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필리핀의 경우 1980년대 후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 불평등 효과로 인해 빈곤은 오히려 증가했으며,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80년대에 비해 90년대에 성장이 더 크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득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우리나라도 99년과 2000년에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졌지만 빈곤층은 오히려 늘어나고 소득불평등도 악화되지 않았던가? 최근 한국개발원이 내놓은 한 보고서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분배가 크게 악화됐다고 밝혔다.
지니계수로 나타낸 소득불평등도가 OECD 국가 중 최고를 나타냈으며,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처분소득밖에 얻지 못하는 절대빈곤층도 1996년에서 2000년 사이에 거의 2배나 증가해 전체 가구의 11.6%에 이르렀다.
이러한 소득분배 악화와 빈곤층 증가는 한편으로는 개인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마저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위화감을 증대시켜 사회 전체의 연대와 건전한 발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로 인해 장기적인 성장에도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
그러나 소득불평등과 빈곤의 문제는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주목을 잘 받지 못한다.
또한 일시적으로 주목을 끌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해결책은 진지하게 모색되지 못한 채 지나치기 일쑤다.
이번 보고서에 대한 언론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모든 신문들이 이 문제를 보도하고 사설로 다루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취재하고 분석하여 진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기사는 거의 없었으며, 사설도 한두 신문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단순히 보고서에서 제안된 해결책을 인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소득불평등과 빈곤 문제의 해결이 보고서가 주장하고 신문의 사설들이 뒷받침한 대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만으로 가능한 것일까? 또한 그러한 일자리 창출이 그들의 주장처럼 경제성장의 촉진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임금을 더 주는 일자리를 찾아준다면 물론 빈곤도, 소득불평등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경제성장의 촉진만으로는 이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여러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소득불평등과 빈곤 해소를 위한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경제성장이 빈곤의 절대 숫자를 줄이는 것은 사실이나, 경제성장 그 자체가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소득불평등 정도가 크면 빈곤 감소 효과도 매우 작게 나타나거나 심지어 역효과를 나타내기조차 한다.
또한 어떤 경제학자들은 최근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그만큼 빈곤감소 효과도 저하되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필리핀의 경우 80년대 후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 불평등 효과로 인해 빈곤은 오히려 증가했으며,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80년대에 비해 90년대에 성장이 더 크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득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우리나라도 99년과 2000년에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졌지만 빈곤층은 오히려 늘어나고 소득불평등도 악화되지 않았던가? 또 IMF와 세계은행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을 했던 멕시코, 인도네시아, 러시아, 태국 등의 국가들에서 개혁 이후 성장의 빈곤감소 효과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는 실증분석 결과보고도 있었다.
따라서 세계은행의 2000년, 2001년의 <세계발전보고서>는 경제성장이 빈곤의 감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첫째, 소득분배가 개선되도록 하는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하며, 둘째 개인 간 최초 소득과 자산 크기의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며, 셋째 가난한 사람들이 성장을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회의 접근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도 외환위기 이후 악화되고 있는 소득불평등과 빈곤층 증가 문제를 단순히 경제성장이 해결해 줄 일시적인 문제로 이해하기보다는,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부와 자산의 불평등을 해소하며 기회에 대한 접근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해하고, 보다 진지한 해결책의 모색을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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