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2-20 15:50 (금)
[푸뚜앙떼리요르]스크린쿼터 제도의 힘
[푸뚜앙떼리요르]스크린쿼터 제도의 힘
  • 김혜원/국회 예산분석관
  • 승인 2005.05.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2005년4월4일스크린쿼터를축소하는방향으로검토하겠다는강철규공정거래위원장의발언은다시한번스크린쿼터의문제를우리사회의뜨거운감자로만들었다.
스크린쿼터가과연필요한가라는문제는한국의영화가주목을받고한국영화시장이성장하면서논란의대상이되어왔고한미투자협정의추진과정에서미국측의집요한공격대상이되어왔다.
논쟁은스크린쿼터자체의폐지아니면온존의질적인판단을둘러싼논란의형태를띠기도하고어떨때는쿼터비율의확대와축소라는양적인논란이기도했다.


지금까지진행된논쟁에서스크린쿼터는곧국내영화산업보호및육성이며스크린쿼터의폐지,축소는국내영화산업보호및육성의포기,후퇴와등치되는경우가많았다.
경제학의관점에서스크린쿼터는무역정책중하나의정책수단이며,무역정책수단에는이외에도여러가지가있다.
대표적으로관세를부과하는방법이나보조금을지급하는방법을들수있다.
스크린쿼터가수량할당이라는무역정책수단중하나라면다른무역정책수단에비교할때어떤장점과단점이있는지를검토해볼필요가있다.
물론이런검토는국내영화산업보호및육성을전제로한것이며,영화의수입대체정책이옳으냐그르냐의논쟁은다른차원의문제다.


과문한탓이지만,관세부과방식은그다지사용된적이없는것으로알고있다.
아마도그이유는영화산업의교역에서관세부과는무역제한의실효성이크지않기때문일것이다.
영화제작비용은엄청나게높지만복사하여배포하여상영하는데는상대적으로그다지큰돈이들지않는다.
따라서관세를높게매기더라도해외생산자와배급자는싸게가격을매김으로써관세의효과를무력화시킬수있다.


수입대체를위한유력한정책수단은국내영화계에대한보조금지급이나,배급시장에서강제로1년에며칠을의무상영하도록하는스크린쿼터등2개의대안이남게된다.
보조금이라는대안을적극적으로활용한것은프랑스였다.
이에비해쿼터제라는대안을적극활용한것은한국이다.
국내영화계의성장을지원한다는동일한목적을가진2개의수단을사용한결과,프랑스의경우국내영화의점유율이하락하고할리우드영화가득세한데비해,한국의경우국내영화의점유율이높아졌다.
이처럼완전히상반된결과가나타난이유는무엇일까.

보조금지급의경우누가보조금을받을지를어떻게결정할것인가라는문제에바로부딪힌다.
이에대한가장자연스러운대답은전문가들에게물어보는것이다.
미술대회에서심사위원이미술전문가인것처럼말이다.
프랑스의경우바로이런방식으로보조금수혜자를결정했다.
유명영화감독과영화평론가로구성된심의위원회에서보조금수혜자를결정하게되었는데그결정과정은쉽게떠올릴수있다.
대중의영화취향을저급한것으로폄하하고고급스러운영화취향을나홀로추구하는악명높은영화평론가들과,자신만의영화세계를추구하는거장으로서이윤을추구하는제작사사장과갈등을빚는영화감독이모여서결정한수혜자는그들의취향에맞는감독의영화이지대중이원하는영화는아니었다.
전문가들이높이평가하는예술영화와작가주의영화들이정부의세금지원과함께쏟아져나왔지만정작프랑스에서의국내영화의점유율은계속떨어져갔다.


스크린쿼터제도는누가일종의보조금을받을것인지를전적으로대중에게맡기는시스템이다.
마치대통령선거에서투표를하듯이사람들은7천~8천원의돈으로자기가좋아하는영화에투표를한다.
스크린쿼터에서는정부의세금이필요없다.
사람들이자발적으로제작자에게보조금과비슷한이윤이라는상금을안겨다준다.
스크린쿼터제도는외국영화의위협에맞서한국영화전체에게안정적인시장을제공하는데이때중요한것은특정감독,특정제작자,특정배우에게안정적인시장을주진않는다는것이다.
바로이러한이유로인해한국영화내의제작자,감독,배우들사이의치열한경쟁이야기되고,그경쟁의결과는우리가지난10년동안본것과같다.
외국으로부터의경쟁을제한하는스크린쿼터제도의성공이경쟁은좋은것이라는경제학의일반적원리를바꾸도록강요하는증거이지는않다.
경제학이우리에게가르치는바는경쟁이뛰어난성과를가져온다는것이지경쟁속에반드시해외경쟁이포함되어야만뛰어난성과가귀결된다는것은아니기때문이다.


한국영화에대해양적인측면에서는성공적이지만특정장르영화에편중되어있다거나코미디와같은상업적성격이농후한영화만이다량생산된다는식의비판이있는것이사실이다.
이것은대중문화,상업문화전반의문제이지스크린쿼터제도의책임은아니다.
스크린쿼터와보조금지급을두고비교할때상대적으로스크린쿼터제도는어떤특정영화에대한편향적지원을내포하고있지는않다는점을기억할필요가있다.
보조금제도는앞서언급한프랑스와같이운영될경우예술영화,작가주의영화를지원하는편향을가진제도이다.
이에비해스크린쿼터제도에서는대중이결정할뿐제도자체의편향성은없다.


한국영화의성공을스크린쿼터제도에한정하는것은무리가있는주장이고필자역시그런주장에전혀동의하지않는다.
스크린쿼터제도는한국영화가뜨기훨씬이전부터이미있었던제도라는점에서한국영화의성공을스크린쿼터에한정하는논변은무너진다.
이전부터스크린쿼터가있었는데성공한시점은왜그시기였느냐라고묻는다면필자의머릿속엔바로우리사회가민주화되면서소재와주제가다양화되었다는사실이떠오른다.
유신과그뒤를이은군사독재정권하에서다수의사람과거액의돈이상상력을통해결합되는영화라는장르또는산업은철저하게억압되었고이런조건에서발전을기대하는것자체가우습다.
추가적으로언급하고싶은것은1990년대중반이후한국영화의성공이스크린쿼터제도없이가능하긴어려웠을것이라는점이다.


국내영화의지원,수입대체의목적을달성하는여러정책수단중에서스크린쿼터제도는다른정책수단들보다,특히국내영화점유율의잣대를기준으로할때,우월하다.
일반적으로경제학자들은비가격적규제방식보다는가격규제방식이우월하다는선입감또는편견을가지고있는데,실제정책수단중에는자세히들여다보면그렇지않은경우도있고스크린쿼터가그하나의예이다.
한국의스크린쿼터제도를두고제3세계에서채택할수있는성공모델로확산되어야한다는주장을펼치는사람도있다.
프랑스에서는한국영화의성공을보고한국의스크린쿼터제도를도입해보자는논의가부분적으로나타나기도했다.
미국이그리고할리우드가한국의스크린쿼터를약화또는폐지시키기위해애쓰는이유가단순히한국시장을차지하기위해서가아니라스크린쿼터제도의세계적확산의위험성때문이라면약간오버한상상일까.


**김해인/국회 예산분석관 1968년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세상을 항상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는 이코노(믹스)홀릭스이지만, 머릿속 한편에선 인문학적 상상력을 늘 꿈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