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실 빈부격차·차별시정TF팀 김수현 팀장은 전에 철거민단체 상근자로 일한 적이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원으로 일하면서도 주로 노숙자, 노점상 같은 극빈층의 빈곤 문제를 연구했다.
밑바닥 삶을 위에서 조망하기보다는 아래에서 함께 지켜본 셈이다.
그래선지 그는 빈곤의 결과로 나타나는 ‘숫자’보다는 빈곤의 원인 자체에 더 주목하는 듯했다.
지난 주말 세 아이를 데리고 자살한 인천의 한 주부는 복지에서도, 금융 서비스에서도 소외되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주부처럼 복지, 금융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실태를 청와대에선 파악하고 있는가?
“아직 정확한 조사 자료가 없다.
최근 이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면서 차상위층 조사 계획을 9월에서 8월로 한 달 앞당겼다.
기초생활보장제 수급자가 135만명이고 건강보험료 체납자가 150만명 정도 되니, 복지·금융에서 소외된 인구도 그와 비슷한 150만명 규모로 추정한다.
”
정부에서는 100만명, 학계에서는 230만명까지 보기도 한다.
추정치 차이가 크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기준을 어떻게 세우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었는가이다.
근로 능력이 있는 모자 가정이나 부양 의무자가 있는 비수급 극빈층이 상당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
최저생계비 이하 생활자는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신용회복 신청 대상이 될 수 없다.
새마을금고, 단위농협, 일부 대금업체 같은 비협약기관에 부채를 졌거나 부채 규모가 자신의 소득으로 8년 안에 갚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도 그렇다.
빈곤층이 신용불량자가 되면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신용회복 지원은 검토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앞으로 연구해 보겠다.
빈곤선 이하 신용불량자 문제는 해결이 더욱 쉽지 않다.
이들은 일자리를 벌써 잃었거나 소득이 미미해 제도권 금융 체제 안에선 새 출발 기회를 갖기조차 어렵다.
따라서 이들한테는 생업자금 융자, 사회연대은행 같은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필요하다.
일할 기회 자체를 늘려 주어야 한다.
”
98년 경제위기 이후 복지 예산은 많이 늘었는데 빈부 격차는 더 심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빈곤은 크게 생산, 재생산 두 가지 영역에서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두 영역 모두에서 빈곤화가 진행되고 있다.
생산 영역에선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하고 정규직-비정규직의 순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비정규직이 늘면서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강력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어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재산, 복지, 교육, 의료 같은 재생산 영역에서도 불평등도가 더 높아졌다.
특히 주택, 부동산 가격과 사교육비가 비싸다.
이런 상태에선 일해도 가난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
대책은?
“지난 정부의 화두가 실업자였다면 이번 정부의 화두는 일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문제는 희망을 잃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근로빈곤층(Working poor)에 대해 의료비, 교육비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재래식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지금 상황에서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해 보건, 복지, 환경, 교육, 보육 등 재생산 영역의 일자리가 적다.
따라서 일자리를 늘릴 여지도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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