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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패션 란제리’의 한판 승부, 최후의 승자는?
[비즈니스]‘패션 란제리’의 한판 승부, 최후의 승자는?
  • 조수영 기자
  • 승인 2006.03.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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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좋은사람들·쌍방울, 상반기 일전 벼르는 중…2635세대 중심 폭발적 성장세 이어갈 듯

▲ 박미향 기자
란제리가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보던 번쩍이는 소재, 단순한 디자인에 뭔가 농염한(?) 느낌을 주는 란제리는 아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분홍색 레이스가 잔뜩 달린 화려한 란제리에 가터벨트, 망사스타킹까지 물 흐르는 듯한 토털코디를 갖춘 마네킹이 쇼윈도에 서 있다.
아직도 길을 지나가던 행인들 가운데 몇몇이 못 볼 걸 봤다는 듯 고개를 외면하는 모습이 간혹 눈에 띄기도 한다.
패션 란제리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이랜드 계열사인 에블린(EBLIN)을 선두로, 지난해 론칭한 (주)좋은사람들의 섹시쿠키(sexy cookie)가 패션 란제리 시장을 함께 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트라이브랜즈’로 새로 태어난 쌍방울도 새 회사명의 동력사업으로, 26~35세대를 대상으로 한 패션 란제리를 꼽으면서 시장에 뛰어들 뜻을 밝혔다.
'패션 란제리'는 속옷 시장 블루오션 불과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 란제리 시장은 백화점 내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입점해 있거나 속옷 매장에서 판매되던 비비안과 비너스로 대표되는 정통 란제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업체들에서 추정하는 란제리 시장 규모는 약 1조2천억원. 물론 비너스와 비비안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하지만 26~35세대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고객으로 사로잡기 위해 정통 란제리에 패션성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패션 란제리’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나름대로 란제리계의 블루오션이었던 셈이다.
처음으로 ‘20대를 대상으로 한 패션 란제리’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한 브랜드는 에블린(EBLIN). 2000년 5월 론칭해 올해로 6년을 맞는 이 브랜드가 보수적인 이미지의 이랜드 그룹 소속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블린 브랜드장 강신근 과장은 “패션 내의 브랜드인 헌트 이너웨어, 더데이 언더웨어 이후 새로운 동력이 필요했고, 그때 주목한 것이 패션 란제리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로맨틱풍, 엘레강스를 컨셉트로 26~35세대의 감성에 호소한 결과 지금 패션 란제리 시장의 개척자이자 선두 브랜드로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론칭 첫해에는 100% 이상 성장했고, 대부분의 브랜드가 역성장을 기록한 2005년에도 30%의 성장을 기록했을 정도이다.
전국에 현재 80여 개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국내의 여성 속옷에 대해 아직은 보수적인 정서와 시장 자체의 보수성을 감안하면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매장 수이다.
신촌 매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수정(24) 씨는

▲ 박미향기자
“국산인데도 디자인이 수입 브랜드에 뒤처지지 않는다”며 “친구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을 사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또 하나 에블린에서 인상적인 점은 가터벨트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제품도 과감하게 도입했다는 점이다.
가터벨트는 80년대에는 수입금지 품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던 품목이다.
이런 제품군에 대해 강신근 과장은 “가터벨트의 경우 어떤 점에서는 스타킹을 잡아주고 아랫배를 눌러주는 기능성 속옷으로도 볼 수 있다”며 “굳이 피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제품군을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인식들이 많이 완화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독특한 디자인과 광고로 화제를 몰고 오곤 했던 (주)좋은사람들은 지난해 8월 패션 란제리 브랜드 섹시쿠키(sexy cookie)를 론칭했다.
(주)좋은사람들 홍보팀의 강철석 대리는 “국내 패션 란제리 시장에 해외 브랜드들이 진출하긴 했지만 마케팅 활동이 적극적이지 않았고, 여전히 기회가 많은 시장이라 판단했다”며 브랜드 론칭 배경을 설명했다.
이슈메이커인 좋은사람들의 신규 브랜드치고 너무 조용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매장 수도 아직 14개에 불과하다.
이 같은 지적에 강철석 대리는 “지난해 하반기는 시장 점검 기간이었다”며 “기존의 브랜드인 제임스딘과 교체하는 브랜드였는데 매장 교체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섹시쿠키는 올봄 여름시즌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더 뷰’, 에블린 ·섹시쿠키에 도전장 강철석 대리는 섹시쿠키를 “크로스오버적인 브랜드”라고 소개한다.
아웃웨어 성향이 강한 란제리라는 것이다.
“비록 란제리지만 위에 자켓 하나만 걸치면 외출용으로 손색이 없는 제품을 지향한다”는 섹시쿠키는 란제리 외에도 티셔츠, 액세서리에서 구두에 이르는 다양한 아웃웨어 상품군을 갖추며 토털 브랜드를 지향할 계획이다.
바로 이 지점이 레이스 장식 사용 여부 외에도 섹시쿠키와 에블린이 대비되는 지점이다.
에블린의 강신근 과장은 “그룹 대표의 철학이 ‘음식에 자신있는 집 치고 메뉴 복잡한 집 없다’”라며 토털 브랜드로의 전향가능성을 일축했다.
올 상반기는 패션 란제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점이 될 전망이다.
섹시쿠키가 자리매김을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에블린은 충성도 높은 마니아 고객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트라이브랜즈’로 거듭난 쌍방울이 기존 브랜드 샤빌의 블랙라벨인 ‘샤빌로사’와 20대를 타겟으로 한 패션란제리 브랜드 ‘더 뷰’의 론칭 방침을 밝히며 패션 란제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기업 새 단장 이후 성장 동력으로 란제리를 지목한 만큼 디자인팀을 22명으로 보강해 디자인 역량 강화에 나섰다.
더 뷰는 에블린, 섹시쿠키 등과 마찬가지로 단독매장 형태로 시장에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라고 트라이브랜즈 측은 설명했다.
올 봄, 패션 란제리 업계가 벌일 전쟁은 그들의 디자인만큼 그렇게 로맨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수영 기자 zsyoung@economy21.co.kr
쌍방울의 변신은 성공할까
지난 8일, 쌍방울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로운 사명 ‘트라이브랜즈(TRYBrands)'를 공식 선포했다.
이호림 사장은 이 자리에서 “대표 브랜드인 TRY 외에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브랜드를 개발하고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TRY를 토탈 패밀리 언더웨어 브랜드로 육성하고, 2030세대 여성을 타겟으로 란제리&바디케어 브랜드 ‘더 뷰’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트라이브랜즈의 가장 큰 과제는 유통 채널의 확보다.
쌍방울의 브랜드 파워가 약해진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유통망이 무너진 것이기 때문이다.
트라이브랜즈 측은 패밀리 원스톱 언더웨어 쇼핑몰을 표방한 ‘트라이 스타일(Try Style)’, 그리고 란제리 브랜드 더 뷰를 독자적인 유통매장으로 꾸릴 계획이다.
트라이브랜즈의 양기영 란제리 팀장은 “2006년도 봄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상권에 트라이스타일 매장을 오픈하고, 더 뷰는 상반기 안에 플래그숍 형태의 매장을 오픈하기로 계획되어 있다”고 밝혔다.
호기어린 트라이브랜즈와 달리 경쟁사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관련자는 “어느 브랜드든 싸이클이 있는 만큼 새 브랜드 론칭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브랜드 안착은 다른 문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쌍방울의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일 것”으로 보았다.
올 상반기,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트라이브랜즈와 태창을 인수하며 몹집 불리기에 나선 이랜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벼르고 있는 (주)좋은사람들 간의 승자를 가리는 싸움이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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