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뉴스 한가지가 무역업계와 미디어 업계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거간꾼’인 현대상사가 세계적 미디어그룹 베텔스만과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었다.
베텔스만한테 은근히 구애하던 국내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어리둥절했다.
현대상사의 파트너는 세계적 거물이다.
베텔스만은 출판사와 22개국 3500만 회원의 북클럽, 음반과 뮤직클럽(BMG), 방송국을 거느린 세계 3위권의 미디어 그룹이다.
반면 현대상사는 지난해 SBSi, 현대백화점과 함께 SBS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인터넷TV 셋톱박스 업체 홈TV인터넷에 지분을 출자하면서 처음으로 콘텐츠·미디어 사업에 발을 담갔다.
미디어 사업에선 ‘새내기’인 셈이다.
베텔스만이 미디어 업체로서 노하우도 없고 냅스터 같은 화제의 업체도 아닌 현대상사와 손을 잡을 만한 이유는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또다른 세계적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는 99년 동양제과의 미디어그룹 온미디어와 손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그에 비하면 현대상사와 베텔스만은 화투장과 카드를 한손에 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다.
인터넷무역 일반화로 종합상사 빛 바라… 위기 돌파책으로 벤처전문상사 선언 분석 5월 초, 뉴스 한가지가 무역업계와 미디어 업계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거간꾼’인 현대상사가 세계적 미디어그룹 베텔스만과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었다.
베텔스만한테 은근히 구애하던 국내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어리둥절했다.
현대상사의 파트너는 세계적 거물이다.
베텔스만은 출판사와 22개국 3500만 회원의 북클럽, 음반과 뮤직클럽(BMG), 방송국을 거느린 세계 3위권의 미디어 그룹이다.
반면 현대상사는 지난해 SBSi, 현대백화점과 함께 SBS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인터넷TV 셋톱박스 업체 홈TV인터넷에 지분을 출자하면서 처음으로 콘텐츠·미디어 사업에 발을 담갔다.
미디어 사업에선 ‘새내기’인 셈이다.
베텔스만이 미디어 업체로서 노하우도 없고 냅스터 같은 화제의 업체도 아닌 현대상사와 손을 잡을 만한 이유는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또다른 세계적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는 99년 동양제과의 미디어그룹 온미디어와 손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그에 비하면 현대상사와 베텔스만은 화투장과 카드를 한손에 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다.
미디어그룹 베텔스만과 제휴 두 기업은 아직 제휴의 속내를 드러내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상사는 제휴에 대한 보도가 나간 뒤 베텔스만에서 항의가 들어왔다면서 입을 꾹 다문다.
“구체적 사업내용은 아직 조율하고 있다”고 되뇔 뿐이다.
그렇지만 현대상사가 그간 걸어온 행보는 이 제휴의 속뜻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현대상사한테 베텔스만이라는 카드는 미완성인 밑그림의 한부분을 채워넣는다.
‘벤처 전문상사’라는 청사진이다.
이 청사진이 윤곽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현대상사는 지난해 ‘N경영’ 원년을 선포했다.
‘21세기 세계 디지털 네트워크 기업’(Global Digital Network Enterprise)으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매출구조에서도 온라인 사업의 비중을 크게 높여 2005년에는 온라인에서 28조원, 오프라인에서 34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익구조에선 아예 온라인을 주요 수익원으로 잡았다.
온라인 수익은 7천억원, 오프라인 수익은 3400억원으로 목표치를 세웠다.
온라인 사업의 주축은 전자상거래, 콘텐츠 사업, 전자화폐와 물류 사업, 보안·인증 솔루션 마케팅 사업으로 잡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현대상사는 34개 인터넷과 IT 업체에 300억여원을 투자했다.
올해에도 140억여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어찌보면 이런 계획은 이미 ‘한물 간 꿈’으로 보일 수도 있다.
원대한 꿈을 품고 e비즈니스에 뛰어들었던 다른 종합상사들도 올해 들어 속속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경매사이트 삼성옥션을 닫고 인터넷서점 크리센스의 운영권을 경쟁사이던 예스24에 넘겼다.
LG상사는 지난해 현대상사, SK글로벌과 함께 화학 B2B 사이트 켐라운드닷컴 www.chemround.com을 설립한 것 외엔 별다른 사업을 펼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활발하게 e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SK글로벌도 해외 쇼핑 물류 지원 사이트인 위즈위드 wizwid.com를 분사한 뒤에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화하는 정도의 보수적 전략을 펴고 있다.
현대상사도 지난해 몇몇 온라인 사업에서 실패의 쓴잔을 들이켰다.
개인정보 관리 사이트 IHM코리아는 문을 닫았고,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 B2B 사이트 모닝네트워크닷컴은 사이트 운영을 중단했다.
아웃소싱 서비스 사이트 웹로지스틱코리아는 투자금을 회수한 뒤 서비스를 중단했다.
올 들어선 벤처 투자 예산으로 책정한 140억원도 거의 집행하지 않았다.
현대상사는 이런 실패쯤엔 초연한 듯한 분위기다.
현대상사가 중점 투자했던 B2B e마켓플레이스는 어차피 다른 큰 규모의 e마켓플레이스로 흡수되거나 통합되는 데 대비한 성격이 강하다.
독자적 고객 기반이 있어야 큰 사이트에 일방적으로 잡아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97년부터 32개국 48개 지사 가운데 44곳을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국제전화는 인터넷전화로 대치했다.
잦은 업무 연락으로 97년 한해 17억3천억원이나 들었던 통신비는 지난해 7억4500만원으로 3년 만에 56.1%나 줄어들었다.
네트워크망으로 문서를 공유해 팩스 비용은 절반으로 줄었다.
팩스 소모품 비용은 완전히 없앴다.
네트워크는 종합상사의 핵심기능인 정보 인프라를 더 탄탄하게 구축했다.
현대상사에서 모든 결재, 보고, 품의가 네트워크에서 이뤄진다.
선박, 플랜트, 기계, 자동차, 자원투자, 지사, 중소기업 정보 등 글로벌 정보시스템도 네트워크로 공유한다.
특히 주요 영업, 거래선에 대한 정보시스템은 상당히 세련되었다.
현대상사와 거래를 논의했던 회사라면 그 거래가 성사되었든 아니든 정보가 입력된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을 경우엔 그 이유와 당시 상황, 만났던 사람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입력해둔다.
그런 정보는 나중에 거래선을 다시 트려고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한 아랍 선박회사의 파일을 잠시 들여다봤다.
파일에는 그 회사와 거래한 내역부터 불만사항, 회사임원 동정, 심지어 주요임원의 교우관계까지 빽빽하게 들어 있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해당국가를 방문해 관련 인물 아무개를 만났다는 정보도 들어 있다.
정보의 세밀함이 웬만한 주요언론사의 정보보고 시스템을 뺨칠 정도다.
종합상사 노하우 살릴 비전 현대상사의 ‘벤처 전문상사’ 선언에는 오프라인 영업망, 온라인 정보망, 온·오프라인의 마켓 이 세가지 인프라에 대한 자신감이 버티고 있다.
현대상사 인터넷·IT전략팀 도준웅 팀장은 “벤처 전문상사야말로 해외 시장을 잘 알고 진출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현대상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비전”이라고 설명한다.
예전의 현대상사가 ‘콘돔에서 군함까지’ 팔았다면 벤처 전문상사로서 현대상사는 ‘기술부터 비즈니스 모델까지’ 팔겠다고 나선 셈이다.
베텔스만그룹과 제휴한 것도 ‘벤처 전문상사’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대상사가 벤처에 이어 미디어 산업의 ‘거간꾼’으로 나선 것이다.
콘텐츠 기반이 없는 현대상사는 베텔스만의 인프라를 기존의 e비즈니스에 접목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한국 시장이 낯선 베텔스만은 믿음직한 파트너한테서 한국 미디어 시장과 미디어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베텔스만은 현대상사의 변신에, 현대상사는 베텔스만의 한국 진출에 힘을 보태게 된다.
이렇게 현대상사가 남다르게 움직이는 데 대해 분석가들은 현대상사와 다른 상사들의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대상사는 수익의 대부분을 무역 거래 수수료에서 얻는다.
하지만 수수료는 매출의 0.1%안팎에 불과해 열심히 팔아도 크게 남지 않는다.
한 현대상사 직원은 “1인당 매출은 세계 제일이라지만 순이익은 별로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반면 다른 상사들은 무역 거래 외에 다른 수익 기반을 가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건설에서 수익의 반을 얻는다.
SK글로벌은 유통과 에너지, LG상사는 의류와 LG마트가 든든하고 안정적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
그나마도 무역 기능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기존 굴뚝기업들은 나름의 무역 노하우가 생기면서 종합상사들을 떠나간다.
현대증권 김장우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이 발전하고 굴뚝기업이 독자적 무역기능을 가지면서 종합상사의 정보력과 해외 네트워크가 빛이 바래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올해부터 현대계열사 분리로 현대자동차, 현대전자, 현대중공업이라는 알짜 고객들은 현대상사의 품 안에서 차례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물론 현대상사의 금광 개발이나 스포츠 이벤트 사업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수익 기반을 강화해줄 뿐 기업으로서 비전을 주는 것은 아니다.
현대상사는 이래저래 새로운 ‘영토’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벤처기업의 무역 거래라는 익숙한 토양이든, 미디어 산업이라는 낯선 토양이든 말이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