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 직업인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직업을 바꾸었다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
예컨대 컴퓨터프로그래머를 하다가 광고나 컨설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처음 직업을 선택할 때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직업이 ‘적성’에 맞고 ‘월급’도 괜찮으며, ‘장래성’이 있을까 알아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 직업 세계의 속사정에 대해선 아는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기 마련이지만 기껏해야 한두 명 정도일 뿐이다.
객관적 조언을 듣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아는 사람조차 없다면 언론 따위에 나온 한두 사람의 성공담을 통해 ‘귀동냥’을 하는 게 고작이다.
이러다 보면 직업을 갖더라도 애초 예상했던 것과 달라져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심지어 임금이 생각보다 턱없이 낮거나 적성에 맞지 않아 또다시 직업을 바꿔야 하는 고민을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내년 말까지 500개 직업으로 늘릴 계획
특정 직업에 대해 정확하고도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이런 위험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이 준비하고 있는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은 그래서 기대할 만하다.
중앙고용정보원은 내년 1월부터 310개 직업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 know.work.go.kr으로 제공한다.
내년 말까지는 약 500개 직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서비스의 장점은 현재 1년 이상 재직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겉핥기로 보는 것보다는 재직자가 그 직업을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직업에서 60명씩, 모두 1만9천여명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했다.
조사기간만도 2년에 이른다.
그만큼 어떤 곳보다도 깊고 넓은 직업 정보를 제공한다.
직업에 대해 이처럼 세부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임금, 전망, 업무수행능력 따위에 따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분류가 가능해진다.
직업을 선택할 때 임금이 중요하다면 임금 순으로 직업을 줄세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조사가 우리나라의 모든 직업을 수록한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략 1만3천개의 직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아주 핵심적 직업만 조사한 셈이다.
그럼에도 300개 정도면 웬만큼 알려진 직업은 모두 들어 있다고 한다.
이번 조사를 이끈 중앙고용정보원 직업연구팀 김한준(38) 팀장은 “조사를 마친 다음에 관련 교수나 협회 등에 문의하는 등 전문가 의견도 참작했다”고 말한다.
이제 조사를 마치고 한참 인터넷에 올리는 작업을 진행중인 한국직업정보시스템를 미리 엿보자. 먼저 찾고자 하는 직업에서 컴퓨터프로그래머를 입력하면 세개의 창이 뜬다.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임금 및 전망은 어떤가요’ 등이 그것이다.
우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코너에는 필요한 업무수행능력, 지식, 성격, 흥미, 교육 및 훈련 등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업무수행 능력’은 모두 44개 범주로 나뉘어 있다.
예컨대 컴퓨터프로그래머를 검색하면 업무수행능력이 중요도에 따라 전산, 논리적 분석, 기술 설계, 기술분석, 수리력, 창의력 순으로 나열된다.
아울러 각각의 능력은 100점 만점 기준으로 숫자로 중요도가 표시된다.
컴퓨터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선 전산능력과 논리적 분석이 가장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기자’를 입력하면 글쓰기가 가장 우선 순위에 올라온다.
‘업무수행 지식’도 32개로 영역을 나눠 100점 만점 기준으로 중요도를 숫자로 표시했다.
예컨대 컴퓨터프로그래머의 경우에는 컴퓨터와 전자공학(91), 산수와 수학(87), 통신(82), 영어(80)가 필요하다.
특이한 점은 프로그래머들이 ‘영어’를 4번째 순서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작업이나 서적 등이 영어로 돼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업무에 필요한 성격도 16개로 나누고, 중요도에 따라 나열된다.
컴퓨터프로그래머에 필요한 성격은 분석적 사고(81), 성취와 노력(74), 혁신(74), 책임과 진취성(59), 협조(59)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성취와 노력’, ‘혁신’ 따위가 모든 직업에 필요한 일반적 성격이라면 ‘분석적 사고’와 ‘협조’가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팀 단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료들이나 고객사와 ‘협조’가 절대적이다.
이처럼 현직 프로그래머들이 꼽은 성격들을 살펴보면 밖에서 보던 것과는 컴퓨터프로그래머의 세계가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인터뷰 통해 임금 및 전망도 담아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에는 ‘하는 일’과 ‘관련 직업’, ‘관련 정보’ 등을 담고 있다.
컴퓨터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은 11개 정도가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예컨대 “컴퓨터의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해 프로그램을 코딩한다”, “코딩된 프로그램에 대해 논리적인 에러를 추적 발견하고 이를 수정한다” 따위가 그것이다.
관련 직업으로는 ‘IT컨설턴트’, ‘게임 프로그래머’, ‘네트워크 관리자’ 등 20여개가 넘는다.
관련 직업을 살펴보면 컴퓨터프로그래머를 하다가 다른 직종으로 바꿀 수 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임금 및 전망은 어떤가요’에는 임금과 전망이 나와 있다.
예컨대 현재 프로그래머의 평균 임금은 1년 이상의 직업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165만원이 나왔다.
연봉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앙고용정보원은 앞으로 경력에 따른 연봉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연봉이 경력에 따라 빈익부인지 등을 좀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앞으로의 일자리 전망, 예컨대 “5년 뒤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가”라는 응답에 상당수 프로그래머들이 ‘그렇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2%가 ‘많이 늘어난다’고 대답했으며, 35%가 ‘늘어난다’고 응답했다.
결과적으로 응답자의 87%가 앞으로 5년 동안 컴퓨터프로그래머의 일자리 전망을 밝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조사 결과 해당 재직자들이 “앞으로 5년 뒤에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직업은 동물미용사로 나타났다.
이어 텔레마케터, 시스템소프트웨어엔지니어, 게임프로그래머가 그뒤를 이었다.
또한 월평균 200만원 이상의, 임금이 비교적 높은 직업군에서는 변호사가 5년 뒤에도 일자리가 가장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변리사, 시스템컨설턴트, 물류관리전문가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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