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세월의 변화에 발맞춰 중앙은행도 기능과 역할에서 변모를 거듭해왔고, 현대적 의미의 중앙은행은 20세기 초 각국이 관리통화체제를 수행하면서 정립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원래 중앙은행제도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완전경쟁시장을 찬미했던 고전학파 경제학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상품과 마찬가지로 화폐 또한 중앙은행이 독점 공급하는 것보다 은행들의 경쟁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자유은행론’이 그 효시다.
특히 1970년대 두 번의 오일 파동을 겪으면서 인플레이션을 막아줄 중앙은행의 필요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이 점차 줄어듦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변하고 있다.
원인은 중앙은행이 금융환경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자결제수단이 확대되면서 지폐에 대한 수요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자본시장의 발달로 각국에서 금융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지급준비제도를 폐지하는 국가도 생겨나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환경은 많이 변했는데 금리결정 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단은 상당히 제약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어떤 수단으로 물가안정을 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도 은행감독권을 금융감독기구에 이전하면서 중앙은행의 위상이 크게 낮아졌고, 한은이 과연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 역시 없지 않다.
한은은 이에 맞서 결제지준예치금에 예금이자를 지급하는 지준부리제의 도입 등 새로운 역할찾기에 고심 중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이미 도입하고 있는 지준부리제도는 법정지준금을 없애는 세계적 추세를 따르는 대신 은행간 청산결제를 위한 결제지준에 일정한 금리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지준금 규모가 증가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유효성이 커진다.
이와 함께 10만원권 등 고액권 발행도 한은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다.
자기앞수표의 대체효과 등 장점이 있지만 위조위험에 따른 유통 부진, 비자금 전용 등의 문제 때문에 번번이 좌절돼 왔다.
이 밖에도 각국 중앙은행들은 학술적 논의 수준에서 △ 자산준비금제도의 도입 △ 전자지급결제수단에 대한 지준 부과 △ 롬바르트형 대출제도의 도입 등도 검토 중이다.
최중혁 기자 tjp2010@economy21.co.kr
이를 위해 정책기획국, 시장국, 조사국, 국제국, 금융안정국, 결제국 등 한은 내 주요 부서들은 한 달에 14일 정도를 여기에 매달린다. 때문에 심지어 한은 사람들은 이를 ‘달거리’라는 속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한은의 주요 임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시장의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는 월례 금통위가 자칫 비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한 달마다 금통위원들의 질문은 이어지므로 시장상황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도, 한은 직원들은 지난달과 똑같은 답변을 피하기 위해 매번 새로운 표현을 찾아내려 애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총재의 발언이 단기간에 상충되는 것으로 비쳐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로 박승 총재는 부동산 문제와 환율 문제를 언급하며 ‘오락가락’한 발언을 자주 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 8회 정례적으로 회의를 열되 시장의 중대한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 임시회의를 열도록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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