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의 남기웅 대리, 아디다스 김은주 과장, 중앙일보사 홍광표 과장, LG전자 박오원 과장, 삼정KPMG의 양성우 대리 등 내로라하는 기업의 실무자들이다.
퇴근시간이 한참 지나서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뭘까? 우선 쉽게 찾을 수 있는 공통 키워드는 ‘HR’(인적자원관리). 모두 인사부서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고 있는 직장인들이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이들을 묶고 있는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프리챌 커뮤니티 ‘HR프로’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모인 이유도 바로 12월에 있을 첫 정기총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HR프로는 지난해 4월18일 결성된 이후 1년여 만에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인사담당자 커뮤니티로 부상했다.
11월13일 현재 회원 수가 650명. 방대한 규모다.
그렇다고 아무나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느 커뮤니티보다 자격조건은 간단하면서도 까다로운 편이다.
우선 현업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 가입이 가능하다.
현재 회원의 80% 이상이다.
다음으로 헤드헌터를 포함한 HR컨설턴트, 대학원 인사 관련 전공자 등이 가입자격이다.
그외의 경우는 허용하지 않는다.
회원 수가 방대하지만 허수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무 도움은 기본, 이직정보 등도 공유
HR프로 남기웅 운영대표는 “HR 선진국인 미국은 인사 전문가들이 다양한 모임을 꾸리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의 경우 친목 도모를 중심으로 몇몇 모임이 유지돼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정보통신업종에서 인사담당자들의 모임으로 ‘정인회’가 있는 식이다.
그러나 실질적 도움을 주고받기보다는 친목 도모에 맞춰져 있다 보니 모임이 활성화되기 힘든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HR프로는 무엇이 다를까? 먼저 결성배경을 보자. 한국능률협회 선진인적자원관리 종합과정을 들으면서 PHR/SPHR(박스 참조) 자격시험을 준비하던 20여명이 깃발을 들었다.
‘인사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취지였다.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지난 5월 무렵이다.
학술, 섭외, 회원관리, 홍보, 총무, 학생 분과로 영역을 나누고 운영위원회를 꾸리면서다.
체계를 갖추고 꾸준히 사업을 만들어내다 보니 금세 입소문이 퍼졌고 그만큼 회원 수도 증가했다.
HR프로에 들어오면 아주 실질적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
얼마 전 나우콤의 한 인사담당자는 회사에서 새로운 성과보상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고, 커뮤니티 게시판 ‘HR Request’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곧바로 동종업계에서 비공식 컨설팅이 시작됐다.
누구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ERP 시스템은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 ‘의사소통 활성화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전략적 의사결정을 한 리더 사례가 있는지’ 등이 최근 회원들이 올린 관심사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벤처, 경제연구소까지 폭넓게 참여하다 보니 모범사례 발굴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새로운 인사제도의 벤치마킹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인재는 움직이는 거야.” 요즘 인사담당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다.
HR프로 회원들은 직장을 옮길 때 헤드헌터를 찾을 필요가 없다.
‘HRJobs’를 이용하면 된다.
실제 운영대표를 맡고 있는 남기웅씨도 이달 초 삼성SDS에서 KTF로 자리를 옮겼다.
모 헤드헌팅 업체는 경비지원을 할 테니 HR프로가 구축한 인력 풀을 제공해달라며 눈독을 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온라인 모임의 활성화는 자연스레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월 외부강사를 초청해 여는 정기세미나말고도 지난 9월 금호인력개발원에서 최초로 정기 학술MT를 다녀오기도 했다.
전략적 파트너로서 시장 리드
HR프로와 함께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선 꽤 알려진 커뮤니티가 또 하나 있다.
외국기업 인사담당자 모임, ‘FHR 클럽’이다.
2000년 만들어진 이 커뮤니티에는 현재 277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은 전원 외국기업 인사담당자들로 한정하고 있다.
마스터는 스위스계 화학회사에서 인사업무를 맡고 있는 김종철씨. 처음에는 30여명이 오프라인 모임으로 시작했다.
전체 FHR 모임 외에도 일반 사원에서부터 대리급이 모이는 쥬니어모임, 과장-차장급의 미들급모임, 부장-임원급의 시니어모임 등 스터디 모임을 꾸리는 것이 특징이다.
현업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한 인사담당자들의 커뮤니티는 앞으로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HR프로 남기웅 대표는 “내년에는 인사전공 대학원생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회원조직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공부 따로 실무 따로가 아니라 인사분야 전공자들이 실제 인사업무에 폭넓게 포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FHR클럽 김종철씨도 “장기적으로 업종별 또는 직무별로 모임을 세분화해 전문화를 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발적 커뮤니티 형성은 지난날 인사업무가 기업 내부에 꽁꽁 숨겨져 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존 업종별 인사담당자들의 모임이 단순한 친목도모에 그쳤던 것도 보안유지 차원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사에 섣불리 인사나 조직 관련 노하우를 공개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인적자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다양한 정보공유와 벤치마킹이 활발하다.
대기업의 경우 적극적 문호개방도 눈에 띈다.
LG는 지난 10월 국내외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재개발종합대회’를 개최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했다.
삼성 역시 ‘AHA-삼성 컨퍼런스’라는 명칭으로 진행된 유사한 회의를 연 바 있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인재 확보와 육성이 기업경쟁력에서 핵심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인사분야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시장을 리드해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넓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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