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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진타오 경제항해 시동
[중국] 후진타오 경제항해 시동
  •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승인 2002.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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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중국을 이끌어갈 후진타오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후진타오 총서기는 12월 초 중국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향후 중ㆍ러 관계에 대한 조율작업을 벌이는 등 최고지도자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언론의 괌심도 자연스레 ‘정치지도자’ 후진타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에 비해 후진타오 시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막을 내린 중국 공산당 제16차 당대회(전국대표대회)에서 단지 지도부 교체라는 정치적 드라마만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번 당대회에서 장쩌민 전 총서기의 대회보고와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의 공식 기자회견 등을 통해 중국 경제의 장기 비전과 그 비전을 수행할 구체적 전략들을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세계 6위의 경제단위로 급성장한 중국경제호(號)의 새 선장이 된 후진타오가 앞으로 항해할 목적지가 어디인지뿐 아니라, 그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항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당시 지도부 교체라는 이벤트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경제분야를 시야에서 놓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 생산, 선진 문화, 대중 이익 ‘3개 대표론’


우선 16차 당대회에서는 2020년까지 중국의 GDP를 2000년의 4배로 성장시킨다는 청사진이 등장했다.
1인당 GDP 3천달러 수준의 이른바 “전면적 샤오캉(小康·어느 정도 윤택한 생활수준)”을 실현하겠다는 야심찬 장기 비전이다.
하지만 이 장밋빛 청사진을 뒤집어보면 사정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알아챌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말은 곧 매년 7%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향후 5~10년 동안 중국을 이끌어갈 후진타오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지역만의 샤오캉이 아니라 “전면적 샤오캉”을 실현한다는 비전에는 날로 심해지고 있는 동서간, 도농간, 계층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참으로 풀기 어려운 과제도 담겨 있다.
예컨대 급속도로 발전한 상하이와 낙후된 내륙의 구이저우(貴州)성 사이에는 1인당 소득이 무려 13배나 차이가 난다.
도농간 소득격차 역시 이미 2배 이상으로 벌어졌을 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수백만의 실업자가 발생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골칫거리다.
계층간 소득격차 문제가 중국 사회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태다.
결국 새로운 공산당 총서기 후진타오는 고도성장과 소득격차 해소라는 지극히 시장경제적인 목표를 공산당이 표방하는 사회주의 이념과 조화시켜야 하는 전인미답의 항로를 항해해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당대회에서 공산당 당장(黨章)에 추가된 이른바 ‘3개 대표론’은 바로 이 중국 시스템의 근본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3개 대표론이란 앞으로 중국 공산당이 선진 생산력, 선진 문화의 발전 방향, 광범한 국민 대중의 이익을 대표(대변)해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이 단어에 담긴 의미는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단지 사영기업가의 공산당 입당을 허용한다는 차원의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후진타오가 항해해야 할 항로의 방향과 폭은 물론, 그 앞에 놓인 암초를 고스란히 지시해주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말이다.



고도성장 유지, 지속적 일자리 창출이 관건


여기서 선진 생산력이란 오직 경제적 실적을 통해서만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앞으로 모든 정책의 방향을 경제 발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명시한 셈이다.
다음으로, 선진 문화를 강조한 것은 공산당의 이념이 지난 시대의 교조적 원리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앞서서 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공산당 스스로 인정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소유권 개혁 등을 포함해 앞으로 후진타오가 경제발전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항로의 폭을 미리 설정해주는 역할을 맡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광범한 대중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말은 중국 공산당이 앞으로 시장경제의 결과로 나타난 다양한 계층 사이의 자원 재분배 문제를 조정하는 역할에 좀더 중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공산당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의 그림자 속에 놓여 있는 농민이나 실업자 문제 같은 난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모든 난제들을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후진타오가 이끌 새 정부가 고도성장을 유지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로 모아진다.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한, 지역간, 도농간, 계층간 문제도 확대 균형 속에서 해결될 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당대회를 통해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을 향해 무조건 가속 페달을 밟지만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예컨대 동부 연해지역의 경우에는 정보화를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겠지만, 중부 내륙지역을 중심으로는 노동집약적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서부지역에서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자원을 개발한다는 식이다.
말하자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성장 동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일종의 균형발전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중국은 WTO 가입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끌고갈 새로운 선장을 맞이했다.
설령 그가 백성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뽑은 선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의 앞에는 13억 중국인을 20년 안에 지금보다 4배나 더 풍요롭게 살게 하겠다는 명확한 비전과 과제가 함께 놓여 있다.
이제 우리 시야를 ‘정치지도자’ 후진타오로부터 서서히 옮겨와야 하는 시점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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