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각각의 전공 분야를 살려 새 정부의 정책에 살을 붙이고 현실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이동걸 위원, 재벌·금융 개혁 토대 마련
먼저 경제1분과의 이동걸(52) 위원은 실무를 겸비한 핵심인물로 꼽힌다.
이 위원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퇴계 이황 선생의 종손이고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 위원은 DJ 정부에서도 금융, 기업 구조조정에 깊이 관여하기도 했다.
인수위 인사들이 진보성향을 띠고 있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 위원은 이런 우려를 희석시킬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의 적임자로 통한다.
이 위원은 경제1분과에서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의 바탕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공적자금 손실 추계 및 회수방안 실사팀에 참여한 공적자금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오랫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재벌 시스템 개혁이나 하이닉스 처리 문제가 의외로 빨리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는 재벌개혁과 관련해 “출자총액제한이 폐지될 경우 심각한 폐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재벌금융사의 계열사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이다.
하이닉스 처리와 관련해 이 위원은 ‘선정상화’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
그는 “조기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채권금융기관들이 채무재조정을 빨리해 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이닉스의 기업가치 하락을 최소화해야 매각이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그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적정예금보험요율에 관련한 문제다.
현재 예금보험공사는 20조원의 공적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에 0.1%의 특별예금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IMF 이전이 0.02%였던 것을 보면 IMF 위기가 지나간 현 시점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금융위기 발생 뒤 세차례에 걸쳐 5배 인상된 은행의 현행 예금보험요율은 은행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현재에는 계속 유지할 논리적 근거도 상실했다.
때문에 이 위원은 “적정예금요율의 인하를 통해 은행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연구원 동료들에 따르면 그는 비교적 ‘무난한 스타일’로 통한다.
성격이 원만해 주위사람과도 충돌이 별로 없다.
또한 비판보다는 대안 제시에 능하기 때문에 기획업무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고 한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연구원은 이 위원을 가리켜 “해결하지 못할 문제를 집중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단적으로 평가한다.
허성관 위원, 세제 관련 업무 담당할 듯
같은 경제1분과 위원인 허성관(55) 동아대 교수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게다가 그의 역할을 꼭 집어서 예측하기도 힘들었다.
때문에 그가 경제1분과 위원으로 임명됐을 때 주변사람들은 그의 역할을 상당히 궁금해했다.
허 위원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세제 관련 업무를 담당할 것 같다”고 말한다.
노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건 상속세·증여세 포괄과세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회계학을 전공했고 그의 논문이나 저서 가운데 세제와 관련한 것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허 위원은 주로 금융, 정부, 기업의 경영성과 평가를 해왔다.
최근에는 경영투명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런 광범위한 연구 영역을 바탕으로 세제 문제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허 위원은 어느 지역색에도 치우치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허 위원의 고향은 경남 마산이다.
하지만 부모님을 따라 광주로 이사해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대학은 동아대학교를 나왔다.
영남사람으로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온 노 당선자를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위원직 임명에 대해 그가 농담식으로 “내가 광주일고 출신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교수로서 허 위원은 부지런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허 위원은 'Economy21'과 인터뷰에서 노 당선자의 인간적인 면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3~4년 전의 일이다.
당시 동아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노 당선자가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적극적으로 다리를 놓은 사람이 허 위원이었다.
당시 강연 내용을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허 위원은 “옳은 주장은 받아들여야 한다”며 노 당선자를 변호했다는 일화가 있다.
정태인 위원, 재정·서민정책에 관심 커
역시 1분과 소속의 정태인(44) 위원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일반인들에게 꽤 알려졌다.
그는 경제1분과에서 이정우 간사와 함께 재정, 빈부격차 해소, 서민정책 등을 주로 담당하게 된다.
그의 이력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표적 진보연구단체인 한국사회과학연구소(한사연)를 이끌어왔으며, 시사평론과 미디어비평 등을 통해 꾸준히 현실에 대한 개혁적 발언을 쏟아냈다.
정 위원은 활발한 사회참여 활동 ‘덕분’에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10년이 훨씬 지났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버클리대 등에서도 공부했지만 아직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했다.
정 위원은 온화하고 합리적 성품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와 마찬가지로, 민족경제론 창시자인 고 박현채 교수의 학문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박현채 교수의 수제자’로 불린다.
노무현 캠프에는 2001년 11월부터 일찌감치 참여했다.
정 위원의 한사연 후배로 당시 노 캠프의 정책팀에서 일하던 배기찬 비서로부터 “사람이 너무 없으니 제발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노 당선자에게 참신한 개혁성향의 학자들을 여러 차례 소개하면서, 노 당선자의 빈약한 인재 풀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 위원은 노 당선자 공약 가운데 주요 논란거리였던 ‘7% 성장론’의 싹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국민경선 무렵 그는 “노 후보가 당선되면 국민통합, 사회갈등 해소 등으로 이른바 ‘희망 효과’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1~2% 그냥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있던 노 후보는 TV 토론과정에서 이회창 후보보다 1%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이것이 논란을 거쳐 민주당의 공약으로 굳어진 것이다.
인수위에서 정태인 위원의 담당영역을 분명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는 정 위원의 우스갯소리처럼, 관심은 다양하지만 자신만의 전공분야가 뚜렷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가 현업부서를 상대할 때 자신의 개혁적 소신에 얼마나 강한 추진력을 실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준경 위원, 국내 산업정책 소신 뚜렷
경제2분과에서 김대환 교수와 팀을 이룰 박준경(57) 위원은 철저한 정책실무가로 분류된다.
그는 정계에서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들어간 뒤, 30년째 KDI에만 줄곧 몸담고 있다.
박 위원은 산업정책, 특히 산업구조변화와 중소기업 구조개선, 기술혁신, 지역경제육성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인수위에서는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를 담당한다.
활발한 토론을 즐기는 다변가이며, 겸손함에서 우러나오는 친근감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노 당선자와의 인연은 2002년 초 민주당 국민경선 무렵 직접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브리핑을 한 것이 전부였다.
그때도 그랬지만 박 위원이 인수위에 참여한 것은 KDI 국제대학원 유종일 교수의 추천 때문으로 알려졌다.
유 교수는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친동생으로, 노 당선자의 경제교사 역할을 해온 차기 정부의 핵심 브레인이다.
유 교수는 박준경 위원에 대해 직접 언급을 꺼리면서도 “박 위원이 대외활동을 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국내 산업정책을 꾸준히 연구하고 뚜렷한 소신을 가진 사람도 없다”고 호평했다.
박준경 위원은 'Economy21'과 인터뷰에서 인수위에서 그가 담당할 업무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평가시스템’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우리나라가 뒤떨어지는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작업, 특히 사후평가가 핵심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박 위원은 이미 몇년 전부터 KDI에서 장하원 교수 등과 함께 평가시스템을 연구해왔다.
정명채 위원, 농정 전문가·복지에도 애정
역시 2분과에 소속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인 정명채(57) 위원은 농업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농어촌복지, 교육, 보건의료, 노인문제 등을 두루 연구해왔다.
스스로 “나는 복지에 젖어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사회 곳곳의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해 애정을 품은 보기 드문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이런 그의 철학이 분배문제에 관심이 남다른 노 당선자의 전폭적 신임을 얻은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 위원은 충북대 농학사, 농업경제학 석사를 거쳐 독일 괴팅겐대에서 사회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말 노 당선자가 경제정책토론회를 할 때 농업정책 전반을 브리핑하면서, 노 당선자를 상당히 흡족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에서는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를 담당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될 도하개발아젠다(DDA)의 농산물개방 협상대책을 어떻게 세울지가 그의 가장 큰 관심사다.
그는 “근본적으로 농정방향을 바꿀 패키지 시스템 대책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시한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은 언급을 피한다.
쌀개방에는 최대한으로 시간을 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명채 위원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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