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만 해도 지난 4월21일 하나비즈닷컴 문광승 사장,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완 부사장 등 12명의 IT 업계 관계자들이 방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벤처기업들의 잇단 방북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내에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북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거였다.
이러한 비판의 배경엔 통일과 관련한 ‘눈먼 기금’을 거저 먹으려고 한다거나, 국내에서 펀딩을 받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의혹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어찌됐든 대다수 벤처기업들의 남북경협 성적표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업계에서 삼성전자의 남북 IT 경협 모델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부에선 실질적으로 경협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 이외에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삼성전자의 남북 IT 경협도 최근 들어 다소 삐그덕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북한과 2차 남북 IT 경협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1차 소프트웨어 공동개발 합의에 이어, 이번엔 통신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 휴대전화 단말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놓고 북한과 협상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단말기의 소프트웨어를 중국어로 구현하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직원들이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며 북한 엔지니어들을 교육시켜왔다.
하지만 북한은 협상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이 현재 받는 임금보다 세배 가량 높은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엔지니어들이 개별적으로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북한에 ‘지불하는’ 개발비용은 한사람 임금에 엔지니어의 인원 수를 곱해 결정해왔다.
따라서 북한이 공동개발 대가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개발비용을 요구한다고 추정할 수 있는 셈이다.
5월 중순까지 협상 계속할 듯 삼성전자와 북한은 줄다리기 끝에 프로젝트 단위로 개발비용을 주기로 의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원을 얼마나 쓸 것인지는 북한이 결정하고, 삼성은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일정액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개발비용 계산은 사실 처음이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물론 삼성전자와 북한쪽 협상은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삼성전자 경협사무국 관계자들은 베이징에 머물며 5월 중순까지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종결과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북한은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삼성을 가장 큰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
삼성 역시 대북 사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데다 북한을 중국 진출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밑지지 않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북한 조선콤퓨터쎈터(KCC)와 갖가지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삼성은 중국 베이징사무소에 나와 있는 북한 엔지니들어에게 게임, 워드프로세서 등의 프로그램 개발을 맡겨왔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통일워드’와 ‘통일오피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훈민정음’과 북한이 자체 개발한 워드프로세서인 ‘단군’, ‘창덕’ 등을 통합개발해 각기 다른 자판과 입력방식을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당장에는 인건비를 절약하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통일 시대의 남북 워드 프로세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북한의 조선콤퓨터쎈터와 소프트웨어 반입 계약을 맺고 자체 쇼핑몰인 삼성소프트 www.samsungsoft.com에서 북한이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다.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프로그램은 바둑, 장기, 요리, 악보제작 등 모두 6개로, 판매실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국내 판매를 통해 북한 소프트웨어의 시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까지 딱히 특별한 대북경협 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삼성의 ‘실험’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삼성의 대북 경협은 주로 IT 분야에 치중해 있어 정보통신업계에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삼성의 이번 2차 남북 IT 협상 최종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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