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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이] 디지털 저작권 분쟁, 대안은 없는가
[서베이] 디지털 저작권 분쟁, 대안은 없는가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2.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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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바다’ 인터넷이 ‘소리바다’ 사건으로 출렁이고 있다.
엄격히 말하자면 소리바다를 둘러싼 논쟁은 이미 가상공간의 둑을 넘어 사회 전체로 범람하고 있다.
‘한국판 냅스터 사건’으로 불리는 소리바다 사건은 개인 대 개인(P2P) 방식의 MP3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소리바다가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음반협회로부터 고소를 당한 데 이어, 법원으로부터 서비스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으면서 일단락된 듯하다.
지상파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과 주요 일간지, 유명 포털사이트의 토론 게시판과 커뮤니티 사이트 등 사람들의 눈길이 머무는 공간이면 어김없이 격렬한 찬반토론이 벌어졌지만, 소리바다 서버는 결국 폐쇄됐고 서비스는 중지됐다.



온라인 저작권, 전세계적 현안


하지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소리바다 사건은 단순히 ‘MP3 음악파일을 P2P 방식으로 교환·공유하는 것이 위법인가 아닌가’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인터넷시대에 맞는 온라인 저작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근본 문제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온라인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은 비단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안이다.
소리바다 사건이 지금 국내에서 관심을 끄는 이유는 국내 온라인 저작권 분쟁에 대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자 ‘600만 회원을 확보해 막강한 대중적 파급력을 자랑해온 인터넷 공유 시스템에 가하는 공식적 조치’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소리바다의 폐쇄에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 근본적 대의에는 동의한다.
저작권자의 권리는 보호받아야 하며, 이에 못지않게 이용자의 권리 또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리바다의 등장 이후 깊은 침체기에 빠진 음반업계를 보며 소리바다 이용자들이 ‘심정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나, “소리바다를 폐쇄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저작권 보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바다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음반협회쪽이 내심 동의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렇게 해서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온라인상에서 저작권자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인터넷’이란 새로운 환경에서 기존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온라인상에서 디지털 저작물이 유통되는 방식과 실제 사례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보자.

소리바다로 인해 널리 알려졌듯이, 온라인 저작권 문제에 불씨를 댕긴 대표적 저작물은 MP3 음악파일이다.
인터넷 공개자료실에 등록돼 있는 MP3 파일변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초보자도 간단히 일반 오디오CD를 MP3 파일로 변환시킬 수 있다.
음질도 일반 CD와 거의 차이나지 않는데다 용량은 10분의 1 수준이어서, MP3 음악파일은 최근 2~3년간 PC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유통돼왔다.


‘디빅’(DivX)이라 불리는 동영상 파일 유통도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지 오래다.
디빅은 DVD 타이틀을 DVD롬 드라이버 없이도 일반 PC에서 볼 수 있도록 변환시킨 동영상 파일이다.
쉽게 말해, <벤허>란 DVD 영화를 디빅으로 변환시키면 DVD플레이어나 DVD롬 드라이버 없이 일반 동영상 파일처럼 PC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DVD 타이틀에 비해 화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극장 화면과 같은 16 대 9의 와이드 화면에 5.1채널 입체음향으로 깨끗한 화질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요즘은 영화 개봉과 동시에 DVD 타이틀을 출시하는 제작업체가 늘어나면서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신작 영화의 디빅 파일이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바람에 법적 다툼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새로이 문제가 되고 있는 디지털 저작물은 만화다.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만화책을 각 페이지마다 일일이 스캐너로 복사해 그림파일 형태로 변환한 다음 그것을 웹상에서 유통시키는 방식이 유행되고 있다.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에서부터 일본 성인만화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밖에 유료로 제공되는 전자책 콘텐츠나 정품 소프트웨어, 게임 타이틀, 온라인 교육 사이트의 강의자료와 저작권이 걸려 있는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저작물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스턴트 메신저 통한 송수신도


그 유통방식도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 방식은 소리바다와 같은 P2P 파일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소리바다 외에도 국내 P2P 파일공유 프로그램으로는 매니아뮤직 www.maniamusic.co.kr의 ‘매니악’, 씨프렌드 www.seefriend.co.kr의 ‘씨겟’ 등이 있으며 누텔라 www.gnutelliums.com나 윈맥스 www.winmx.com와 같은 외국 프로그램도 인기다.
특히 국내 저작권법의 그물망을 피해 외국 서비스를 찾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윈맥스의 경우 소리바다가 폐쇄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한글 패치가 개발되는 등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구루구루 www.guruguru.co.kr나 e동키 www.edonkey2000.com도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파일교환 장소다.
이런 P2P 방식의 파일공유는 기술적 면에서 기존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는데다 외국 서비스의 경우 규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분간 소리바다처럼 일시에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호회 자료실을 통해 각종 저작물을 공유하는 방식도 널리 퍼져 있다.
두루넷이나 하나포스, 유니텔 등 주요 인터넷서비스업체(ISP)의 동호회들 가운데 이런 식으로 음악이나 동영상 파일을 교환하는 곳은 적게 잡아도 100여곳에 이르며, 다음 카페나 프리챌 커뮤니티와 같은 소규모 커뮤니티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어림잡아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저작권 관련 단체는 보고 있다.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해 파일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해선 규제는 고사하고 파악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음 메신저나 MSN 메신저, 드림위즈의 ‘지니’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스턴트 메신저의 경우 이용자가 수백만에서 수천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들을 일일이 단속할 방법이 없다.
디지털 영상물이나 음반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조차 ‘이용자의 인식변화를 기다릴 뿐이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외국 영상물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업체나 음반관련 단체 등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업체에선 우선 주요 동호회 사이트를 저작권법 적용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감독팀을 만들거나 저작권 보호업무를 대행해주는 업체를 통해 주요 동호회 사이트를 수시로 돌아다니며 자사 저작물의 업로드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동호회나 서비스 업체에 저작물 삭제 요청을 하고 때로는 동호회를 폐쇄하는 극단적인 조처를 취하기도 한다.



#사례1


소제: 동호회 자료실 폐쇄


지난 6월말 국내 통신서비스 업체인 유니텔의 A동호회 동영상 자료실이 갑작스레 폐쇄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일본 애니메이션 500여편의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는 유림엔터테인먼트 www.yooliment.co.kr가 자사의 배급물을 무단으로 자료실에 올렸다는 이유로 유니텔쪽에 해당 자료를 삭제할 것을 요청한 데 있었다.
이에 유니텔은 A동호회에 자료 삭제를 요구했으나 동호회쪽에서 미온적 반응을 보이자 동영상 자료실을 폐쇄한 것이다.
자료실이 폐쇄된 6월말부터 7월 중순까지 20여일간 유림엔터테인먼트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유림쪽의 조처에 항의하는 A동호회 회원들의 글이 270여건이나 게재됐다.


자료실 폐쇄에 대한 유림쪽의 반응은 ‘우리도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유림쪽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주요 동호회에 e메일을 보내 저작권 자료 등록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자료실 폐쇄와 같은 제재조처를 취할 생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며 “동호회 회원을 비롯한 네티즌의 인식변화를 기대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8월초 현재 A동호회는 저작권이 걸린 자료의 목록을 공지하고 해당 저작물의 업로드를 자제할 것을 회원들에게 요청하는 한편, 불법 자료에 대해서는 등록을 막고 있다.




#사례2


소제: 대행업체의 집중 단속


콜롬비아, 시네마서비스 등 영화사를 비롯해 EA코리아, 한빛소프트, 스페이스인터내셔널 등 게임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저작권 보호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한림IPS www.hanlimips.com는 한 달에 2천개 이상의 불법 자료실을 적발해 폐쇄조처를 취하고 있다.
4명의 직원이 둘씩 나눠 각각 영화와 게임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있으니, 적발되는 숫자가 실로 놀라울 정도다.
개봉영화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을 즈음이면 영화 1편당 1천여개의 불법 자료실이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
한림IPS 정재근 부서장은 “자료삭제를 요청하면 대부분의 사이트는 자진해서 삭제하는 편이다.
소규모 커뮤니티나 개인자료실은 인터넷접속사업자(ISP)가 사이트를 폐쇄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폐쇄되는 사이트만 한달에 영화와 게임쪽에서 각각 1천개 정도에 이른다”며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저작물을 등록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고소를 하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그는 말한다.
일부 고소를 당한 이용자조차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
아직까지 저작물의 온라인 유통에 대한 판례가 드문데다,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물을 판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트집을 잡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정재근 부서장은 “한 고객사의 2만원짜리 정품 소프트웨어의 경우 두군데 동호회에서 3만번이나 다운로드된 적도 있다.
업체 입장에선 6억원을 고스란히 날린 셈이다.
동호회 입장에선 자료를 공유할 수 없어 불편할지 모르지만 업체의 고충도 이해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외국 음반사들, 온라인 사업화


지금까지 사례에서 드러나듯, 인터넷 동호회와 같은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저작물을 공유한 경우 사이트 폐쇄나 법적 고소 등 극단적인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형사처벌 건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위법의 소지는 있으나, 막상 법의 잣대를 들이대려 하면 저작권법 적용범위를 어디까지 두어야 할지 애매한데다 네티즌의 정서 등으로 인해 처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리바다 사건에서 보듯, 저작권·판권 소유자와 네티즌간에 분쟁이 늘어나면서 양쪽의 권리를 모두 존중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안은 ‘유료화’다.
업체 입장에선 인터넷 기술을 퇴보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만들거나 해당 콘텐츠에 대해 보상금을 받는 등 새로운 환경에 맞는 유료화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워너그룹과 BMG, EMI와 비방디 등 대부분의 대형 음반사들이 온라인을 통한 다운로드나 CD판매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온라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최근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와 비방디 유니버셜 뮤직그룹이 그동안 실시해온 다운로드 제한조처를 포기한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소니-비방디는 최근 ‘프레스플레이 2.0’을 발표하면서 이용자가 월 9.95달러만 내면 원하는 곡에 대해 무제한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월 17.95달러를 내는 이용자는 매달 10곡씩 이동장비에 음악을 담을 수도 있다.
이런 ‘파격적’ 조처는 아직도 음악파일 다운로드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워너-BMG의 ‘뮤직넷’ 서비스는 물론 국내 음반업체의 유료화 모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온라인상의 파일 공유는 무료’라는 인식이 강한 네티즌을 상대로 국내 업체들이 유료화의 ‘마지노선’을 잡을 수 있는 표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바다 사건은 이제 온라인 저작권의 범위를 규정하는 움직임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추세대로 가면 음악파일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웹상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뿐 아니라 인터넷방송 전반, 나아가 네트워크상에서 송수신되는 디지털 형태의 모든 저작권 있는 콘텐츠에 대해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기술발전 속도는 빠르고 법의 발걸음은 느리기만 하다.
디지털시대에 발생하는 저작권 분쟁을 막기에는 낡은 법봉은 역부족이다.
해법은 하루빨리 낡은 법을 고치고, 분쟁의 여지를 없앨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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