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용어인 ‘정반합’은 역사책에서, 혹은 철학책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때로는 우리 주위에서도 ‘정반합’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던 현상에 대한 반성으로 다른 한쪽이 부각되다가, 곧 양극단을 반성하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일은 흔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뜨겁게 번진 영어교육 열풍 안에서도 그런 기미를 감지할 수 있다.
‘이스턴영어’라는 프랜차이즈로 영어교육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던지고 있는 김성은(41) 브릿지북스코리아 사장이 바로 그런 ‘합’의 장본인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온통 문법과 독해만으로 점철돼 있었다.
덕분에 6년 이상씩 정규과목으로 영어를 배우고도 입으로는 단 한마디도 대화를 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영어쟁이’들이 속출했다.
이런 반쪽짜리들은 절망했고, 앞으로 자식들에게는 반드시 말할 수 있는 영어를 가르치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1990년대부터 회화 중심의 영어교육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교육방법이 크게 번지면서 또 다른 문제점도 드러났다.
“온통 생활영어 회화 중심으로 흐르다 보니 외운 문장 이상은 전혀 이야기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한두 마디 하면 더이상 할 말도 없고, 말할 수도 없게 된거죠.” 김성은 사장은 말할 거리가 없게 만드는 언어교육은 진정한 언어교육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외국어로 자기의 생각을 직접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회화교육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회화 중심 영어교육은 지나치게 상황 위주, 생활영어 중심이라 영어로 사고하고 이해하며 표현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성은 사장은 ‘읽기’, 즉 리딩 중심의 영어교육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본지식을 영어로 습득하고, 그것을 영어로 사고할 수 있어야 영어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식을 습득하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읽기입니다.
듣기도 있지만, 듣기는 자신이 아는 것 이상은 들리지 않는다는 속성 때문에 한계가 있거든요. 일단 외국어로 많은 지식을 쌓는 게 외국어 구사의 기본이 됩니다.
” 김성은 사장은 이런 영어교육 방침으로 2000년 ‘이스턴영어’라는 영어교육 프랜차이즈를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영어교육이 지나치게 회화 중심이라는 데에서 갈증을 느꼈던 학부모들이 이스턴영어로 몰려든 것이다.
그 덕분에 약 3년 만에 프랜차이즈의 수가 600개를 넘어서게 됐다.
특히 김성은 사장이 전래동화, 우리 역사, 위인이야기 등으로 교재를 직접 쓴 것이 주효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게 매일 백설공주만 들려주면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도 국어처럼 자기의 수준에 맞는 이야기를 영어로 읽게 해야 하는데 그런 교재들이 너무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문장이 지나치게 어렵구요. ” 여기에 김 사장이 직접 개발한 영어학습법도 호응이 좋았다.
영어를 우리말에 연관지어 쉽게 배울 수 있는 이 학습법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신기술로 인정받아 브릿지북스코리아는 벤처기업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이 학습법은 무엇보다도 빠르게 영어 자모 체계를 익힐 수 있어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김성은 사장에겐 아직도 싸워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독해 중심의 교육에 대한 거부감, 회화 중심 교육에 대한 편향된 사고, 원어민 발음 제일주의 등 기존 영어교육 시장에 뿌리깊은 고정관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번 전쟁을 벌여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성은 사장은 영어교육의 새로운 전도사가 되겠다며 팔을 걷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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