 이른바 ‘3월 금융대란설’로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유동성 확보와 상호보유지분 해소를 위해 보유 주식 매각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해 이런 불안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오는 4월 시작되는 2001 회계연도부터 시가회계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점도 금융기관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은 63조9천억엔으로 추정된다.
물론 실제로는 그 두배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당수 부실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분류한 경우가 많은데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담보 부동산의 자산가치마저 담보가액 이하로 떨어진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실물경제도 문제다.
최근 일본에서는 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민간 신용조사기관인 데코쿠(帝國)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도산 건수는 전년대비 23% 증가한 1만9070건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네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채총액은 77% 증가한 24조엔으로 사상 최악의 수준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4분기 일본 경제가 전분기에 이어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의 위기 상황은 국제유동성의 위축, 특히 서방 투자자들의 아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유동성 장세가 형성되고 있는 우리 증시가 대외적 불안요인으로 또다시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