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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대형 국책사업 “어찌 하오리까”
[진단]대형 국책사업 “어찌 하오리까”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3.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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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사업 정치적 배려에 부실 심화 우려 2월11일 전북지역 국정토론회에서 노 당선자는 “새만금 논란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며 “사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고, 지난 정부에서 결정내린 대로 친환경적으로 공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토론회에 참석한 인수위원회와 전라북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수위와 전북도,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애초 이날 토론회에서 새만금에 대한 첨예한 논란이 빚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토론 의제로 제기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나아가 “새만금 간척지를 농지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전국의 논 휴경보상 면적이 새만금 간척지의 몇배에 이르는 상황에서 간척지를 농지로 활용하는 것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이어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정세균 정책위 의장에게 새로운 새만금 개발 구상에 관한 당과 정부 차원의 추진기구 구성을 주문하고 “중앙정부도 거기에 맞춰 실무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그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활발히 진행해왔다.
하지만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는 ‘신구상 추진기획단’을 통해 풀어가겠다는 원칙만 언급했을 뿐,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다만 인수위 사회문화여성분과에서 “농업기간공사가 사업에서 손을 떼고 사업 재조정을 위해 방조제 공사를 잠정적으로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당선자는 방조제 공사의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농림부 출신인 인수위 경제2분과 소만호 전문위원은 “지난 정부의 결정에 따라 공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볼 때 방조제를 완성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편 환경단체에서는 노무현 당선자가 전북지역에서 새만금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지역개발 논리를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욱 전북지사는 국정토론회 다음날인 2월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만금 간척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유종근 지사 시절부터 전북도는 새만금 간척지를 농지보다는 복합 산업단지로 개발하기를 원했다.
이날 전북도는 “새만금 신항만 건설에 조기 착수하고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추진해 세계 수준의 복합 물류단지를 건설하는 한편, 첨단 산업단지와 복합영농단지, 관광휴양시설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새 정부가 지역개발 논리와 사업 추진 부처의 반발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부실한 국책사업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명호 부장은 “노 당선자가 농지 조성을 목적으로 한 새만금 사업의 타당성을 부정하면서도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명 부장은 “특히 민주당 내 추진기구에서 전라북도 출신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지역 경제 주체들의 개발 논리가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새만금 간척지를 농지가 아닌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할 경우 총 사업비는 6조원에서 29조원으로 늘어나고 환경파괴는 더욱 심각해진다.
새만금 간척지 바로 옆에 있는 군장산업단지에도 공장 입주가 부진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지역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구상은 경제적 타당성도 떨어진다.
1조4천억원이 이미 투자된 사업이라는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의 ‘현실 논리’와 전북지역에 대한 ‘정치적인 배려’ 때문에 새만금의 해법은 더욱 꼬이고 있는 것이다.
경인운하 사업 경제성 분석·백지화 번복 의혹 인수위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대형 국책사업 가운데 경인운하 또한 뜨거운 감자다.
경인운하 사업은 경제적인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음에도 생명력을 끈질기게 유지하고 있다.
인수위 사회문화여성분과 김은경 전문위원은 1월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여성분과와 경제2분과, 교통부, 환경부, 시민단체 등과 세밀한 검토를 거친 결과, 경인운하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봤다”고 밝혔다.
인수위 발표 직후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는 “인수위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다음날 인수위 정순균 대변인은 “경인운하 사업의 중단 또는 백지화는 인수위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전날 발표를 철회했다.
정 대변인은 “전날 발표는 간사회의, 전체회의, 당선자보고 등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는 분과 차원의 의견”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은경 전문위원은 전날 공식 입장이라며 ‘경인운하 백지화’를 노 당선자에게 보고하겠다고 발표했고, 그동안 주무 분과의 의견이 사실상 인수위 공식의견으로 결정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이었다.
공식 입장 철회 소동이 있고 나서 KDI는 2월6일 건교부에 제출한 ‘경인운하 경제성 재평가’ 최종 보고서를 통해 “경인운하 사업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경제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경인운하는 방수로 항만터미널, 부두, 배후물류단지, 제방도로 등 9개로 이루어진 복합사업이다.
KDI는 방수로 건설 위주로 1단계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추후에 2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성이 높다고 결론내렸다.
건교부 김창세 수자원국장은 KDI 발표가 있은 직후 “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관계 부처와 추진 여부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내부적으로 경제성 재검토 결과를 토대로 종전 ‘건설추진’ 방침을 그대로 유지한 채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KDI는 2002년 8월 중간보고서에서 경인운하의 비용·편익 비율이 0.8166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비용·편익 비율이 1보다 작으면 경제성이 없고 1보다 높으면 경제성이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말 보고서에서도 비용·편익 비율이 0.9223으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수위에서도 경인운하 사업 백지화를 발표할 때 KDI 보고서를 중요한 근거로 들이댔다.
하지만 KDI는 최종 보고서에서 8개 시나리오 가운데 7개는 경제성이 있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이와 관련 KDI가 건교부의 요청으로 경제성이 있도록 연구결과를 보완, 재보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DI는 최종 보고서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경우, 방수로 사업은 경제성 분석에서 제외할 경우, 부두 및 굴착토 활용 편익을 반영할 경우 등 새로운 조건을 대입해 경제성을 재분석했다.
KDI의 경제성 평가는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인데 이번에는 계획서에 없는 조건을 대입해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인수위가 경인운하 백지화 방침을 하루 만에 번복한 것과 관련해서는 현대건설을 포함한 건설업체, 건교부, 인천주민의 반발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에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1조8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토목공사인 경인운하 사업은 2000년 착공 전부터 환경영향평가 등 기본적인 절차조차 밟지 않고 강행돼 특혜 의혹을 받아왔다.
현대건설은 사업시행 주체인 (주)경인운하 지분의 50%, 정부측 주주인 수자원공사는 지분 20%를 갖고 있다.
인수위는 이밖에도 수도권 외곽순환 고속도로, 경부고속철도 노선 변경 등 그동안 논란이 된 대형 국책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기간 경인운하 백지화, 외곽순환 고속도로 및 경부고속철도 노선 재검토를 약속한 바 있다.
인수위 사회문화분과 관계자는 “고속철도 노선의 경우 건교부에서 노선 재검토가 있을 때까지 사업 진행을 중단하기로 인수위에 약속해놓고 건설업체와 입찰 계약을 맺기도 했다”며 “주무 부처에선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을 백지화하거나 변경하는 것에 저항이 심하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인수위 내부에서도 경제2분과와 사회문화여성분과 사이에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명호 부장은 “인수위에서 부실한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새 정부 출범 이후 문제의 사업들이 계속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해당 부처에서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위에서 ‘대형 국책사업은 철회되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질지 주목된다.
표1: KDI 경인운하 경제성 재평가 결과 계산방법/투자방법/철강부두 및 굴착토 활용 편익 반영 여부 /미반영/반영 방수로+운하시설/동시건설/0.9223/1.0545 /단계건설/1.0077/1.1264 운하시설 증가분/동시건설/1.0363/1.1536 /단계건설/1.1830/1.2807 #경제성: 수치가 1보다 크면 ‘있고’ 1보다 작으면 ‘없음’ 방수로+운하시설: 방수로와 운하시설을 모두 합해 경제성 분석 운하시설 증가분: 운하를 위해 추가되는 시설만 대상으로 경제성 분석 단계건설: 2006년까지 방수로, 인천터미널, 제방도로를 건설하고 2013년까지 방수로를 확장하고 서울터미널을 건설하는 경우 부도 및 굴착토 편익 반영 여부: 운하내 철강부두가 컨테이너 물량 일부를 처리하고 굴착토를 김포매립지 부지 조성에 사용하는 편익 포함 여부. (자료: 한국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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