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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인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 박형영 편집장
  • 승인 2003.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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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칼날 녹슬지 않을 것


‘외로운 전쟁’ ‘고군분투’ 강철규(58) 공정거래위원장의 요즘 처지가 이런 식으로 곧잘 표현된다.
공정위 사상 처음 외부에서 수혈된 위원장인 그는 오랜 시민사회운동을 거치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참여정부 내각에서 거의 유일한 ‘개혁 포스트’로 지목받는 만큼, 기대의 눈길과 견제의 눈총 양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6월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간담회에 초청받은 강 위원장은 재계로부터 집중포화에 직면했다.
국내투자 보이콧 발언까지 내놨던 재계는, 이날도 공정위가 경기가 나쁜 시점에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강행한 점과 출자총액제한 등 재벌규제정책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의 비판을 쏟아냈다.
강 위원장은 이에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곧 발표할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을 시행한 다음, 3년 뒤에나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맞서는 강단을 보였다.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팀 전체가 불신에 휩싸인 현상황에서 비롯된 상대적 수혜일 수도 있겠지만, 강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취임 초기에 비해 좋으면 좋았지 결코 나쁘지 않다.
“다른 부처들이 거꾸로 가는 상황에서, 강 위원장이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등 해야 할 바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점이 긍정적이다”라는 참여연대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의 평가가 이를 대변하는 듯하다.


취임 4개월을 맞은 7월9일 오후, 과천청사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넉 달 동안 남달리 소신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첫 인사를 꺼냈더니, “때와 자리를 잘 만나서 그런지, 내 소신대로 잘 가고 있다”라고 웃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강한 자신감과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 정책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조심스럽고 원칙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전경련의 투자 보이콧론 등 재벌개혁에 대한 반발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이 나한테 직접 한 말은 아니지만, 재계의 대정부 요구가 수용되면 투자를 얼마 늘리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닙니다.
투자는 기업의 존재의의이고, 기대수익률이 있으면 환경이 어떻든지 투자해야 하는 거지요. 투자여부를 내세우며 정부와 무슨 거래를 하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 등 시장개혁에 대해서도 전경련이 나에게 지적했는데, 조사일정을 3월에 이미 예고했고 조사 자체가 재벌개혁의 한 분야이므로 계속 진행해야 합니다.
3년 뒤 재벌정책 재검토 발언은 무조건 정책을 수정하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정책수정 여부는 재벌 스스로 얼마나 바뀌느냐에 달려 있겠지요. 거꾸로 말하면 3년 동안은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7월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개 대기업 집단의 출자총액이 감소했는데요. 출자가 줄어드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입니까.

어디에 출자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지요. 먼저 출자와 투자는 구분해야 합니다.
주식을 사는 출자는 투자의 일부분이고, 현물투자나 새 분야 신규투자 등은 출자와 무관하게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습니까.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타회사에 대한 출자가 거의 없습니다.
돈이 있으면 자기 회사에 증자, 신규투자하거나 배당을 늘립니다.
그런데 우리 재벌은 출자라고 하면 계열사에 거미줄처럼 순환출자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또 재계에서 틈만 나면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겠다고 불평하는데, 신산업분야나 동종·밀접업종 등에는 얼마든지 출자가 가능합니다.



동종·밀접업종 등 출자총액제한 제외·예외조항에 해당하는 투자는 많을수록 바람직하다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필요한 것도 있지만 제외·예외조항이 과도하게 많아요. 19개 항목 중 기한이 만료된 구조조정 관련 8개를 빼고 11개 항목이 남았는데, 면밀히 검토해서 불필요한 것은 없애야 합니다.
새 평가지표와 지정졸업기준 등을 마련하기 위해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맡긴 용역 결과가 8월말에 나올 예정입니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16일부터 출자총액제한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니, 3분기까지는 구체적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전체 적용제외·예외조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동종·밀접업종 항목만 없애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동의하십니까.

신산업분야 항목은 꼭 필요합니다.
동종·밀접업종의 경우 기업들이 이 항목으로 시행한 출자가 실제로 어떤 형태로 흘러갔는지를 검토해 봐야 합니다.
그 뒤에 이 항목이 정당한지 불필요한지를 판단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습니까.

내 개인 의견을 밝히면 TF팀에 영향을 줄 것이니 말하기 곤란합니다.
내가 말하면 TF팀 해산해야 해요.(웃음)


대주주의 현금투입지분(cashflow rights)과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voting rights) 비율을 이용한 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룹 총수가 기껏 1~1.5% 정도의 현금투입지분을 가지면서도, 계열사 순환출자를 이용해서 이보다 3~4배 내지 10배씩이나 많은 계열사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심지어 11대 재벌 소속회사 중에는 총수가 단 한 주도 가지지 않은 계열사가 65%나 돼요. 양자의 괴리 정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단계별로 줄이기 위한 목표치를 세울 필요가 있어요. 또 이 지표를 잘 활용해서 출자총액제한 졸업기준을 만들고, 비율에 따라 출자제한의 강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개발 중입니다.
(부채비율 100% 미만 지정졸업제 폐지방침에 대해) 새 지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유효합니다.
그러나 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3일 당정협의에서 나온 지주회사제도 보완책을 좀 더 설명해 주세요.

부채비율 100%를 충족하기 위한 유예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합니다.
또 유예기간을 현물출자, 물적분할 등 몇 가지 경우에만 인정하던 것을 모든 유형에 대해 확대적용할 겁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간 수평적 출자는 현행 손자회사 원칙적 금지규정을 통해 어느 정도 제한되기는 해요. 그러나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서 규정한 수준으로 명시적 조항을 만들 필요성이 큽니다.
세제지원 방침은 자회사와의 연결납세제도 문제인데, 아직 조세당국과 협의가 되지 않은 단계입니다.



5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공개를 앞두고 상당한 혐의를 인지했다고 밝혔는데, 한 달 정도 조사한 결과가 어떻습니까.

나도 조사국에 맡겨놓고 점검을 잘 안 하고 있어요. 잘 진행되고 있다는 말만 듣고 있습니다.
인지 혐의가 확인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새로운 혐의도 있고…. 공정위의 조사 노하우가 많기 때문에 잘 되고 있다고만 언급하겠습니다.



얼마 전 한 교수의 5대 그룹 세부지분 공개가 화제가 되면서, 공정위가 추가공개 방침을 밝혔죠.

기존 발표내용에서 빠진 부분을 더 자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업무상비밀 유출, 기업비밀 보호 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법령에 근거 조항을 마련해야 해요. 총수뿐 아니라 친인척과 계열사의 지분까지 포함된 소유지배 구조가 매트릭스 형태로 다 밝혀질 겁니다.
인하대 김진방 교수의 발표자료는 5대 그룹에 국한됐고 최근 자료가 아니긴 하지만, 애를 많이 썼더군요. 우리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최신 자료를 공개할 것이니, 의미가 좀 다르겠죠.


개정된 신문판매고시 단서조항에 있는, 사업자단체(신문협회)에 처리를 위임하기 위한 기준은 무엇입니까.

기준을 아직 만들지 않았어요. 고시 개정 당시에 실무자들은 바로 기준을 만들자고 하더군요. 예를 들어 초범은 위임하고 재범은 안 되고 하는 식으로 얘기가 나오더군요. 하지만 초범이라도 경중의 차가 있을 텐데, 그런 방식은 납득할 수 없다고 내가 반대했어요. 대신 신문판매시장의 전국적 실태부터 먼저 파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용역기관에 맡기면 한두 달 만에 조사하겠죠. 제대로 된 자료를 봐야 위임할 수 있는 사안을 판단할 수 있겠네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을 어떻게 실현하실 겁니까.

히틀러 시대와 같은 역사적 경험을 보더라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합쳐지면 못 말립니다.
우리나라는 양자의 발전 정도의 차이가 큰 탓에, 산업자본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제2금융권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분리해야 합니다.
현재 두 가지를 검토 중입니다.
우선 금융회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다시 제한하는 쪽으로 가려 합니다.
지난해부터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의결권을 처음 허용했는데, 이것이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는지 아니면 계열사 확충이나 부당내부거래 등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또 금융사 계열분리라는 강력한 조치가 있어요. 이는 원칙적 방향은 옳지만, 단기간에 될 문제는 아닙니다.
소액주주들의 이익보호나 법률적 문제도 있어서 5년 정도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계속 주시하면서 궁극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공정위의 위상을 놓고 경쟁촉진이라는 본업과 규제라는 부업이 뒤바뀌었다는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공정위는 규제하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규제의 목적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니까, 그 비판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겠네요.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는 동의해요. 하지만 카르텔, 경쟁제한적 M&A와 같은 행위가 계속되는 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선진국도 공정위의 기능이 계속 강화되는 추세인 것을 보면, 시장 실패를 보정하기 위한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 약력

45년 충남 공주 출생
68년 서울대 상과대학 졸업
70~76년 한국은행 근무
84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원 경제학박사
89~02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90~92년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
95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99년 대통령자문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 아태경제학회장
00~02년 규제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
01년 한국경제발전학회장
02년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03년~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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