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스스로 보유한 수탁자산과 자회사 것까지 합하면 3월 말 현재 기준으로 총자산이 2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순수 총자산만 203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농협이 늦어도 내년 중에 순수 금융그룹으로 새 출발한다면 최대 금융사는 당장 바뀐다.
지금 농협은 금융부문 말고. 하나로마트를 축으로 국내 유통부문의 강자이고 옛 축협이 맡았던 축산업도 흡수하는 등 순수 금융사가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1등 금융사, 또는 최대 금융사를 가릴 때 농협을 꼽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해 7월 말을 기점으로 근본적이며 크나큰 변화가 예정돼 있다.
농협은 오는 6월 말까지 조직 정체성을 형성했던 두 갈래 사업 분야, 즉 신용부문(금융부문)과 경제사업 부문을 분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농림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농림부는 이 안을 토대로 최종 신용·경제 분리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가속도를 붙여 올해 안에 모든 작업이 끝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내년 중엔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이 지난 12일 현대차그룹에 땅을 팔면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됐어도 농협의 변신이라는 큰 물줄기를 돌려 세울 변수는 없어 보인다.
전문가 견해를 빌지 않더라도 농협의 신용·경제부문이 분리되는 순간 한국 경제사와 금융사에는 그룹화된 최대 금융사 탄생 사실을 적어 넣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전국 산재한 영업망 타의 추종 불허 농협은 사실 영업망을 비롯해 자산 규모, 사업 영역 등 어느 것 하나 다른 금융사나 금융지주사들에게 꿀릴 게 없다.
농협의 금융 영업 네트워크는 5천여 개를 헤아린다.
전국에 산재해 있으면서 조합원간 상호금융 역할을 수행하는 단위조합(지역농협)과 이를 바탕으로 발전을 거듭해온 농협중앙회의 영업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3월 말 현재 중앙회 총자산만 따지면 144조8천792억원이다.
전국 각 지역농협 총자산은 이보다 좀 더 많은 149조3천898억원이다.
둘을 합한 것만 294조2천690억원이나 된다.
또한 신용·경제 분리와 금융그룹화 비전을 염두에 두고 투신사를 세우고 증권사를 인수한 바 있어 이들 자회사까지 감안하면 자산 규모 300조가 넘는 최초의 금융사가 되는 셈이다.
LG카드 인수전에 참여 중인 농협이 전국 지역농협들을 자금줄로 삼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다른 은행들은 부러울 따름이다.
지금껏 최대 금융사로 꼽혀온 국민은행이 순조롭게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총자산은 270조원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추며 농협보다 먼저 그룹화에 성공한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지주의 연결 기준 총자산도 3월 말 현재 각각 175조164억원과 164조2천787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내 대형은행 또는 은행계 금융지주사들로서는 결코 넘볼 수 없는 공제부문을 농협생명·농협화재라는 브랜드로 다듬어 놓은 점도 독보적이다.
국민은행, 신한지주 등이 자회사로 생보사를 두고 있긴 하지만 방카슈랑스용이라면 농협의 보험은 생보와 손보를 겸하고 있는데다 신용·경제 분리와 본격 금융그룹화가 착수되면 당당한 보험사로 분사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정통 금융사들이 농협에만 주어진 특혜라고 공박하거나 아니면 역차별 사례라고 불평하는 것도 이상한 일만은 아닌 것이다.
이미 주력 업무가 은행인 농협중앙회는 국내 은행권에서 단박에 4위에 오를 수 있는 규모를 가진데다 중앙회의 카드부문 역시 무시하지 못할 강자로 평가받아 왔다.
여기다 선물사(1997년 3월)를 필두로 투신사(2003년 1월)에 증권사(2006 년 2월 출범)도 품 안에 안았다.
은행과 카드에 날로 중요성이 커진 자본시장 관련 자회사를 갖춘데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사업까지 겸영하는 체제는 은행권은 물론 비은행계 금융지주사도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경지다.
이렇다 보니 규모나 사업영역 모두 대적할 자가 없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내친 김에 농협은 신용부문 분리 이후 금융환경이 허락한다면 시장조사와 사업타당성을 따져본 다음에 캐피탈업과 부동산신탁업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농협이 산하 증권·투신사 이름을 NH로 지었으니 NH금융그룹으로 이름 지을지 농협금융그룹으로 지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패권 차지할 역량 충분한가가 관건 그렇다면 경제사업부문을 떼어내고 순수 금융법인으로 최종 변신만 남겨둔 이 금융그룹의 앞날은 한국 금융시장 단독패자의 자리가 ‘떼어놓은 당상’쯤 되는 것일까? 그에 대한 금융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전망을 모아보면 반반이다.
농협은 그동안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이라는 세가지 분류 가운데 특수은행으로 분류돼 왔다.
농협은 또 특수은행 중에서도 가장 특수한 지위를 누려왔다.
농업인들의 자주조직을 기반으로 했고 태생이 농업은행인지라 주무 부서는 농림부였다.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는 최소한의 감독만 받으면 됐다.
비근한 예로 금융부문과 경제사업부문 등 모두 8개 회계를 광역 운영해 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자본금 규모를 산출할 때 농협은 이들 모두를 전체 자본금으로 인정받았다.
이로 인해 건전성 평가 결과에 득을 볼 수 있었다.
농협이 확대 팽창 하면서 마진을 신경쓰지 않아도 됐던 또 하나의 기반은 광범위한 저원가성 예금 덕분이다.
농협은 두터운 정책자금 층 말고도 광역시와 도단위 지방자치단체 등의 금고를 유치해 놓았다.
농협의 역할과 성격상 다른 은행이 누릴 수 없었던 특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것이다.
나아가 금융법인으로 분리된 농협에 대한 정책 주무부서가 농림부에서 재경부로 바뀔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금융감독당국인 금감위와 금감원의 지도와 감독이 100% 관철되는 변화는 당연지사다.
아울러 무엇보다 지금보다 더 깊이 있고 폭 넓게 금융시장을 장악할 경쟁력이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임원은 “앞으로 국내 금융사들 하고만 경쟁해야 하는 것만도 아니다”하면서 “은행부문에 한정하더라도 좁은 시장을 놓고 국내은행은 물론 외국계은행들과 앞선 마케팅 역량과 상품 및 서비스 제공이 뒷받침 돼야 독립 금융법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은 토종자본이자 민족은행이라는 구호를 맘 편한 상태에서 외칠 수 있었지만 이젠 정글에 완전 노출된 채 잠재적 거대 맹수가 아니라 정글을 양분 내지 3,4분할 수 있는 절대 강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농협은 원래 광범위한 영업네트워크에 은행과 카드, 보험(공제사업)업을 오래전부터 영위하면서 은행과 보험 분야 톱 브랜드의 위상을 갖춘 상태였다.
여기에다 증권 투신 등 자본시장 분야까지 확장한 것은 금융산업의 진화에 발맞추는 당연한 대응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 경쟁자들의 견제성 문제 제기는 차치하더라도 시장으로부터 주어진 다음의 질문에는 답해야 한다.
“특권이 보장됐던 은행 또는 준 금융그룹이 아니라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하고 성장해야 할 금융그룹 선포를 앞둔 당신께 묻습니다.
시장을 지배할 만큼 앞선 상품과 서비스의 제조·유통 역량을 갖췄으며 어느 누구보다 효율적 조직시스템과 뛰어난 인력을 충분히 갖추셨는지요” 정희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simmoo@zaigen.co.kr
협동조합은행의 위상을 박차고 종합 금융그룹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태생부터 발전 과정이 다르긴 하지만 크레디아그리콜의 중앙은행(CASA)은 소매금융에서부터 보험, 프라이빗뱅킹, 기업·투자금융을 아우르는 총 368개의 자회사 및 관련사를 거느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8년 정부소유의 공공기관에서 주식회사 형태로 민영화하고 이후 상장을 통해 도약기반을 다졌다. 크레디 아그리콜 안에는 정해진 구역에서 영업하는 광역 협동조합은행(농협 지역조합과 비슷)들이 있고 이들이 정부 지분을 인수해 CASA의 대주주가 됐다. 나아가 크레디 아그리콜은 민영화 이후 주식 상장을 통해 자회사 설립 및 인수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고 BIS비율 충족을 위한 자본 확충도 성공했다. 물론 우리 농협이 크레디 아그리콜의 길을 따르려면 그들의 광역협동조합은행 경영 상태가 탄탄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크레디 아그리콜은 상장 이후 외부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해 지난 2004년말엔 광역 협동조합은행의 지분이 54%로 크게 낮아졌다. 대신에 꾸준한 M&A 등을 거쳐 이른바 유니버셜뱅킹 구현에 성공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 그룹은 프랑스 농업금융의 80%를 차지하며 핵심 역량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민영화와 정책금융 개방으로 정부 지원과 특혜는 없어졌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지방정부의 정책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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