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리니지’의 부상을 지켜보는 PC게임 개발업체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매출 100억원만 돼도 국내 업체에서는 단연 메이저로 부상할 만한 수치다.
그런데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기록한 매출이 570억원이라니. 게다가 올해는 조심스럽게 잡았다며 1천억원의 매출목표를 들이민다.
안 그래도 외국산 대작들에 밀려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PC게임 업체들로서는 뭔가 새로운 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게임시장은 지난해 약 1조2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업소용 게임(아케이드게임)이 8500억원, 비디오게임이 1460억원, PC게임이 1442억원, 온라인게임이 1200억원 정도를 기록했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게임시장이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온라인게임은 올해 PC게임 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게임의 주류 자리에서 온라인게임에 밀려나게 된다는 얘기다.
국내 PC게임 시장은 외산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일부 국산제품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 등 외산 대작들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80%를 훌쩍 넘는다.
20%에도 못미치는 시장을 국내 업체들이 아웅다웅 나눠먹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더욱 힘겨운 싸움이 될 전망이다.
외산 대작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사용자들에게 소홀했던 외국 메이저 업체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게임 내용에도 우리나라와 관련된 아이템을 추가하는 등 한국시장을 노린 공세가 가열되고 있다.
우리도 대작으로 승부한다.
영화 <쉬리>는 국내 영화산업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우리에게도 블록버스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후 국산 블록버스터의 잇따른 등장과 성공을 이끌었다.
외국영화의 직접배급으로 고사직전까지 몰렸던 한국영화는 쉬리 이후 중흥기를 맞고 있다.
국산 PC게임 업계에도 쉬리와 같은 블록버스터를 통해 국산 게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잇따라 출시된 ‘킹덤언더파이어’, ‘창세기전Ⅲ 파트2’, ‘악튜러스’ 등이 국산 대작의 반열에 오르는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판타그램의 킹덤언더파이어다.
제작기간 3년에 제작비용 3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작품이다.
5억원의 개발비만 투입돼도 대형 프로젝트로 분류되는 국내 게임업계에 킹덤언더파이어의 탄생은 그 자체만으로 기념비적이다.
지난해 12월1일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7만여장이 팔려나가 출발도 좋다.
이 제품은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더 기대를 모은다.
올 1월부터 전세계 32개국에서 순차적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현재 사전계약고만 50만장에 이르고 있다.
북미권에서는 미국 내 4대 게임유통업체 가운데 하나인 GOD를 통해 지난 1월18일 일제히 발매됐다.
미국 현지 판매가는 39.99달러, 국내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A급 대접을 받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유럽시장에서는 영국 현지법인 판타그램유럽을 통해 유럽 12개국에서 일제히 판매에 들어갔다.
블록버스터란 말에 걸맞게 유통체계도 세계 메이저에 뒤지지 않아 국산 PC게임의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Ⅲ 파트2도 국산 PC게임을 이끌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12월23일 발매된 이후 5일 만에 5만장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월 현재 1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어 국산 게임의 자존심을 지킬 수작으로 평가된다.
창세기전은 95년 12월 첫 작품이 출시된 이후 6종의 제품이 시리즈로 나와 이미 국산 게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이번 파트2는 창세기전의 완결판. 창세기전은 올해 내수와 수출물량을 합한 누적판매량이 100만장에 이르는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손노리와 그라비티가 2년간 1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완성한 롤플레잉 게임 악튜러스도 블록버스터로 손색이 없다.
악튜러스는 지난해 12월 출시된 이후 5만장의 판매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온라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국산 대작들의 선전으로 토종 PC게임의 대도약에 기대가 쏠리고 있지만 이들의 선전은 영세 PC게임 업체들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실제 적지 않은 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인 온라인게임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PC게임 자체도 온라인화의 길을 걸을 채비를 차리고 있다.
판타그램 이상윤 사장은 “PC게임도 이제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며인터넷에 접속해 멀티플레이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모든 게임은 그러한 추세로 간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는다.
“향후 2, 3년의 핫이슈는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게임이 온라인화한다는 것이다.
초고속망의 확산과 새로운 디바이스의 출현이 이들 더욱 부추길 것이다.
” 소프트맥스는 올해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온라인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 연말 본격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게임의 온라인화 추세는 개발업체에게는 더욱 ‘규모’를 요구한다.
온라인화는 기본적으로 개발기간이 오래 걸리고 네트워크 지원을 위한 서버 등 장비를 많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게임 업체의 인수합병설이 불거지고 있다.
올해 온라인게임 업체를 중심으로 7~8개 업체가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투자를 받아 자금력이 있는 업체나 이들 기업공개를 한 업체를 중심으로 소규모 게임 업체의 흡수합병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얘기다.
판타그램 최치환 과장은 “기술은 있는데 기획력이나 자본력이 부족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이 일어날 것이고 판타그램도 그런 업체를 물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게임의 부상이 몰고온 게임 업계의 재편 바람은 올해 국내 게임시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일본 NTT도코모에서 제공하는 i모드(i-mode)의 경우 전체 콘텐츠 중에서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의 활용비율이 59%에 이른다. 아직까지는 기술적 제약으로 모바일 게임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지만 IMT-2000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시기를 겨냥해 게임 업체들마다 본격 게임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네트워크 게임은 모바일 게임에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선인터넷 게임 업체들은 단말기 사양에 최적화할 수 있는 그래픽이나 음성기술, 새로운 장르의 개척 등이 모바일 게임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춘추열국지’라는 모바일 게임을 선보인 컴투스 www.com2us.com 는 최근 휴대전화로 연애 시뮬레이션을 즐길 수 있는 ‘연인’을 개발해 SK텔레콤과 LG텔레콤에 서비스하고 있다. 컴투스 문종민 마케팅팀장은 “연인은 A4 용지 4천장에 이르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엠조이넷 www.mjoynet.com 은 최근 웹게임과 연동되는 모바일 전략게임 ‘강철제국’을 SK텔레콤에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 게임은 PC 기반의 게임을 무선과 연동시킨 것이 특징이다. 언와이어드코리아도 ‘엠피싱’과 ‘루디판테스스토리’에 이어 추가로 5개의 게임을 출시한다. ‘모바일삼국지’로 지난해 인기를 모은 마나스톤도 올해엔 자바에 기반한 게임 3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온라인게임 업체들도 모바일 시장을 노린다. 이미 지난해 ‘코스모노바’로 무선인터넷 게임에서도 선두주자임을 확인한 넥슨은 올해 1월부터 과금을 시작해 본격 수익경쟁에 들어갔다. 넥슨은 5년 정도의 장기 비전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무선인터넷 게임 업체들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서로 다른 플랫폼을 고집하고 있어 동시 서비스를 위해선 각각에 맞는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고 불평한다. 과금체계도 이동통신사업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모바일 게임의 활성화 여부는 아직은 이동통신업체의 영향력에 갇혀 있는 셈이다. 한정희 기자 bambaya@dot21.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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