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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온라인 학교
[재미] 온라인 학교
  • 이용인
  • 승인 200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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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살아오는 이름, 이름들
“매일 온라인 학교로 ‘등교’한다.
‘선생님’(직장상사)의 눈치를 살피며 친구들이 보낸 ‘쪽지’를 확인할 때면 학창시절의 향수에 코끝이 찡해진다.

어린시절 단짝을 찾아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 인터넷에서도 활개친다.
아련한 추억을 디지털과 버무려 놓은 동창회 사이트들이 ‘사람찾기 신드롬’의 진원지다.
주말이면 음식점들은 동창회모임으로 북적댄다.
인터넷에 접속해 매일 동창들의 안부를 살펴보지 않으면 몸이 근지러운, 이른바 ‘인터넷 동창회 중독증’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런 호황에 힘입어 모교사랑 www.iloveschool.co.kr, 다모임 www.damoim.net, 동창 www.dongchang.com, 백투스쿨 www.back2school.co.kr 등 엇비슷한 사이트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온라인 특명! ‘20일만의 귀가’ 하지만 동창회 사이트에 정감어린 사연들만 있는 건 아니다.
사연이 많은 만큼 온갖 재미있는 세상사가 담겨 있다.
한 가출 청소년은 ‘동창’들과 채팅을 즐기다 꼬리가 잡혀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초등학교 때 첫사랑과 채팅을 즐기고 일어나 보니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더라는 만화같은 이야기도 있다.
첫사랑을 만났지만 이미 30대 가장이 돼버린 한 남자의 ‘슬픈’ 로맨스는 애달픈 맛이 있다.
광주에 있는 여고 2학년생인 김은지(17·가명)양은 6월26일 가출을 감행했다.
은지양의 부모는 보름 동안 그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어디에 있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김양의 부모는 한가지 ‘단서’를 잡을 수 있었다.
김양이 친구들과 고민을 상담하기 위해 거의 매일 ‘다모임’에 ‘등교’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부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의 공문을 받은 다모임 운영진은 격렬한 논의 끝에 가출 청소년 귀가작전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운영진은 며칠 동안 교문(사이트) 앞에서 잠복 근무하며 김양의 등교 여부를 주시했다.
드디어 김양은 등교해 친구들과 접속을 시도했고 운영진은 IP주소를 잽싸게 경찰에 넘겼다.
광주에 있는 피시방에서 채팅을 즐기던 김양은 20일간의 가출을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인생을 알고 싶으면 온라인 학교에 가보라 평소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동창인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회사원 김아무개(36)씨는 인터넷 동창회에 들어가보고 난 다음 부인(33)에게도 가입을 권유했다.
그런데 거기서 남편 회사 동료의 부인 박아무개(33)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동창이 바로 지척에 있었던 셈이다.
좀처럼 믿기 어려운 ‘황당한’ 일도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한 남학생이 피시방에서 초등학교 때의 첫사랑과 접속이 됐다.
채팅을 끝내고 기분좋게 자리에서 일어난 남학생은 놀란 토끼눈을 하고 옆자리를 쳐다보았다.
바로 자신과 채팅을 하던 첫사랑이 옆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황당해하는 건 첫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첫사랑을 생각하면 왠지 가슴이 울렁거린다.
특히나 아무런 부끄럼없이 멱을 감거나 소꿉놀이를 했던 초등학교 때 첫사랑은 가슴을 촉촉히 적셔준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첫사랑을 만난 뒤로 현재 사귀고 있는 이성친구와 멀어지기도 한다.
다모임의 정성희 마케팅팀장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층에서 가끔 ‘중재’를 요청해오곤 한다”고 말한다.
젊은층들이 적극적으로 사랑의 쟁탈전을 벌이는 반면, 30대는 그저 바라만 보는 사랑일 수밖에 없다.
모교사랑 게시판에 글을 올린, 자신을 30대라고 밝힌 류아무개(30)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로맨스를 떠올리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한다.
“나의 첫사랑이었던 그녀를 만났다.
16년의 기다림. 10년, 아니 5년 만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하지만 그에겐 부인과 아들이 있다.
동창회 사이트는 세상살이의 축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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