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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스마트태그 “바코드 안녕~”
[비즈니스] 스마트태그 “바코드 안녕~”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08.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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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 무궁무진, 관련 업계 시장 개척 시동…비싼 칩 가격, 사생활 논란 과제


도서관 서고 앞에서 한 사람이 빌려 볼 책을 집어 든다.
그러고는 입구에 있는 현금지급기처럼 생긴 기계에 다가간다.
신용카드 모양의 ID카드를 기계에 넣은 뒤 책을 올려 놓는다.
그런 다음 책을 들고 유유히 밖으로 나간다.
도서관 직원은 이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이용자 스스로 책을 대출하는 것이다.
물론 반납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1일 서울 은평구립도서관이 1억5천만원을 들여 자동 도서 대출·반납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
도서관 사서가 책에 부착된 바코드를 인식기로 읽어 들인 뒤 대출해 주던 기존 시스템 대신, 책에 부착된 조그만 칩을 대출기에 부착된 인식기가 무선으로 읽어 내는 것이다.
이른바 ‘스마트태그’라 불리는 무선인식(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아 RFID가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RFID는 일종의 반도체 칩을 활용해 일정한 주파수 대역으로 대상을 인식·판독하는 기술이다.
은평도서관의 경우 칩과 무선 안테나로 구성된 ‘태그’를 책에 부착하고, 이 책의 정보를 수신하는 인식기와 장서 점검기 등을 설치해 도서 대출·반납과 장서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은평도서관 쪽은 이번 RFID 시스템 설치로 지금까지 사서가 매달려야 했던 도서 대출·반납 등의 단순 업무 부담을 덜게 돼, 30~40%의 업무 효율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공립도서관 자동 대출·반납 시스템에 적용

RFID라는 용어 자체가 어렵고 딱딱하기 때문에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RFID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쓰는 선·후불식 교통카드가 대표적이다.
카드에 내장된 칩이 버스나 지하철역 입구에 있는 인식기와 무선으로 통신하므로, 일반 신용카드처럼 ‘긁지’ 않고 인식기 가까이 갖다 대기만 하면 바로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교통카드에 적용된 것은 개인의 신분까지 확인하는 건 아니고 단지 무선통신(RF)을 이용한 결제 용도로만 쓰이며, 13.56MHz대의 저주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인식 거리도 10cm 안팎이다.
하지만 주파수 출력을 900MHz, 2.45GHz 등으로 올리면 수십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무선 통신이 가능하다.


RFID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기존 마그네틱선이나 바코드를 이용해 물품을 관리하거나 결제 업무를 보던 곳은 모두 스마트태그로 대체 가능하다.
대형 할인점이 스마트태그를 도입하면 지금처럼 이용자가 물건을 들고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다.
계산대 앞에 설치된 문을 통과하기만 해도 곧바로 물건값이 계산된다.
일종의 ‘무선 바코드’인 셈이다.
실시간으로 매장 전체 재고 관리를 할 수 있으며, 도난 방지 효과도 있다.
또 신생아나 애완동물에 스마트태그를 부착하면 보호자가 위치를 항상 확인할 수 있어 예상치 않은 사고나 분실을 예방할 수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기존 바코드나 마그네틱은 시간이 지날수록 훼손과 오작동 등으로 인식률이 떨어지는 데다 판독 거리도 짧고 재사용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마트태그는 무선으로 여러 개의 정보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으며,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는 등 재활용이 가능하고 수명도 반영구적이다.
주파수에 따라 전송 거리도 조절할 수 있어, 1m 안팎의 짧은 구간에서부터 수십미터까지 두루 활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VDC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태그 시장은 지난해 9억6천만달러 규모이며, 매년 22.6%씩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RFID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마트태그 보급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6월23일 정보통신부는 바코드관리기구에서 채택할 예정인 900MHz 대역 주파수를 중심으로 한 RFID 산업 육성책을 내놓은 데 이어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산하 20여개 업체가 참여한 ‘RFID 산업협의회’를 발족시켰다.
20여일 뒤인 7월10일에는 산업자원부가 관련 기술 개발과 제도적 인센티브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 ‘RFID 활용 확산 및 산업화 추진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산자부는 유통·물류 분야에 RFID 기술 활용도가 높다고 보고, 이마트·CJ GLS·한국파레트풀 등을 중심으로 한 ‘RFID 시범사업 TFT’를 발족하는 등 유통·물류 혁신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에선 우선 주요 국·공립도서관을 중심으로 RFID 기술을 활용한 자동 도서 대출·반납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시장 개척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이미 은평구립도서관이 7월1일부터 6만여권의 책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고, 과천정보과학도서관·대구시립중앙도서관·대전한밭도서관 등이 스마트태그 시스템을 이미 시범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도 올해 30만권의 도서에 스마트태그를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해마다 50~100만권씩 도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은평구립도서관에 RFID 시스템을 구축했던 ECO의 윤형로 이사는 “도서관의 경우 장서 점검 기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서고에 꽂힌 책을 모두 빼내 체크해야 하지만 스마트태그 도입으로 이런 절차가 사라졌다”고 도입 효과를 설명했다.
삼성과 IBM 등 관련 업체들도 스마트태그 활성화를 앞두고 기반 기술과 응용 솔루션 발굴에 착수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전기·테크윈·물산·SDS 및 에스원 등이 협력해 핵심 칩과 부품 및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등 전사적 차원에서 시장 진출에 나선 상태다.



정부 육성책 발표, 관련 단체 속속 발족

하지만 이렇듯 많은 장점에도 RFID가 실생활에 녹아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스마트태그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벽들부터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핵심 부품인 칩 가격이 아직은 비싸다.
스마트태그에 들어가는 핵심 칩은 현재 필립스나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외국 업체들에 전량 의존하고 있다.
이 칩을 수입해 책 등에 부착하려면 용역비를 포함해 개당 1500~1900원이 든다.
10만권의 도서에 스마트태그를 부착한다면 칩 가격만 2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업계에선 현재 20센트 수준인 칩 가격이 5센트까지 떨어지는 2005년께면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자원부 김종갑 차관보는 지난 7월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참여정부의 유통-물류 정책 방향’ 간담회에서 “RF칩 가격이 개당 5센트대로 내려가면 RFID 시스템이 기존 바코드 중심의 상품 식별 시스템을 짧은 시일 안에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스마트태그가 자칫 소비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옷이나 책, 신발과 각종 물건에 스마트태그가 부착되면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떤 물건을 사고, 약을 언제 먹었는지 등의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위험을 고려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 스마트태그가 자동 파괴되도록 하거나 기능이 제거되는 스위치를 넣는 등 다각도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술표준화 문제도 관심거리다.
현재 스마트태그용으로 쓰이는 주파수는 125~134KHz의 저주파에서 2.45GHz의 고주파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최종 소비자 단계에서 RFID 기술을 통합 사용하려면 주파수 표준화와 태그 크기 통일 등 국가·업계 간 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정통부와 산자부가 RAPA·기술표준원 등을 중심으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국제 표준화 협의 과정에도 적극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국, 일본서는 상용화 성큼


국내 RFID 기술 관련 연구가 아직 걸음마 수준인 데 반해, 외국은 상당 부분 기술 진척을 이룬 동시에 실생활에 적용하려는 노력 또한 다각도로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 RFID 기술 도입에 불을 당긴 건 세계적인 유통업체 월마트와 의류업체 베네통이다.
지난 6월초 월마트는 질레트와 손잡고 RFID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무선으로 추적하는 재고관리 기술을 시험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 등이 사생활 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하는 바람에 7월 들어 일단 계획을 취소하긴 했지만, 월마트의 시도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가 스마트태그를 도입하려 했던 첫번째 움직임으로 아직까지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베네통 또한 올해 3월에 필립스의 RFID 칩을 이용해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뜻을 비췄으며, 현재 경제성과 실용성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대 약국 체인인 CVS도 올해 안에 4천여개 약국에 스마트태그 기술을 도입해 가격 및 재고 관리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적인 면도기 업체 질레트는 스마트태그 5억개를 자사 제품에 내장해 유통망 관리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델타항공도 올 가을께부터 일부 비행기 수하물 서비스에 스마트태그를 시험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유럽에선 유럽중앙은행(ECB)이 위조 방지를 위해 지폐에 스마트태그를 내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ECB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스마트태그 ‘뮤 칩’의 개발에 성공한 일본 히타치와 칩 공급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본도 책과 식품, 미술품 등에 스마트태그를 내장해 재고 및 유통 관리에서부터 진위 여부 판별까지 다양하게 활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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