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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상태 온라인게임 성장 비책은?
포화상태 온라인게임 성장 비책은?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5.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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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게임 상륙 등으로 정체 국면…차별화된 콘텐츠로 잠재 고객 유인해야

“국내 게임시장이 포화상태란 말은 맞습니다.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고요. 그렇지만 그것이 곧 국내 시장에는 더 이상 먹을거리가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결국은 차별화된 콘텐츠가 성패를 좌우할 것인데요. 이를 몸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넥슨이라고 봅니다.


이왕상 LG투자증권 연구원의 진단에 귀가 솔깃해진다.
이 연구원은 “넥슨은 상장을 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한다.
그의 진단을 풀어 설명하면 이렇다.
시장에 등록된 기업은 끊임없이 주주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압박을 받게 마련이다.
상장 기업은 끊임없이 바윗돌을 정상으로 굴려야 살아남는다.
조금이라도 뒷걸음 치면 금방 등 뒤로 채찍이 날아든다.
하지만 경영은 때로는 강력하게 밀고, 필요할 땐 느슨하게 풀어주는 요령이 있어야 한다.
실적에 대한 압박 없이 자기 색깔을 고집하며 때를 기다리는 지혜도 필요하다.


넥슨의 두각도 이런 측면에서 분석 가능하다.
넥슨은 11년 동안 ‘캐주얼게임’이라는 밝고 가벼우며 귀여운 풍의 게임만 고집해 왔다.
엔씨소프트나 웹젠 등이 장대한 서사시를 연상시키는 판타지를 배경으로 피가 튀고 칼부림이 난무하는 ‘하드코어’ 게임을 무기로 세계 속으로 도약할 때도, 넥슨은 우직하게 자기 색깔을 고집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캐주얼게임 유료이용자가 늘어나며 비로소 넥슨은 화려한 비상에 성공한 것이다.
그야말로 게임 같은 줄거리다.


내년 온라인게임 성장률 20%로 떨어져

실제로 넥슨은 주변의 귀찮은 요구에도 “당분간 상장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넥슨의 상장만을 두 눈 부릅뜨고 기다리던 투자자라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턱밑까지 차오른 국내 게임시장의 가쁜 숨소리에 가슴 졸이는 업체라면 넥슨의 성공에서 새로운 성장 비책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국내 게임시장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2003년 국내 게임시장은 3조9387억원으로, 영화시장(1조4561억원)과 음악시장(3683억원)을 합한 것보다 2배 이상 크다.
지난해 추정치는 이보다 15% 늘어난 4조5천여억원에 이른다.
2003년을 기준으로 PC방과 온라인게임을 합한 규모는 2조4453억원으로, 전체의 62%에 이른다.
그럼에도 성장률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2003년 66.8%에 이르는 온라인게임 성장률은 올해 30%, 내년에는 20%로 줄어들 전망이다.




막상 해외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광활한 기회의 땅 중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빗장을 걸어잠그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게임의 수입·유통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한편, 정부가 앞장서 자국의 게임 개발자를 대거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의 게임업체 샨다는 성장의 발판이 된 한국의 액토즈소프트를 거꾸로 인수해 가면서 국내 업체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기업인 시나를 전격 인수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2003년만 해도 70%대에 이르던 한국 게임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중국 진출을 준비해 온 국내 게임업체들로선 이래저래 좁은 문을 통과할 형편에 이르렀다.


일본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PC게임과 비디오게임에 주력해 온 지금까지의 양상에서 벗어나 온라인게임으로 눈을 돌리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이미 터전을 잡고 있는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오락실용 아케이드게임으로 유명한 세가가 조만간 온라인게임 커뮤니티 사이트를 열고 경쟁에 가세할 예정이며, PC게임 <삼국지>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코에이도 온라인 버전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에 국내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게임 수출 단가가 계속 하락하는 바람에 판매 수익률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국내 온라인게임업계를 바짝 긴장시킨 또 하나의 ‘강적’이 등장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등을 히트시킨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한국 시장을 겨냥해 치밀한 준비 끝에 내놓은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다.
‘와우’(WOW)로 통칭되는 이 게임은 지난해 11월12일 국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뒤 올해 1월18일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상태다.
정식 서비스가 실시된 1월 이후에 이용자가 대거 빠져나갈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서비스가 실시된 2주 뒤인 2월 첫쨋주 게임트릭스의 PC방 이용조사에서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MMORPG부문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인 것이다.


캐주얼게임 열풍, 새 먹을거리 창조

이런 시점에서 넥슨으로부터 촉발된 국내 캐주얼게임 열풍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분석이다.
캐주얼게임은 폭력성과 선정성, 사행성이 배제된 게임 특성상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데다 게임 조작이 쉽고 간단해 누구나 금방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료화가 어렵다는 기존의 약점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해소했다.
넥슨의 민용재 이사는 “캐주얼게임은 2000년부터 RPG보다 시장 규모가 컸다”며 “온라인에서 돈을 내고 이용하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분석한다.
그 사이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아바타처럼 웹상에서 돈을 내고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지난해부터 온라인게임 유료 이용자층이 넓어졌고, 그것이 잠재 시장이었던 캐주얼게임을 폭발시킨 촉매였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이왕상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온라인게임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콘텐츠”라고 지적한다.
캐주얼게임의 붐에 올라탄다 해서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왕상 연구원은 “넥슨처럼 시장 전망이나 트렌드에 개의치 않고 꿋꿋이 시장을 개척하는 뚝심과 도전정신이 완성도 높은 게임 개발의 핵심요소”라며 “아직도 대다수 이용자가 무료로 게임을 즐기는 만큼, 이들의 주머니를 열 만한 우수한 콘텐츠만 개발된다면 정체된 게임산업이 다시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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