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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임의 계절, 주당을 잡아라
[비즈니스] 모임의 계절, 주당을 잡아라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1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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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 음료시장 연말 판촉활동 불꽃…술 소비 줄자 마케팅 전략도 변화 ‘술에 몹시 취한 뒤 수면에서 깼을 때, 불쾌감이나 두통, 또는 심신의 작업능력 감퇴 등이 1~2일 간 지속되는 일’. 주당들이 흔히 겪게 되는 ‘숙취’의 사전적 정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어느 누구도 숙취의 원인이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각 개인에 따라 느끼는 숙취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다만 알코올의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의 주요 원인이라는 설이 유력할 뿐이다.
자연스레 가장 효과적인 숙취해소법을 찾는 것도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말 송년회가 한창인 지금, 숙취해소 시장도 본격적인 성수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숙취해소 음료는 물론이고 콩나물해장국 등 즉석 해장 제품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숙취를 해소하는 이색 서비스까지 나왔다.
아무래도 가장 대표적인 숙취해소 제품은 술자리 전후에 마시는 전용 음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숙취 자체를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기능성 드링크제는 가장 인기가 높다.
현재 숙취해소 음료시장은 약 800억~900억원대에 달한다.
1992년 ‘컨디션’으로 숙취해소 음료를 처음 선보인 CJ가 시장점유율의 85%를 차지하고 있고, 그래미의 ‘여명808’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숙취해소 음료업계에 따르면 술자리가 많은 11~12월의 제품 판매량은 평소보다 1.5~2배까지 늘어난다.
연간 매출로 보면 3분의 1이 이때 팔린다고 보면 된다.
이 시기에 치열한 마케팅이 펼쳐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여성전용 숙취해소제도 등장 가장 확실한 마케팅 전략은 주당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일이다.
CJ는 11월1일부터 12월20일까지 총 9천만원 상당의 경품행사를 실시했다.
컨디션의 병 뚜껑 속에 경품을 표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또한 올해 연간 매출 600억원을 예상하고 있는 CJ는 약국과 편의점은 물론이고 유흥업소로 직접 찾아가 시음행사를 펴는데 주력하고 있다.
숙취해소용 천연차 ‘여명808’을 판매하고 있는 그래미는 잦은 술자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음주운전 사고를 막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그래미는 이달 초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무교동을 시작으로 연말모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에서 직장인들의 귀가길을 돕고 있다.
술을 마신 사람들에게 여명808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20인승 미니버스와 자가용 등을 동원해 집까지 데려다 주기도 한다.
‘땡큐’를 출시한 종근당도 ‘주당이 가는 곳은 어디든 간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약국과 편의점 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까지 입점을 시도했다.
지난 11월14일 개봉한 코미디영화 ‘최후의 만찬’에서 PPL 광고 형식으로 땡큐를 등장시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12월 한달 간 주요 지역 유흥주점들을 돌며 순회 시음회도 갖고 있다.
여성들의 음주량이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여성전용 숙취해소제도 등장했다.
한방의약 전문기업인 정우약품은 지난 9월 여성전용 숙취해소제 ‘레이디필’을 선보였다.
레이디필은 기존 숙취해소 드링크제와 달리 알약 형태로 만들어 차별화를 시도했다.
정우약품 박병호 부장은 “특히 기존 숙취해소 제품과 달리 음주 뒤 거칠어진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콜라겐 성분을 15%나 포함시켰다”고 설명한다.
숙취해소 음료는 1992년 컨디션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뒤 몇 년 지나지 않아 상당수의 후발업체들이 참여하면서 한때 1천억원대까지 시장이 커지기도 했다.
당시 CJ는 국내에서 술을 많이 마시는 애주가를 700만명으로 추정하고, 술을 3번 마시면 그 중 1번은 과음을 해 그에 따른 숙취 증상을 느낀다는 시장조사 결과에 착안해 제품을 출시했다.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쌀눈을 발효시켜 얻은 구루메가 알코올의 흡수를 지연시키고 흡수되는 양도 감소시킨다는 효능이 알려지면서 주당들이 효과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 LG화학, 상아제약, 진로 등 식품과 제약업체는 물론이고 소주회사까지 너도나도 숙취해소 음료시장에 진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직후에는 다른 식음료업계가 전체적으로 1, 2위 브랜드만 살아남았던 것처럼 숙취해소 음료도 컨디션과 여명808을 제외하고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 99년 이후 한방 성분을 무기로 한 일화의 ‘해주로’(1999년), 종근당의 ‘땡큐’(2001년), 대원제약의 ‘단’(2001년) 등이 새롭게 가세하면서 다시 시장이 커져 갔다.
그러나 최근 몇년새 술소비가 줄고 과음문화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업계에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업들의 접대비가 제한을 받으면서 유흥경기가 위축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선두업체인 CJ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2002년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97년만 해도 평균 2~3회까지 나왔던 한 달 과음횟수가 1번꼴로 급격히 줄었다.
CJ의 심연식 컨디션 브랜드매니저(BM)는 “모임이 다양해지면서 술자리 자체는 오히려 늘고 있지만, 과음은 가급적 자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한다.
자연스레 마케팅 전략도 과음 후 마시는 개념에서 벗어나 술을 조금만 마셔도 컨디션을 찾도록 바꿨다는 것이다.
과음횟수 줄어 업계 바짝 긴장 예컨대 CJ가 출시 초기 TV광고에서 사용했던 “아침이 쌩쌩해집니다”라는 카피를, 2001년부터는 “나눌수록 커지는 상쾌함”으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치료제나 약처럼 혼자서 복용하는 게 아니라 술자리에서 서로 권하는 기능성 음료로 영역을 넓혀 간 것이다.
CJ의 경우 이런 마케팅 전략의 변화로 인해 당시 매출이 40% 가까이 올라가는 효과를 봤다.
물론 피로회복 효과나 냄새 제거 등 부가적인 기능을 추가시켜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것도 매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처럼 불황이 계속되고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될 때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이기 위해 업소를 찾아가 직접 판촉 활동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진다.
술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라도 확실히 사로잡자는 것이다.
신제품이 아닌데도 활발한 샘플링 행사를 벌이는 것도 소비자들이 숙취해소 음료를 직접 음용해 볼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유흥업소 전문대리점을 구축해 좀 더 밀착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편 숙취해소용 음악처럼 관련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린테코는 지난 9일부터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네이트(NATE)’를 통해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그린음악을 제공하고 있다.
그린음악을 들은 뒤 2시간이 지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혈중 알콜농도가 11.3%나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린테코 이상훈 사장은 “‘소주와 삽겹살’, ‘맥주와 땅콩’, ‘폭탄주’ 등 모두 8가지의 테마로 제공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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