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애니매이션이 철옹성을 쌓고 있는 안방극장에 순 국산 애니매이션의 등장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최초의 TV 만화 시리즈는 그보다 조금 앞서 나온 <달려라 호돌이>였다.
하지만 두 작품을 연출한 것은 모두 김승욱(42)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사장이었다.
“아이들에게 외국 것만 틀어줄 게 아니라 우리 것을 만들어 보여주자고 시작했지만 어려움이 한두 개가 아니었어요. 국내 애니메이션업체들이 많았지만 거의가 외국 업체들이 정해주는 스펙대로 색칠만 하는 단순 하청작업이었지요. 그게 더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괜히 골치 아프고, 제작비가 많이 드는 국산 애니메이션은 하려고 들지 않았죠.”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일본 유학을 보내준다는 조건에 반해 1985년 애니메이션업체인 대원동화(현 대원씨엔에이홀딩스)에 들어갔다.
그는 입사 후 1년 동안 일본 도에이애니메이션에서 연출 수업을 받고 돌아와 <달려라 호돌이>, <까치의 날개>, <달려라 하니>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김 사장은 국내 애니메이션업계의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동안 영화나 게임, 하다못해 오페라까지 언젠가는 성공을 할 것이라고 했던 것들은 다 성공을 거두었어요. 유일하게 애니메이션만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요.” 김 사장은 현재 애니메이션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대원이 확보하고 있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을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서비스하는 ‘원소스 멀티유즈업체’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이다.
하지만 그의 집념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김 사장은 최근 우리나라 전통 문화원형을 이용해 만든 만화 ‘치우천왕전기’를 내놓았다.
그는 “2002년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의 상징으로 쓰인 치우천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아이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줄줄이 꿰면서 정작 우리 민족의 전설과 신화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사장은 최근 온라인 게임 ‘짱구 스프링’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짱구 캐릭터를 이용해 만든 게임이다.
“짱구는 원래 일본 캐릭터이지요.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어요. 하지만 짱구를 이용한 온라인게임 개발은 우리가 처음이고, 해외 수출 권리까지 획득했기 때문에, 일본으로의 역수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봐요”. 이 게임은 현재 일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종 베타 테스트를 벌이고 있다.
김 사장은 “전문 게임회사들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캐릭터를 선택하지만, 우리는 짱구 케릭터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게임을 선택한 것”이라며 짱구 캐릭터 자체의 매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물론 김 사장이 짱구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게 된 데는 사업적인 필요성도 작용을 했다.
인터넷 포털이나 언론사 홈페이지, 이동통신사의 모바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CP사업은 여러 가지 여건에 따라 수익의 부침이 심한 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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