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어머니는가슴이답답하다.
먹먹하다.
애써대학공부마쳐주고넓은곳으로보낸큰아들은돈많은집에장가가집안일엔무신경하다.
사업을한답시고잔뜩빚을진둘째아들은결국부도를내금붙이마저팔게했다.
아직한참더자라야할어린자식들은영양실조로누런코를흘린다.
한국정부의팔자가한국어머니의팔자와비슷하다.
애써키워놓은대기업,은행은외국인투자자들이주식지분을쓸어가이들기업이수익을많이낼수록,주가가올라갈수록막대한배당금과시세차익이해외로빠져나가는구조가되어버렸다.
차세대주자로키우려했던벤처기업들은정부에빚만한아름안겨준채시나브로사라져버렸다.
튼실한공기업마저민영화해가진자산이별로없는한국정부의품안에,먹여살려야할‘자식’들이꾸역꾸역다시모여들고있다.
정보기술사회에서설자리를찾지못하는노령인구와경제구조조정시기에탈락돼시장재진입기회를잃은빈곤층이그들이다.
그리고그책임의대부분을보건복지부가맡고있다.
2004년12월24일,과천정부청사보건복지부장관실에서김근태보건복지부장관을만났다.
그는특유의차분한어조로“보건복지부는한국정부에서어머니의역할을한다”며이야기를풀어나갔다.
“성장해서우리도선진국가가되자는과거성장위주의이데올로기는여전히한쪽에서센발언권을행사하고있고,복지가새로운투자라는이야기엔다들말로는동의하면서도실제로복지제도를확충하려고하면서로비용부담을지지않으려고합니다.
경제성장이데올로기가외환위기같은고비를몇번겪고여전히후유증에시달리고있는데도그렇습니다.
참,답답합니다.
”
일하는빈곤층,영세민가구에서연말에사고가많이일어났습니다.
“대단한충격입니다.
국민모두가슴에상처를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말할수없이송구스럽고당황스럽고당혹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이그정도는아니거든요.이런참혹한일에대비하지못한것은아닌데,대구어린이사망사건은결국아이가굶어죽었다는것아닙니까?제가장관으로부임한후최대의제로삼은것이아기많이낳아건강하게키워달라는것입니다.
아이를보호하지못한데대해무참한느낌입니다.
확인이더필요한사실입니다만,죽은아이는선천성척수성근위축증때문에식사를하기어려웠을것이라고하더군요.설사그렇다고해도건강보험의의료급여로치료를받으면살수있었을겁니다.
변명하기위해서가아니라앞으로대처하기위해철저한사실확인을지시했습니다.
”
이런빈곤층을복지망으로커버하겠다는것이참여정부의원칙입니다.
그러나나아지는게없는것같습니다.
“지금까지정부는기초생활보장제도등기존제도의내실화에힘써왔습니다.
우리나라는2000년에기초생활보장제도를도입해최저생계비이하모든국민의기본적인생활을보장해줄수있게됐습니다.
그러나기초생활보장대상자는전체인구의3%에불과합니다.
선진외국에선전인구의10%안팎을정부가보호하고있는데비하면적은숫자이지요.차상위계층등빈곤층지원이적은것은사실입니다.
지금도입을검토하고있는제도가있는데도입하게되면중산층에추가적부담이일어납니다.
어떻게설득할수있을까,그것이가능할까,하는고민때문에최종판단을유보하고있습니다.
”
정부가도입을검토하고있는사안은한마디로일할능력이있는근로자에게일할수있는가정환경을만들어주고,일한만큼생활비를더주고,저축한만큼교육비와주택비를더얹어주는제도다.
근로소득보전세제(EITC)와매칭펀드에의한자산형성제도(IDA)이다.
이제도들은아직도입검토단계에있어당장들어가는예산이많지는않다.
그러나전빈곤층을대상으로시행될경우막대한예산이소요될것으로추산된다.
이제도는본격시행도되기전에일부언론으로부터‘예산쏟아붓기식빈곤대책’이라는공격을받고있다.
가령근로소득보전세제의경우,이제도를시행중인미국(1975년),영국(2002년),뉴질랜드(2003년),캐나다(2003년)등선진국과달리한국은사회보장제도가제대로구축되지않은상황이라실효성을거두기힘들다는것이다.
제도도입의필요성은?
“저임금을통한성장은한계에부닥쳤습니다.
새로운개념의성장이필요합니다.
이건우리사회의지속을위해서도중요한일입니다.
만약여기서성장을멈추면정해진파이를두고각계층이서로싸우는일이일어납니다.
사회통합과시장의지속성장을이루기위해서라도기초생활보장,건강보험등사회적안전망을튼튼히해경제위기가일으키는불안정성을최소화해야합니다.
그러려면중산층이상에서추가적부담을해줘야합니다.
외환위기땐위기감탓에국민결속이가능했습니다.
지금은국민의여론이분열되어있어고통분담을말하기어려운상황입니다.
”
왜그럴까요?
“정책이슈를말하는데자꾸선동적분위기가조성됩니다.
그러니정책이슈가정책토론으로나아가지못합니다.
같은얘기가자꾸반복되기도하고요.연기금개혁을하려하면‘연금사회주의’라공격받고,의료보험제도개선을말하면‘의료사회주의’라고공격받습니다.
정책제도가제대로논의되려면용어의선동성이완화되어야합니다.
참답답합니다.
”
김장관은2004년11월19일복지부홈페이지에올린글에서“국민연금운용은어떤경우에도국민의심정적동의를얻어집행하겠다”고밝혔다.
일부언론은이를두고재정경제부가연기금을종합투자계획,일명‘한국형뉴딜’정책에활용하겠다는데에대해정면으로반박하는‘1인시위’라고표현하기도했다.
경제성장과복지의관계에대한장관님의철학이궁금합니다.
“복지는소비적인것,시혜적인것이아니라우리사회의새로운발전을위한투자입니다.
시장의유효수요도직접적으로늘려줍니다.
개인의가처분소득을늘려소비에쓸돈을늘려주니까요.경제의자동안정장치역할을해주는것이죠.또모든국민이안심하고일할수있는사회안전망을만들고인적자본형성을돕는것은우리사회의성장잠재력을키우는일이기도합니다.
복지와성장은서로조화로운선순환관계를만들어나갈수있습니다.
”
경제성장의이데올로기가바뀌어야한다는말씀입니까?
“우리가시달리고있는문제의근본을봐야합니다.
외환위기이후우리는여전히과거성장이데올로기의후유증에시달리고있습니다.
문제를한꺼번에치유할수없다할지라도문제해결은근본적으로해야다시문제가일어나지않습니다.
근본적으로문제해결을하려면선후완급의조정이필요합니다.
”
이날그의책상은수십건의문건으로뒤덮여있었다.
문건들이위로쌓아올려지거나파일안에꽂히지않고가로,세로줄을맞춰한건,한건제목이보이게놓여있어그의책상위엔찻주전자하나올라갈틈이없었다.
그의보좌관은“장관님이하루처리하시는안건이20~30건은된다”고귀띔했다.
아직도많은사람들은장관님을지난시기민주화지도자로기억합니다.
21세기정치지도자로서자신에게어떤과제가주어져있다고생각하십니까?
“어려운질문이네요.(웃음)다음에합시다.
(재차답변을요청하자)민주주의문제는아직끝나지않았습니다.
대표적인예가국가보안법문제입니다.
한국정도로민주화된나라에선국가보안법은폐지하고형법으로보안하는것만으로도충분하다고봅니다.
국가보안법폐지에대해사회적으로일어나는여론을보면예전에통행금지제도폐지때와비슷합니다.
통행금지가없어지면당장에범죄가늘어나고사회가혼란스러워질것같이많이들불안해했지만그런일은일어나지않았습니다.
민주주의는가꾸지않으면위기에처합니다.
동아시아에서제대로된민주주의를하는나라는한국뿐입니다.
동아시아공동체시대에대비해서라도민주주의,사회적경쟁력은앞으로꾸준히키워나가야할필요가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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