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물가, 실업률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이다.
그는 실질경제성장률이 아니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한다.
현재 5.2%보다 2%포인트 높은 7%의 잠재성장률을 이루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성장잠재력을 높이면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높은 성장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낮은 실업률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저성장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노동력 공급은 급격히 줄어들고 기업 설비투자는 과거같이 활발하지 않다.
노동과 자본의 양적 확대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과거처럼 쉽지 않다는 뜻이다.
현재 잠재성장률은 IMF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KDI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80년대 7.6%에서 90년대 6.8%로 현재는 5.2~4.5%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분석한다.
한국은행 정책총괄팀 이흥모 팀장은 “IMF 이후 기업의 설비투자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잠재성장률이 4.3%로 줄었다가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5%대로 올라간 상태”라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은 크게 노동, 자본, 생산성이라는 세가지 생산요소로 구성된다.
노 당선자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동북아 개발, 노사화합, 기업 투명성 제고를 통해 세요소를 동시에 끌어올리겠다고 밝힌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기엔 많은 변수가 개입돼 있다.
동북아 특수는 불확실성이 크다.
한국은행 정책총괄팀 이흥모 팀장은 “동북아 특수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대외 변수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동북아 특수가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수요측면의 변수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정책도 5년 안에 크게 효과를 볼 것 같지는 않다.
노무현 후보는 매년 1.2%씩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 10년 뒤에서는 현재 48%에서 60%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최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속도는 연 0.5% 안팎이다.
증가속도를 현재보다 두배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공약대로 보육료 절반을 국가가 지원하고 남녀고용평등을 이룬다면 그만한 속도를 낼 수 있을까? 찬바람이 감도는 고용, 창업 시장의 현실을 보건대 쉽지 않은 일이다.
경제성장률을 단기간에 무리하게 높이려 들면 경제 불균형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김영삼 정부가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을 때 우리는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고 물가가 상승하는 부작용을 경험했다.
이러한 부작용은 IMF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경제학자들은 “노무현 당선자도 수요확대 정책을 펼까봐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잠재성장률은 사회, 경제 시스템에 극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리 쉽게 바뀌는 지표가 아니다.
“안정적 경제 운영을 위해서는 잠재성장률을 현재 수준인 5%대로 잡고 외생변수에 따른 경기 변동폭을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하라.” 이것이 경제학자들이 새 대통령에게 바치는 충심어린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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