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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100조원의 투자처를 찾아라! 국민연금의 고민
[커버스토리] 100조원의 투자처를 찾아라! 국민연금의 고민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3.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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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 기금운용본부 온기선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에 2조3천억원, 해외 주식시장에 5천억원 규모의 신규투자가 이루어지고, 재투자를 포함 모두 4조원 이상이 올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재빨리 달려가 급한 불을 꺼온 국민연금기금의 사명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어마어마한 양의 실탄으로 무장한 국민연금기금의 위력은 오히려 더 세질 기세다.
‘기관화 장세’라는 말은 이제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 가운데 하나다.


기금적립금 2019년엔 400조원에 근접

지난 1988년 국민연금법에 따라 세상에 태어난 국민연금기금은 어느덧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공룡으로 탈바꿈했다.
2000년 말 61조275억원이던 기금적립금은 지난해 말 9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안에 드디어 100조원의 장벽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본격적인 연금급여 지급단계에 들어서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적립금을 바탕으로 한 운용자금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분명하다.
국민연금연구센터의 추계에 따르면 오는 2010년 말에는 운용자금 규모가 250조원에 이르고, 2019년에는 400조원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도 우리나라 잠정 GDP 517조원의 75%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100조원이라는 금액은 어림잡아 우리나라 한해 나라 살림살이 예산과 거의 맞먹는 수치다.
앞으로 5년 안에 국민연금기금은 정부 예산의 1.5배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운용기금 가운데 금융부문에 투자되는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말을 기준으로 83조원대의 돈이 금융시장 무대에 선을 보이게 된다.
예컨대 만일 현재 약 8%대에 머물고 있는 주식투자 비중이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총기금의 30~40%로 늘어난다면, 오는 2019년에는 140조원이 주식시장에 투자된다는 걸 뜻한다.
2000년 말 현재 거래소 시가총액이 188조원이라는 사실과 한번쯤 견주어 봄직하다.
국민연금관리공단노조 이계문 정책실장은 “2030년경에는 연금기금의 20%만 주식시장에 투자하더라도 삼성전자 등 국내 6대기업의 지분 100%를 취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 모두가 앞으로 국민연금기금의 행보가 미칠 파장을 능히 짐작케 해주는 사례들이다.


이런 사실은 자연스레 ‘기금운용’쪽으로 눈길을 돌리게 해준다.
국민연금기금이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위한 지불준비금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기금 조성의 주체이자 급여대상인 국민의 이해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기금의 금융부문 투자가 더욱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좀더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 안정성, 투명성, 공공성 등 여러 잣대가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도 이런 사정과 맥이 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정치권의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책사업에 쓰이거나 단기적 증시 부양수단으로 쓰이는 등, 국민의 쌈짓돈을 밑거름으로 태어난 국민연금기금이 이리저리 ‘땜방용’으로 옮겨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의 명확한 ‘투자철학’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이란 곧 장기저축이며 따라서 그 기금운용 역시 장기적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내놓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장기 투자정책 방안 보고서’에도 이런 움직임의 실마리는 담겨 있다.
보고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철학을 정리한 다음, 이에 따라 중장기 자산배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정책 지침서 올 4월께 선보일 듯

이와 관련하여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투자정책 지침서’(IPS)다.
IPS란 기금의 금융부문 투자가 활성화한 현실에서 장기적 투자원칙과 철학을 명문화한 것이다.
미국 최대규모의 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의 IPS는 장장 130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캘퍼스의 IPS는 전세계 연금기금 투자철학의 잣대 역할을 하고 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 김우찬 교수는 “IPS가 없으면 외부압력에 결국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며 IPS를 만드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IPS가 기금운용자들에게는 단지 분명한 투자철학과 원칙을 강제하는 정치적 압력에 머물지 않고 심리적 압력이라는 큰 힘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정부의 용역을 받아 국민연금발전위원회가 실시한 연구작업에서도 IPS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실제 최근 들어 국민연금관리공단이나 보건복지부도 IPS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 한상균 사무관은 “IPS를 만드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었으며, 오는 4월쯤에는 국민연금기금도 명문화한 투자정책 지침서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바 있는 국민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 역시 IPS에 명문화한 형태로 담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장기적 전망에서 바라본 투자원칙 가운데 투자대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기준이 좀더 부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공적 성격이 강한 국민연금기금이야말로 바로 최근 몇년 사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조용히 지반을 넓혀가고 있는 ‘사회책임투자’(SRI)의 문제의식과 만날 수 있는 여지가 큰 탓이다.
SRI란 투자 포트폴리오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단지 ‘경제적’ 잣대만을 들이미는 게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요인 등 우리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측면들을 함께 고려한 투자기법을 뜻한다.
신뢰 위기와 초단기 투자 열풍의 거품을 이겨낸 자리에서 점차 생명력을 키워나고 있는 건 바로 장기투자 움직임이다.


여기서 장기투자를 한다는 건 곧 투자에 따른 리스크도 장기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과 같다.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좀더 힘쓰는 기업이야말로 투자자 한사람의 평생 동안 무너지지 않을 기업이며, 궁극적으로는 바로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길만이 수익률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게 SRI에 담긴 메시지다.
세계 각국의 주요 연금기금이 이런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는 건 바로 최소한 ‘30년 뒤’를 내다봐야 할 연금기금이야말로 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SRI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나아가 이런 연금기금의 앞선 행보야말로 SRI의 수익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든든한 보호막이 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책임투자운동 운영위원인 최정철 박사는 “외국의 경험에서도 공적 연금의 움직임이 큰 역할을 했다”며, “국민연금기금이 좀더 앞을 내다보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여기에 덧붙여 국민연금기금이 어떤 투자철학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지는 조만간 본격적으로 선보일 기업연금의 향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오로지 단기적 수익성만을 좇던 서구 기업연금의 줄이은 파산 사례가 큰 사회적 파장을 끼쳤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책임 기준 도입할 지 관심거리


물론 국내에서 SRI가 뿌리내리기까지는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게 분명하다.
한상균 사무관은 “기금운용 과정에 사회책임 기준을 도입하는 문제는 아직 검토중인 과제”일 뿐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국민연금연구센터 노인철 소장 역시 “아무리 공공성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면 안 된다”며 단기투자 위주의 국내 현실에서는 “주식투자 역시 블루칩 위주로 갈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손절매 규정이나 기금 위탁운용사에 대한 1년 단위 평가 등은 장기투자를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도 생각해볼 만하다.
현행 기금관리 규정은 주가가 장부가의 25% 이상 떨어지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내다팔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3대 연금관리공단에 대한 기금운용 실태 조사에 나선 감사원이 손절매 규정을 지나치게 적용해 관련자 징계에 나선 사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KDI 정책대학원 김우찬 교수는 “손절매 규정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정부 당국의 경직된 잣대가 시장에 주는 시그널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은 머지않아 현재 1300억달러 규모의 캘퍼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연금기금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적립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만큼, 기금운용 규모가 덩달아 크게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다.
국민연금기금의 금융부문 투자 확대는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식시장의 장기적 안정에도 큰 힘을 보탤 게 분명하다.
다만 우리나라 경제의 커다란 흐름을 좌우할 정도의 공룡으로 성장한 만큼, 국민연금기금의 행보 그 자체는 우리나라 경제에 일종의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이제 적립금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국민연금기금이 내딛는 발걸음이 과연 지속 가능한 기업, 지속 가능한 사회를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기금운용 감독체계 ‘뜨거운 감자’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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