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트콤 <조은숙의 파라다이스>를 만든 조이iTV www.joyitv.com는 요즘 잔칫집 분위기다.
홍보담당자 손현(28)씨는 “다른 인터넷방송사들 매출은 어때요?”라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큰 소리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조심스레 감추는 기색이 역력하다.
<파라다이스>는 1월30일 서비스 시작 이후 4만여명이 유료로 관람했다.
한번 보는 데 1천원이니 산술적으로도 4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3편 제작비 3천여만원과 플랫폼 수수료를 떼고도 남는 장사다.
앞으로 남은 3편을 마저 발표하고 나면 수익은 더 많아진다.
그렇지만 10여개의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에서 동시에 서비스하지 않았다면 지금만큼 신나는 일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세친구>와 <남자셋 여자셋>의 김성덕 작가와 조은숙, 홍석천, 최종원, 박상면, 윤다훈 같은 TV스타들이 룸쌀롱으로 총출동해 만든 성인시트콤이라고 해도 말이다.
3세대 인터넷 강자는 ‘메가포털’ 인터넷의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이 막강해지고 있다.
가장 강력한 힘이 생성되고 있는 곳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만든 포털사이트들이다.
이들은 수십, 수백만의 초고속망 가입자들을 기반으로 제3세대 인터넷의 강자로 떠오르길 꿈꾸고 있다.
전화접속 시대에는 인터넷접속서비스, ISDN 시대에는 검색포털서비스가 강자였다면 초고속망 시대의 주류는 멀티미디어포털서비스라는 것이다.
인터넷메트릭스의 2000년 8월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93%가 초고속망으로 접속하고 있다.
일부 선발주자들은 초고속망용 포털서비스를 분리하면서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드림라인은 2월말 포털사이트 드림엑스 www.dreamx.net를 자회사로 떼어낸다.
한국통신의 검색포털 한미르 www.hanmir.com는 3월중 콘텐츠팀, 미디어사업팀 등으로 분산된 동영상 콘텐츠들을 모아 콘텐츠 전문 몰을 열 계획이다.
두루넷의 코리아닷컴 www.korea.com도 상반기 안에 분사할 예정이다.
망사업과 포털사업을 분리하는 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본사가 아닌 다른 ISP와 폭넓게 제휴할 수 있어 수익원이 다양해진다.
게다가 덩치 큰 본사의 결재를 받지 않고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사업이 전문화되면 사업모델이 분명해져 투자 유치를 받기에도 수월하다.
드림엑스 홍보팀 정현정 과장은 “우선 드림라인이 전액 출자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 뒤 외자를 유치해 회사 규모를 키우고 인터넷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포부를 펼친다.
하나로통신의 하나넷 www.hananet.net, 신비로의 샤크 www.sshark008.com, 유니텔의 헬로키노 www.hellokino.com, 천리안의 C포커스 cfocus.chollian.net도 꾸준히 동영상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 검색 중심의 포털사이트 중에선 라이코스코리아 www.lycos.co.kr가 유일하게 ‘엔터테인먼트 포털’을 표방하면서 2월부터 인터넷영화 유료서비스를 시작했다.
ISP 기반 포털사이트들이 가진 최강의 무기는 초고속망 가입자들이다.
한국통신은 200만명, 하나로통신은 116만명, 두루넷은 81만명, 드림라인은 16만명의 회원을 기반을 하고 있다.
회원은 유료서비스를 사용해도 통신사용료에 대금이 얹어지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적다.
, 콘텐츠제공자(CP)는 정기적으로 수입이 들어오니 안정감을 느낀다.
그러나 회원이나 제휴 CP가 많다고 반드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파라다이스>의 경우가 그랬다.
드림엑스, 코리아닷컴, 유니텔, 하이텔 등 대형 포털 등 10여개 사이트에서 동시에 유료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예상을 깨고 하나넷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것이다.
하나넷은 심지어 제작사인 조이iTV 사이트보다도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다.
반면 회원 수나 콘텐츠량이 월등했던 다른 사이트들에선 그다지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다.
최근 데이콤의 메가포털 채널i www.channeli.net가 사업 중단을 결정한 배경 역시 수익원 창출 실패에 있었다.
170만명에 이르는 무료회원 중 사업유지를 위해 필요한 40만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채널i의 월 유료회원은 평균 30만명 미만이었다.
초고속망 가입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무료서비스는 별다른 수익모델을 주지 못했다.
수익원 창출이란 깊은 고민을 해소하는 데엔 많은 회원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노총각의 깊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데엔 100명의 여자친구보다 1명의 애인이 나은 것처럼. 사이버소비행태 예측할 줄 알아야 하나넷은 다른 메가포탈들과는 달리 특정 시기에 특정 콘텐츠만을 메인페이지 중심에 띄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파라다이스>도 서비스 시작 전부터 집중적으로 띄웠다.
통신사용료에 추가되는 후불제 과금방식도 회원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였다.
코리아닷컴 남명성 팀장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고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욕구를 느끼는 회원이 많아야 유료콘텐츠가 팔린다”고 말한다.
단지 회원 수가 많은 사이트보다는 회원들의 소비행태를 예측하고 마케팅할 줄 아는 사이트가 유료서비스에 성공한다는 뜻이다.
룸쌀롱 시트콤이란 소재로 입소문을 탄 <파라다이스>처럼 이슈가 될 만한 콘텐츠를 찾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돈을 쓸 만한 고객을 알아보고, 그들에게 맡는 시기에 그들의 마음을 끄는 디자인을 고안하는 감각은 아무한테나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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