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TC는 저소득가구를 돕되 근로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이 지원한다는 점에서 여타 제도와 다르다.
소득 규모에 따라 공제금액을 정해놓고 세금보다 공제액이 많으면 그 차이만큼 현금으로 내준다.
소득이 정해진 수준 미만이면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EITC 급여를 받게 되는데, 그 가운데서도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이 준다는 이야기다.
세금을 돌려받는다는 부분은 언뜻 연말정산과 비슷하다.
그러나 연말정산이 이미 낸 세금 가운데 일부를 돌려받는 것과 달리 EITC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사람도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오히려 세금을 적게 내는 사람이 더 많은 급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일하는 빈곤층 소득 보전, 근로의욕 고취 예를 들면 이해하기가 쉽다.
예컨대 연간 근로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 미만인 가구에게 급여율 20%로 최대 200만원을 주기로 하는 EITC 모델을 가정해 보자. 4인 가족 기준으로 최저생계비가 1333만원(실제로는 1363만원)이라고 할 때 소득이 2천만원 미만인 가구가 EITC 대상이 된다.
급여율이 20%이므로 연간 소득이 500만원이면 100만원을, 800만원이면 160만원을 급여로 받게 된다.
소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급여도 늘어나지만 상한은 정해져 있다.
소득이 1천만원 이상인 경우, 1200만원까지는 모두 동일하게 200만원을 받게 된다.
소득이 1200만원 이상이면 그때부터 급여액이 줄어든다.
소득이 1400만원이면 160만원을, 1700만원이면 100만원을 받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급여액이 점점 줄어들다가 소득이 2천만원을 넘게 되면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급여를 줌으로써, 일을 하도록 유인한다는 데 있다.
저소득 계층이 자칫 일을 하지 않고 정부 보조에 안주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제도다.
정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노인과 여성, 실직자들의 경제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조업 3D 업종의 인력난을 해소하자는 발상도 이 제도를 뒷받침한다.
때마침 한국조세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7월12일 정책토론회를 열고 그동안 정부 의뢰로 추진해 온 EOTC 검토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1단계로 근로자 가구이면서 자녀가 있는 가구에 우선적으로 EITC를 적용한 다음, 2단계로 근로자 가구이면서 자녀가 없는 가구와 자영업자 가구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또 최소 2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오는 2008년부터는 단계적으로 EITC를 시행하는 방안이 소개됐다.
정부는 7월 말쯤 이 보고서를 토대로 대통령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주재로 회의를 열고 EITC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의 김재진 연구위원은 “그동안 여러 가지 저소득층 지원대책이 있었지만 EITC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기초생활보장이나 공공부조 등은 일정 기준에 맞춘 무차별 지원인 탓에 근로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어렵고, 최저생계비는 자칫 기업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금제도 역시 30~40대 근로빈곤층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근로빈곤층은 흔히 극빈층과 정규직 노동자의 중간 계층에 놓여 있다.
이들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대부분 비정규직인 탓에 사회보험에서도 소외돼 있다.
EITC는 무엇보다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자녀가 있고 연간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60% 미만인 근로빈곤층을 수혜 대상으로 잡을 경우, 적용 대상은 100만가구 정도, 평균 급여액은 95만원 내외에 이른다.
1년에 1조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대상 가구와 평균 급여액 등 구체적인 모형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도입에 필요한 재원은 5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1975년 EITC를 처음 도입한 미국의 경우, 2200만명의 대상자 가운데 22%인 460만명이 빈곤에서 탈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저소득층의 고용 창출에크게 기여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84년 이후 10년 동안 편모 고용률이 58.5%에서 64.5%로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60% 이상이 EITC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7~8년 전부터는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이 제도를 도입하는 나라가 점차 늘고 있다.
소득 파악과 재원 마련이 걸림돌 하지만 EITC를 도입하는 데는 걸림돌도 만만찮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보다도 이들 근로빈곤층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소득을 기준으로 급여를 주는데도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면 자칫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2003년 기준으로 국세청의 근로소득자 소득 파악률은 74%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전체 임금근로자 1440만명 가운데 26%인 일용근로자 등 377만명의 소득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자영업자(사업소득자)와 자영농어민을 비롯해 이자와 배당소득, 임대소득, 연금소득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EITC를 무턱대고 도입할 경우, 부정수급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능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복지정책에서 소득 파악은 대상자 선정과 급여액 결정에 필수적”이라며 “EITC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복지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소득 파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소득 파악 수준이 낮다는 점이 이 제도의 전면 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실정이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근로소득자부터 우선 적용하고 제도를 완비하면서 자영업자와 농어민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원 마련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 날 토론회에서 조세연구원은 비과세와 소득세 감면을 억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난해의 경우 소득세 감면 규모는 1조4천억원 규모에 이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자녀가 없는 가구와 자영업자 등을 포함할 경우 EITC의 재원은 2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게다가 소득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이 대부분 근로소득자를 비롯한 중산층에 집중돼 있어 이를 축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의 경우는 75년 제도 도입 초기 12억5천달러였던 신청금액이 지난해에는 380억달러로 30배 이상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옥동석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재정만 풍부하다면 당장 시행하면 좋겠지만 고령화 초기 국면에 접어드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엄청난 규모의 복지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4대보험 등 사회복지부문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관계도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방안은 EITC를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모두에 적용하고 현행 자활장려금제도를 조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차상위계층에게 근로유인과 소득보전의 효과는 있겠지만 기초수급자에게 너무 많은 급여가 나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두 번째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EITC는 차상위계층에만 적용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기초수급자에게는 근로 유인 효과를 내지 못할 뿐더러 수급과 비수급을 오가는 저소득층을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고용 창출 효과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편모 가정 등 일부 계층에서 노동 공급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가구 단위로 소득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2차 소득자의 노동 공급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EITC의 성과를 100%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홍백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을 하기 싫어서 실업자가 됐다기보다는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EITC가 실업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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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생계비 기준으로 근로빈곤층은 1998년 8.2%에서 2002년 5.2%로 줄었다가 2003년엔 6.1%로 다시 늘어났다. 지난해 근로빈곤층 비중은 6.0%다. 만일 중위소득 60%를 기준으로 놓고 보더라도 그 비중은 98년의 17.0%에서 2002년 16.6%로 줄었다가 2003년에는 18.0%로 다시 늘어났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근로빈곤층이 더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근로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KDI 통계를 기준으로 2001년 360만명이었던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해 539만명으로 늘어나 전체 근로자 1489만명 가운데 37.0%에 이른다. 반면, 이들의 소득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소득 기준 하위 1분위는 97년 전체 평균의 31.6%를 벌었는데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23.7%로 줄어들었다. 2분위 소득 비중 역시 52.3%에서 42.3%로 줄어들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소득을 살펴보면, 2000년에는 정규직의 52.3%를 받았으나 2003년에는 이 비율이 49.7%로 줄어들었다. 자영업자들의 소득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들의 월 평균 소득은 96년 301만원에서 지난해에는 248만원까지 떨어졌다. 2000년까지 자영업자들은 임금근로자들에 비해 더 많은 소득을 올렸는데, 2001년 들어 둘 사이 소득이 역전되기 시작해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임금근로자 소득의 92% 수준에 머물렀다. 그만큼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저소득가구 가운데 근로소득이든 사업소득이든 취업자가 1명 이상 있는 가구의 비율은 64%에 이른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 보면, 취업자가 있는데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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