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말에 발표한 경제운용계획과 비교해 보면 3% 내외였던 물가전망은 3.5% 내외로 올려 잡았고, 50억∼60억달러로 전망된다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0억∼250억달러로 대폭 조정됐다.
성장률과 실업률 전망은 대체로 유지됐다.
석유가격이 많이 올라갔다는 점과 수출증가율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사실이 반영된 결과이다.
수출과 내수 간에 보이는 양극화 현상은 여전히 개선될 것 같지 않다.
고유가와 중국 경제 긴축의 향방, 그리고 국제금리의 상승 경향 등 불안요인이 많은 하반기이므로 차근차근 뜯어보는 경제기사, 무엇보다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기사가 꼭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주요 언론의 경제기사들은 재계가 주도해서 상반기를 휩쓸었던 경제 위기론의 흐름을 관성적으로 추종하고 있다.
오히려 이전의 남미사례에다가 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사례가 덧붙여져서 더 확대된 느낌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함께 들여다보면 이런 기사들에 의문이 생긴다.
우선 증권시장 관련 기관들은 올해 제조업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이미 보도된 한 증권사의 전망을 보자. 지난해와 견주어 전체 제조업 시가총액의 60%를 차지하는 76개 주요 상장사의 올해 매출액은 13.6%, 순이익은 53.9%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종 13개사의 경우도 순이익이 무려 300∼4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이미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됨”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다음으로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외국인의 상장기업에 대한 주식 소유 비중은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
즉, 지난해 말 40.09%이던 외국인 소유 비중이 43.69%로 빠르게 증가했다.
상반기 5월 이래 외국인의 매도를 이유로 경제위기론이 한창이던 그 시기에 외국인은 주식을 사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추세는 코스닥 증권시장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코스닥의 외국인 비중은 지난 4월29일 처음으로 20%를 넘었고 6월 하순까지 증가추세를 보였다.
사례는 더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가 50억달러를 넘어 상반기 기준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론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와 같은 굵직한 사건이 있었지만 부품 소재 분야의 외국인 투자 규모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제 경제면의 신뢰도를 더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더 이상 좋다, 나쁘다 식의 단답형 기사로만 지면을 편하게 채워서는 안 될 것 같다.
어긋나 보이는 경제 현상들을 함께 담아 순간순간 일희일비하는 시장에서 거리를 두는 기사가 필요하다.
한 호흡만 늦추었으면 외국인이 주식을 계속 사 모으는 것이 보였을지도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또 있다.
지난 5월에 제주에서 열였던 아시아 개발은행 제37차 총회에서 씨티그룹의 부회장 스탠리 피셔(Stanley Fischer)는 “한국이 (은행 등) 국보급 자산을 (외국) 단기 자본에 헐값에 매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런데 피셔 부회장은 1994년부터 2001년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를 지냈던 인물이다.
피셔 부회장이 마음에 없는 거짓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우리 언론이 98년, 99년 당시 한 호흡만 늦춰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주요 인사들의 속 생각을 깊이 있게 취재했더라면 어땠을까. IMF의 눈밖에 나면 안 되니 투기 펀드든 아니든 볼 것 없이 빨리 팔아야 한다고 했던 당시의 주장들을 차근차근 뜯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그랬더라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의 불법행위로 인해 머리 아플 일도 없을 터이고, 대주주 자격 여부를 이제 와서 다시 심사한다느니 하는 소란도 없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문득 서구 한 언론사의 기자가 3주째인가 4주째, 하나의 기사를 붙들고 씨름한다고 불평을 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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